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도약하는 문화도시 연수임고은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을 만나다
류수연(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임고은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약력
2004년 인천연구원이 잠시 송도에 머물던 시절,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의 연구보조원으로 처음 인천에, 연수구에 왔다. 이후 인천문화재단에 근무하며 <인천문화통신>을 창간하고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 <인천문화예술연감> 발간 등 인천의 문화정책 연구사업 및 문화사업을 담당해왔다. 2008년 연수구로 이사한 후,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으로 활약하다 2011년 <연수구 문화도시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를 계기로 연수구청 문화체육과에서 근무하며 연수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2020년 연수문화재단 사무국장을 거쳐 올 3월부터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임고은 센터장을 만나기에 앞서 그의 약력을 먼저 보았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으로 활약”하다 연구를 계기로 연수구청과 인연을 맺으며 현재 문화도시센터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그의 이력 속에서 그가 겪었을 고뇌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뇌를 함께해왔던 든든한 동지를 얻은 것처럼 반갑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연수구가 키운 여성 인재”
이것은 임고은 센터장을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인 것 같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인천문화지표연구의 보조원으로서 인천과의 인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후에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했고, 인천의 문화정책 연구사업 및 문화사업의 담당자가 되었다. 본 인터뷰의 지면인 <인천문화통신>의 창간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기에 그 감회가 새로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비 없는 인생은 없다 했던가? 다른 기관에 비해 비교적 여성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탄탄했던 인천문화재단에서 근무했음에도 육아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그는 자신의 경력을 내려놓는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십 수 년 전의 사회적 인프라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비록 육아로 인해 스스로 경력을 내려놓겠다는 선택을 했지만, 인천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연수구 문화도시 중장기 계획에 참여하면서 다시 문화기획자로서의 삶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육아와 병행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차 연수구의 활기차고 도전적인 정책과 분위기 속에서 점차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인재에게 개방적인 연수구의 진취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 덕이 크다고 강조했다.
(제공: 연수문화재단) |
(제공: 연수문화재단) |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 도시 연수”
그는 현재 연수구의 가장 큰 과제는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이라고 말한다. 특히 두 지역이 따로 떨어져 교량으로만 연결된 구조라서 다른 지역보다 지리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연수문화도시센터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 도시 연수”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원도심과 신도심 사이의 ‘차이’에 대한 긍정이면서,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서로를 잇고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은 바로 ‘문화다양성’이다. 연수구는 인천 내에서도 일찍부터 문화다양성의 문제가 구정의 중심에 놓여 있던 곳이다. 이제는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고려인·러시아·우즈베키스탄 이주민들이 원주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함박마을’을 필두로, 송도유원지 자동차 매매단지의 중동·중남미 이주민을 비롯해 국제도시인 송도 신도시에는 정말 다양한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하나의 공동 생활권을 이루어 살아가고, 살아가야 한다는 당위는 연수구를 그 어떤 도시보다 열린 행정으로 이끌어왔다. 서로 다른 인종·국적·종교·이념을 가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좋은 매개는 문화라는 점에서 연수구가 문화정책에 강점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연수구는 그 자체로 시민들의 요구를 통해 만들어진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임고은 센터장은 문화도시로서 연수구의 강점을 이렇게 말한다. 잘 알고 있는 대로 연수구의 원도심은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곳이다. 매립지였던 곳에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연수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계획도시인 신도시 초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적 인프라를 조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새롭게 도시로 이주해온 시민들의 요구가 구의 행정 전반을 바꾸어 온 것이다. 그러한 시민력이 현재 연수구의 원도심을 만들어온 요체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연수구 원도심 내에 있는 여러 종합사회복지관들이 지역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될 수 있다. 연수·세화·선학 종합사회복지관이 연수구의 역사와 함께 하며 주민과 함께하는 열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이끌어왔고, 새로 생긴 함박 종합사회복지관은 함박마을의 재생적 문화다양성 노력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도시의 진정한 동력이 결국 지역민의 시민력에 있다는 점에서 연수구는 이미 그 오랜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제공: 연수문화재단) |
(제공: 연수문화재단) |
“지역의 문화정책 패러다임과 매커니즘을 바꾸는 성과로서의 문화자치”
임 센터장은 연수문화재단의 문화도시 사업 추진 성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2020년 설립된 기초문화재단인 연수문화재단은 연수구가 가진 문화적 자생력을 연결하는 허브이자 거점으로서 문화도시 연수의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연수문화재단의 사업 중 돋보이는 것은 바로 레지던시인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과 ‘꿈꾸는 예술터’ 사업이다.
얼마 전 ‘아트플러그 연수’는 정규1기 작가 모집을 마쳤고, 현재 프리뷰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연수구에 자리 잡고 있는 가천대학교 가천학원이 10년 간 건물을 무료로 임대해 주면서 레지던시가 성공적으로 개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인 ‘꿈꾸는 예술터’가 리모델링을 예정하고 있다. 이것은 연수구에 사는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가장 현장의 예술을 접하고 그것을 향유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수구는 또한 지속적으로 연수구 곳곳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계획도시인 만큼 연수구는 인천 내에서도 가장 많은 공원을 가지고 있는 구이다. 그러한 곳곳의 공원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토요문화마당’은 지역민과 문화재단이 함께 만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변화함에 따라 잠정적으로는 ‘굿바이 코로나’를 선언할 수 있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업이 주민들의 자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거기에 따른 예산 또한 주민자치에 기대어 편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수구 주민참여예산 안에 문화도시분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한 강점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문화도시 사업을 발굴하고 그것을 예산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그는 연수문화재단과 문화도시센터가 주민들과의 밀착도와 애정 면에서 최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였다. 물론 하나의 사업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문화적 니즈에 대한 생각 차이가 늘 현장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딪치고 논쟁하는 시간들이야말로 연수를 가장 연수답게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송도도 변화해야죠. 현재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아젠다에 예술자유구역이라는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연수문화재단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신도시 송도에 문화적인 저변을 넓혀가는 일이다. 사실 송도는 경제논리에 몰두해서 개발된 도시이다. 국제도시와 스마트도시라는 가치에 맞추어 고층건물과 대규모 전시관들이 들어서 있지만, 아직까지도 문화적으로는 척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인천아트센터와 트라이보울 빼고 송도를 기억할 만한 문화적 공간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원이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모두 채워줄 수 없다. 더구나 국제도시라는 네이밍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가치만으로는 충족되기 어렵다. 따라서 임 센터장은 그에 걸맞은 문화콘텐츠들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현재 연수문화도시센터가 새롭게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라고 한다. 모든 신도시는 필연적으로 언젠가 구도시가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이다. 현재의 연수구 원도심은 그것을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이제 송도에도 그러한 노력들이 더욱 요구된다. 고층건물뿐인 도시가 아니라 그 사이 사이에 사람과 문화가 숨 쉬는 도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송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도에는 공항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항만과 여객터미널, 크루즈터미널 등이 같이 존재한다. 이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에 있어서도 엄청난 강점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모여들 수 있는 제반조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통상의 편의를 최대한 이용해서 임 센터장은 송도가 혁신적인 예술이 가능한 도시로 전환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예술가들에게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고 지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송도에서는 1년 내내 최첨단의 새로운 예술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예술자유구역 송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신도시의 롤모델이 될 연수구를 꿈꿉니다.”
임 센터장에게 마지막 포부를 물었다. 그는 연수구가 대한민국 모든 신도시의 롤모델이 되기를 꿈꾼다고 답하였다. 연수구는 구 전체가 ‘신도시’에서 시작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획도시로서 모든 신도시가 가진 장단점을 끌어안고 발전한 도시이며,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가치를 발굴해온 도시이다. 그러므로 연수구가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일은, 결국 다른 대한민국 도시들과 그 문화적 대안을 나누는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하였다.
‘문화’는 그대로 ‘삶’이다. 그것은 계획만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가치이다. 연수구는 지역민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가장 자생적으로 문화도시의 가치를 일구어낸 도시이며,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 당연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는 담당자에게서 그보다 큰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기쁘고 든든한 일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실천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임고은 센터장의 포부를 응원한다.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