하늘아래 미술관 미리 혹은 다시 보기

0
image_pdfimage_print

지난 7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레지던시 입주작가들과 함께 독일에서 열리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와 카셀 도큐멘타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호 지구별 문화통신에서는 탐방에 참여한 2분의 작가님을 통해 독일의 뮌스터와 카셀 소식을 전합니다.

 

‘하늘아래 미술관’이라는 모토로 10년마다 열리는 공공미술의 현장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Münster Skulptur Projekte)와 5년을 주기로 진행되며 ‘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실험 현장’이라 불리는 카셀 도큐멘타(Kassel Dokumenta)가 동시에 펼쳐지는 이번 독일의 여름은 유난히 더욱 뜨겁다. 필자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2017 IAP 예술현장학습-독일 현대미술 탐방 프로그램의 일한으로 현장을 방문해 세계적 미술행사의 열기를 직접 체험하였고 그 중에 뮌스터시의 2017년 조각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어떻게 예술과 도시가 함께 어울려 40년의 긴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생각 해 보고자 한다.

올 여름 인구 32만 명 독일 북서부의 중소도시 뮌스터(Münster)에서는 1977년부터 시작되어10년 주기로 도시 전역에서 펼치는 조각프로젝트(Skulptur Projekte) 행사가 6월 10일에서 10월 1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매해 전 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는 LivCom-Awards 기관에서 뮌스터 시는 2004년 1위를 수상할 정도로 복지와 자연, 문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으며 인구의 20프로에 가까운 6만 여명이 대학생인 교육도시이고 뮌스터 돔(St.Paulus Dom)을 비롯하여 시내 곳곳에 중세시대의 성당이 즐비한 가톨릭 종교의 도시이기도 하다.

구서독의 평온한 작은 도시였던 뮌스터에서 지금은 행사 방문자 수만 60만 명에 가까운(2007년 기준) 조각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첫 구상은 1973년 뮌스터 시에서 구입 할 예정이었으나 당시의 시민들에겐 상당히 ‘모던한’ 작품이었던 조각가 조지 리키(George Rickey)의 ‘3개의 회전하는 사각형’(Drei rotierende Quadrate)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반발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에 대한 논란과 토론이 계속되자 당시 서독의 주립은행이 1975년 당시130,000DM(65,000유로)가격을 지불하고 조지 리키의 작품을 뮌스터 시에 선사하기로 결정하고, 베스트팔렌 주립미술관 관장 클라우스 부쓰만(Klaus Bußmann)과 세계적 큐레이터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는 뮌스터 시민들에게 현대예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더욱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1977년부터 예술가들 초대해 뮌스터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이거나 또는 지형적인 관계를 예술과 접목시켜 예술과 공공성의 관계를 토론할 수 있는 전반적인 실험장의 형태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하는 조각프로젝트는 카스퍼 쾨니히(Kasper Koenig)가 1회부터 꾸준히 총감독을 맡고 있고 브리타 페터스(Britta Peters)와 마리아네 바그너(Marianne Wagner)와 큐레이터로 함께 준비했으며 19개국의 작가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준비기간 동안 세 개의 매거진이 발간되었는데 첫 번째 ”Out of Body”는 퍼포먼스에 관한, 두 번째 “Out of Time”은 시간, 마지막으로 “Out of Place”는 장소특성화에 관한 테마를 가지고 사회와 신체, 시간, 장소의 개념들이 점점 증가하는 디지털화 시대에 어떻게 달라지고 또한 예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전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이 조각프로젝트에 초대된 세계적인 작가들은 꾸준히 “예술과 공공장소 그리고 도시의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 여타 2-3년 주기의 비엔날레나 아트페어 성격의 행사와는 비교가 안되는 10년이라는 오랜 준비기간 동안 스스로 전시할 공간을 찾아서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들이 시내 중심가와 시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원형산책로 프로메나데(Promenade)주변과 하펜(Hafen), 아호수(Aasee)를 비롯한 시 전역에 전시되기에 많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작품을 자연스럽게 향유하고 또한 뮌스터 방문객들에겐 시내 안 밖으로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조각 작품을 찾아다니며 입장료가 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Marl이라는 뮌스터 근교 작은 도시에서도 몇 작품을 선보이며 각 도시의 공공콜렉션을 교환해 다른 장소에서 선보이고 또한 이전보다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실험하고 질문하는 퍼포먼스와 비디오작업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등 이 시대의 조각의 개념과 공공영역의 예술에 대한 재규정을 반영하며 예술을 통해 비판적 경험 장을 만들어 다양한 장르의 사회적, 철학적, 정치적 관계를 질문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하기도 했던 프랑스출신의 피에르 위그는 2016년 폐장되어 곧 허물어 질 아이스링크에 3미터의 땅을 파고 피라미드 모양의 개폐식 천장의 창문을 통해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몰두하면서 예술로 표현할 수 있는 레퍼토리의 경계를 없애고 예술, 기술 그리고 자연의 결합 속에서 ‘실재’에 관한 개념을 확장시킨다. 사라져가는 공간을 재해석해서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이 작업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즐겨 찾던 장소가 허물어지기 전, 그 공간 안에서 새롭게 펼쳐진 작업을 통해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며 현대 미술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뉴욕에서 작업하고 있는 니콜 아이젠만 역시 뮌스터 시민들의 산책로 프로메나데(Promenade)주변에 연못을 설치하고 다섯 피규어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통상 마주치기 쉬운 장면이지만 장식적이며 고전적 방법을 벗어나 매력적이거나 영웅화된 형상이 아닌 뭔가 어색하고 반영웅적인 형상을 통해 공공장소 안에서 오래된 연못의 장식품으로써의 조각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일상적이나 새로움을 담은 이 작품 역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성격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터키출신의 아이세 에크만은 뮌스터 항구 북쪽의 주말이면 항시 관광객이 즐비한 강기슭과 상대적으로 공장지대의 음습한 남쪽기슭을 가로지르는 물속에 수면보다 살짝 낮은 길을 만들었다. 분단되어 보일 수 있는 양쪽 지역의 공간을 ‘물 위‘ 다리가 아니라 ‘물 속‘ 다리로 연결시켜 관람객들이 마치 물위를 걸어 다니는 듯 직접 체험 할 수 있다. 여름철의 친절한 이벤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詩)적이면서도 점차 수송과 운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뮌스터 항구의 장소를 선택해 뮌스터 특정장소의 의미를 되짚어보거나 유럽의 난민문제나 종교적 상징 등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주변 환경과 시민, 관광객의 경험으로 완성되는 작업을 통해 공공장소에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2013 베니스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였으며 2004년 터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제레미 델러는 이번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 2007년부터 10년간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10년전 54개의 뮌스터 주말정원클럽에 2017년까지 각자의 정원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사소한 일부터 작물의 성장 과정이나 기후의 변화 등을 자연스럽게 사진이나 글, 스케치로 기록하며 ‘정원일기’를 작성해 줄 수 있는지 제안했고 그 중에 다양한 국적의 주말정원클럽의 시민들이 만든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대략 30권의 녹색 정원일기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델러의 작품은 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예술과 문화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사회적, 환경적, 미학적 기능 안에서 삶을 어떻게 함께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하고 또한 주변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과 현지인이 배제된 단기간의 보여주기식 공공기획과 행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데 작가의 모습보다는 지역주민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흥미와 관심을 갖고 10년 동안 참여하여 진행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일대표작가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히토 슈토이얼은 영상작업과 설치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Hell Yeah We Fuck Die‘ 라는 제목은 온라인 음악잡지 빌보드지 중에 지난 10년간 영어 음악차트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었던 다섯 단어의 나열이다. 이 단어들은 다시 음악작곡을 위한 베이스역할을 하고 다시 빛나는 글자 모양으로 설치되었다. 로버트 실험장면의 영상은 LBS건물 (작품이 전시 되고 있는 장소)이 건설되기 전 기존에 위치했던 옛 뮌스터 동물원과의 장소특정적 관계를 통해 동물들의 생존지역과 현대산업기술의 관련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새롭게 인식하며 고민하게 만든다. 또 다른 영상작업에서는 터키의 남동쪽이며 시리아와의 국경지역인 Cizre배경으로 핸드폰 SIRI 소프트웨어를 연결시켜 전쟁 속에서 컴퓨터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대략 살펴본 올해의 전시 작품처럼 40년 전, 뮌스터 시민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고자 시작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어느새 10년 주기라는 호흡처럼 서서히 세계의 공공미술의 모범이 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당시의 뮌스터 2007년 조각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면 뮌스터 시민들은 100여 일간의 프로젝트 진행기간 동안 전시를 본다는 생각보다 여유롭게 산책하듯 주변의 작품들을 지나치고 발견하며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맞이했다. 시나 개인 기증자가 구입한 작품은 영구 설치되어 더욱 더 일상의 한 조각으로 도시에 존재하게 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가 한 번도 도시를 직접 변화 시키고자 노력하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작품이 도시에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일부분으로 흡수되어 공공장소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프로젝트로서 역할을 하고 진행되길 개인적으로 바라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10년 후 다시 뮌스터를 방문 했을 때에는 여전히 ‘조각’이 무엇이라 불리며 이해되고, 어떠한 작업들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관계 속에 어떤 모양새로 하늘아래 펼쳐질 지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안상훈

서른 나이에 독일로 떠나 뮌스터, 베를린에서 10년 넘는 시간을 흘러 다니다가
올해 귀국해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