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했다. 작가는 수행적인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하지 않)는 방식, 거기에 관여하는 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원리들을 탐구한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 동기로 작동할 때의 심리와 과정에 호기심을 느낀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우리 개인은 종종 교과서로 외국어를 공부하듯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개인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는 습관 속에서 개인과 사회적 규칙이 불화하는 지점을 발견할 때, 그 충돌을 재연하거나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이렇게 구상한 퍼포먼스는 대개 신체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이나 놀이처럼 이루어진다. 나는 퍼포먼스의 의도를 전달하고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지시문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지시문을 통해 관람객이 퍼포먼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수행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지시문, 21.6×27.9cm, 먹지 위에 종이, 수채 물감, 2011 |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16mm 필름을 디지타이즈한 SD 비디오, 2분 56초, 2011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최근에 작업한 <안녕>(2019)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 전철 밖 어딘가에 있는 내가 전철 안에 있는 관객에게 멀리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퍼포먼스였다. 전시장에는 이 퍼포먼스의 예고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작업이 전시되었고,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열차 정보를 자막으로 공지했다. 이 영상 자체가 관객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지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본 관객이 영상에서 공지된 열차 정보에 맞춰 전철을 타면 창밖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
재작년에 만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언젠가 이 경험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숨쉬기도 힘들 만큼 사람으로 가득 찬 열차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타인에 대한 한계치가 점점 낮아져서 조금이라도 남의 살이 닿는 것이 참을 수 없어지는 게 무섭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멀리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반갑다는 점이었다. 비행기에서, 여행지에서, 모노레일에서, 다들 저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팔을 크게 흔들어 인사한다.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역설을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안녕(Take Care), 퍼포먼스, 30분, 2019 |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와 현재의 많은 예술작품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나는 자신이 작가이기 이전에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느낀다. 영향을 받은 인물을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지만, 미술에 입문한 계기는 오노 요코의 전시였고, 나의 퍼포먼스 지시문 작업도 그의 작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 시절에는 미국의 초기 실험 영화에 빠져, 마야 데렌(Maya Deren)의 작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나의 작업 <안녕>의 경우 일본의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친밀함(Intimacies)>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영화에서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연인에게 상대방이 멀리서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본 뒤 그 장면을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기 케이크(Air Cake),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26초, 2018 |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미술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작업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한다. 미술이 사람들의 삶과 너무 유리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관객이 최소한의 노력(소극적인 방식)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나의 작업을 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 결과로 나온 작업이 바로 <안녕>이다.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와중에 볼 수 있는 작업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전시장에서 작업을 떼어내 일상 공간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작업 말이다. 그렇게 해서 관객이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과 미술을 경험하는 공간이 겹치는 순간이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지면 아름답겠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만들었다.
푹신푹신 준비운동: 여름편(Fluffy Fluffy Warm-Up: Summer),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3초, 2018 |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하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내가 다른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내 작업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평행 산책(Parallel Walk),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5초, 2018 |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hyeyeo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