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려면 – 부평 캠프마켓 반환 이후 향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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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평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미군기지 ‘캠프마켓’이 지난 12월 11일 반환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반환 논의가 있던 것이 1990년대 후반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날의 ‘즉시 반환’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2010년대 들어서 토양 오염 등의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지연되면서 반환 예상 시점이 계속 미뤄졌던 것도 이런 비현실적인 느낌의 이유인 것 같습니다.

부평 군부대의 역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조병창은 당시 일본 본토를 제외하면 조선과 만주국 내의 단 두 곳에만 존재했는데, 부평의 조병창이 그중 하나입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이 공간은 규모의 크고 작음이 달라졌을 뿐, 자연스레 주한미군과 그와 관련된 국군의 시설이 모인 곳이 되었습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군부대는 조금씩 침식되었으나 사라지지는 않고, 도시 한가운데에 마치 섬처럼 남았습니다. 수십 년 전 일부는 산곡동의 고층아파트로 변했습니다. 1997년에는 캠프마켓 건너편에 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2002년까지 조성공사를 거쳐 부평공원이 만들어졌고, 같은 시기 캠프마켓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일부 영역이 반환되어 부영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캠프마켓은 송도 센트럴파크보다도 넓은 13만 평 정도의 규모입니다. 인천에서 포화되고 오래된 도시의 숨을 틔게 할 넓은 공공 공간으로 변모 가능한 곳은, 섬과 같이 존재하는 이 캠프마켓밖에 없다는 인식이 1990년대부터 시작된 기지 반환에 관련한 주장 안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2월 11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캠프마켓 반환 기자회견
출처: 인천시 인터넷방송 홈페이지 (자세한내용 보러가기▶)

캠프마켓 반환 후 이 공간은 대규모 도심 공원이 되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산 이외에 도심 녹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대규모 공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공원이 만들어진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입니다. 간석오거리에서 인천 터미널에 이르는 중앙공원이 조성된 것이 이즈음입니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광장을 여의도 공원으로 바꿨고, 선유도 공원과 서울숲, 드림랜드가 문을 닫은 자리에 조성된 북서울 꿈의 숲이 연달아 만들어진 때이기도 합니다.

대도시 안에 있는 미군기지의 활용은 대체로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됩니다. 용산 등 다른 대도시 내의 군기지에 대한 논의도 대규모 녹지 조성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도 틀린 것도 아니며, 부평공원과 부영공원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캠프마켓 이후에 들어설 공간도 훌륭한 도심 공원이 되어 인천 북쪽 시민들의 삶의 질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저 공원을 만드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공원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고,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온통 나무와 물과 산책로만 있기엔 이곳은 너무 넓고, 인천 도심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빈 공간입니다. 이 공원이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할지, 어떤 공간을 품었을 때 시민들의 만족감이 더 높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어렵사리 확보한 공간을 헛되지 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시민사회 곳곳에서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캠프마켓의 건물 중 일부가 유일하게 일제시대 조병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박물관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50년대 대중가요가 미군기지 주변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점을 근거로 들어 대중음악과 관련된 대중음악 자료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도 있습니다. 인천시 의료원을 확대하는 데에 이용되어야 한다거나,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건립해야 한다고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인천의 부족한 문화예술 시설을 이유로 들며 시립미술관이 부평에도 하나 더 지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마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곳곳에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사회인 야구장이 늘었으면 할 테고, 또 누군가는 유소년 축구클럽을 위한 운동장을 기대할 것입니다. 자전거 하이킹 코스나 애견 동반 놀이터를 바라는 이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인천시는 대략적으로 공원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 2014년 주민 공람을 거쳐 2015년 1월 최초로 고시한 내용에서는 이곳을 ‘신촌공원’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녹지 공간을 위주로 일부 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용도를 정확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23개 동의 1층짜리 벽돌 건물의 ‘교양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5월 변경된 조서에서는 이 ‘교양시설’이 49개 동으로 늘어났습니다. 현재 캠프마켓에 남아있는 건물들의 역사성을 고려해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이 안을 어떤 것들로 채워 나갈지는 앞으로 고민할 부분으로 남겨 놓은 듯합니다.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인천시와 부평구의 공직자 및 연구자들은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용산이 그랬듯 설계 공모와 같은 과정을 거칠 수도 있습니다. 인천시 스스로도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슬로 시티 프로세스’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의 삶에 연결되는, 더 나은 공공 공간을 상상하고 만드는 몫은 이제 시민들의 손에 넘어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서울시에서 개최된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 2차 토론회 모습
출처: 다산콜센터 네이버 블로그 (자세한내용 보러가기▶)

저는 몇 차례 글을 통해서 이 땅의 미래를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계속해서 이야기해 왔습니다. 캠프마켓의 미래를 만드는 과정은 지역 정치와 거버넌스의 실험장이자 열매를 거두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시민으로부터의 도시계획’을 그리 믿지 않습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오래전부터 행정가와 전문가들이 지역에 필요한 공공 공간을 연구하고 조사합니다. 그렇지만 공공 공간을 마련하기 전 열리는 몇 번의 세미나나 토론회, 공청회는 대체로 잘 홍보되지 않고, 대부분 평일 낮에 열려서 참석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전부터 지극히 관심이 높던 사람들 일부가 빅마우스의 역할을 하고, 대다수의 시민은 다 건설되고 나면 그냥저냥 큰 만족도 불만도 없이 공공 공간을 이용합니다.

공공이 떠맡아야 하는 역할이 무겁지만,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도록 공유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계획을 검토·수정하며, 이렇게 시민들과 정말로 함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지역 언론은 지속적으로 인천 시민사회 곳곳에서 어떤 공공 공간을 원하는지 발굴하는 등, 캠프마켓이 반짝 이슈로 머물지 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북돋아 주었으면 합니다. 약간의 농담이 섞인 이야기입니다만, 어쩌면 정말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주변의 산 및 이미 조성된 공원과 연결된 녹지나 체육시설, 박물관이 아니라, 서울 동부권역 혹은 경기 동부권역까지 가지 않아도 도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일 수도 있습니다. “인천시는 공원을 만들려 합니다. 어떤 공원이 좋을까요?”보다는 “인천 시민은 이 자리에 어떤 공간을 원하시나요?”가 더 나은 질문일 수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더 소모되는 질문이지만, 저는 여러 번 그 지난한 과정이 오늘날의 도시계획에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십여 년 전 ‘마을 만들기’가 도입되던 때부터,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제도적 방법들이 마련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운영하는 행정가들의 조바심으로, 때로는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많은 제도들이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작은 성과들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캠프마켓은 주한미군의 손을 떠났지만, 아직 토지 정화의 문제가 남아있고, 당장 빵 공장이 문을 닫는 시점은 내년 여름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캠프마켓이 정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시민이 잘 사용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시민이 스스로 쌓아 올려서 만든 공간’이어야 합니다.

글 /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전갑생(2016). 한국전쟁기 인천의 미군기지와 전쟁포로수용소. 황해문화
심주영(2017).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과정의 도시담론 분석. 한국도시설계학회지 도시설계, 18(5)
전대욱,허훈(2015). 미군 반환기지의 특성과 통일대비 활용방안. 한국정책연구, 15(1)
인천광역시보 제1445호. (2015. 1. 26.) 인천광역시청
인천광역시보 제1742호. (2019. 5. 7.) 인천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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