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생들을 위한 문화의 장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이창영 음향감독과 함께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공연콘텐츠 강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공연프로그램 향유 기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본 사업에 오랫동안 참여해오고 있으며,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교육청 소속 공연장으로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기획 및 상연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해 상주예술단체 기획공연을 담당하는 이창영 음향감독을 만났다. 인터뷰가 의례 그러하듯 필자는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는데, 그는 가슴 아픈 기억 하나를 참조하며 말을 시작했다. 수많은 인천 청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가 그것이다. 이 사건 후에 생겨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문화의 부재가 어떠한 비극을 낳는지, 문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창영 음향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왼쪽 –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정문 / 오른쪽 –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싸리재홀 로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이창영 음향감독)
Q. 올해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공연장으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선정되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해 지어졌어요. 더욱 자세히 이야기하기 위해선 ‘인현동 화재 참사’라는 비극으로 돌아가야 해요.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시의 인현동 골목 호프집에 모인 수많은 학생이 화재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어요.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향유할 만한 놀이 공간,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담론이 형성되었죠. 당시 인천 지역 15개 고등학교 학생대표들은 “호프집에 출입하지 말라고 다그치시기 전에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죠. 그런 배경 하에서 설립된 게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문화회관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려있는 공간이에요. 현재는 학생들의 문화적 정서 함양과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문화교육 등의 목적과 함께, 문화를 통해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의 시설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것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리 문화회관의 특색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당구장, 노래방, pc방, 체육관, 북카페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과 공연문화가 합쳐져 청소년문화체육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청소년문화의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시설 중에서도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역시 공연장이에요.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전만 해도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은 인천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어요. 현재 이러한 시스템들을 다시 현대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고, 아마 올 7~8월쯤이면 전부 가시화될 것 같아요.
(싸리재홀 – 대공연장)
Q.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데, 사업을 통해 얻는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주변 문화 기관들과의 소통이 더 활발해졌다는 게 가장 이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전에 예산이 예술단체에만 갔을 때는 이러한 사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교육청 역시도 다른 기관들과 소통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 사업이 시작되면서 인식이 달라진 거죠. 단순 지원금만을 받는 것과 공연을 만들라는 건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렇게 예산이 마련되니, 놀람과 함께 충격을 받은 거죠. 우리가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외부기관들과 협력이 필요하구나라고 인식을 바꾸게 되었고, 거기에 따라 교직원분들 역시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게 가장 큰 성과에요. 대화의 계기가 만들어지면서, 문화공연에 대한 모니터링도 따라왔고, 담당 교사들과 사업담당자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Q. 상주단체들과 협력 및 협업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A. 작년일 거예요. 마무리를 잘했다는 보람. 구체적으로는, 솔직히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창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클래식이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작년에만 가곡을 두 개 창작해냈다는 게 가장 보람찬 기억 중 하나에요. N.A. 컴퍼니 같은 경우에도 힘겨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만들어 무대로 올리고 지속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게 뿌듯했어요. 그런 보람 때문인지 올해는 더 잘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생각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천문화재단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Q. 오케스트라 얘기가 나왔는데, 이 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있다고 알고 있다.
A. 인천 소재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원을 뽑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이 친구들은 다른 레슨 받는 친구들처럼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일반 학생들을 뽑아서 매주 한 번씩 교육하는데, 지휘자님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들의 수준이 올라왔어요.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경우 1년에 한 번 기획공연을 하고 있어요.
Q. 올해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전통타악 아작’과도 함께 하게 됐다. 이전 계양문화회관에 상주할 때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던 단체라 기대가 클 것 같다.
A. 그런 훌륭한 팀이 저희 쪽으로 와줘서 고맙죠.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잔치마당과는 7년째 같이 했는데, 한 공연장에 한 단체가 너무 오랫동안 상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내부적으로 예산문제도 있었지만, 다른 공연장에도 기회를 주어야 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잔치마당과는 결별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번에 함께하게 된 전통타악 아작 역시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갖고 무대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호평을 굉장히 많이 받는 팀이기도 하고요. 제가 봤는데도 굉장히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왼쪽-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 오른쪽-전통타악 아작)
Q. 타 공연장과는 달리 학생, 학부모, 교직원 관객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중점을 두는 사항이 있는지 알고 싶다.
A. 자유학기제와 연계하는 경우엔 그 목적에 맞게 설정하는 데, 공연마다 성격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도 가능하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예를 들어 수능공연 같은 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학생들을 위한다는 목적엔 변함이 없어요. 물론 가끔 아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공연들을 가져오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설문을 통해 문제점들을 지적을 해주세요. 그래서 계속 조율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전통타악 아작 등 상주단체도 마찬가지예요. 클래식과 전통음악은 교육적 목적으로 한 번쯤은 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장르들을 아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Q. 앞으로의 활동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이전부터도 생각해왔지만, 사실 지원금만으로는 단체가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많이는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예산을 만들어 상주단체들이 공연을 한두 번은 더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어요. 힘들게 만든 공연들인데 한 번만 하고 끝내긴 아쉽다는 거죠. 이건 말은 안 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일 거예요. 다른 공연장들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상주단체들은 자기들 작품이니까 발전시키고 더 투자하지만, 공연장은 이런 노력이 없으면 단지 예산만 받아다가 상주단체에게 주는 중간다리 역할 밖에 안 하는 거예요. 참여하는 게 없다는 거죠. 공연장이 자기 일을 다 한다면, 상주단체들에게 예산 부분을 도와주는 게 가장 큰 일일 거예요. 그러면 상주단체는 공연을 한 회라도 더 할 수 있고, 공연장은 관객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이런 노력이 없으면 상주라는 의미가 무색해지지 않을까요. 서로 준비를 해야지 상주죠. 상주는 말이 상주지, 그 기간은 소속으로 봐야 하는 거예요. 그런 만큼 예술가들에게 배려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해요.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즐기는 인천의 학생들)
Q.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을 찾을 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우리 문화회관을 찾는 시민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가끔 티켓 문제 때문에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사실 그분들 때문에 저희가 발전하는 거죠. 관심이 없으면 오시지도 않았을 거예요. 2004년 처음 문화회관이 지어졌을 때가 생각나요. 개관공연 때는 객석에 몇 명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문화회관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교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노력했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지역적인 문제와 함께, 학생들의 문화 향유와 예술단체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노력할거에요. 무엇보다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려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글/ 박치영 문화통신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