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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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은 회화와 드로잉, 벽화 등의 방식으로 개인적 경험을 여러 징후들과 연결시켜 작업한다. 산수화의 맥락 안에서 전통, 현대, 산수, 풍경 그리고 도시가 뒤섞여 엉키는 문화적 지평을 묘사한다. 감정적 경험을 풍경에 대입하고, 기록 밖으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을 상상으로 일궈 화면을 구성한다.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재료의 실험과 변주를 통해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한다. 개인전으로는 《나는 멀리 있었다》(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9), 《먼 목소리》(포스코미술관, 서울, 2016) 등이 있다. 《해가 서쪽으로 진 뒤에》(우란문화재단, 서울, 2020), 《One Shiny Day》(뉴델리 인도국립현대미술관, 뉴델리, 인도, 2019), 《정글의 소금》(베트남여성박물관, 하노이, 베트남, 2018), 《Permeated Perspective》(두산갤러리 뉴욕, 미국, 2013) 등 국내외 여러 전시에 참여했다. 뉴욕 폴록-크라즈너 재단 그랜트와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가회도(모시에 수묵담채, 244x185cm, 200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개인적 경험을 여러 징후들과 연결시켜 회화와 드로잉, 벽화 등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산수화의 맥락 안에서 전통과 현대, 산수와 도시의 풍경에서 뒤섞이는 문화적 지평을 묘사해왔다. 역사와 사건, 현재의 시간대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지면서 작품 속에서 시각화되고, 나의 감정적 경험을 풍경에 대입하여 기록 밖으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을 화면에 담는다. 또한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재료의 실험과 변주를 통해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의 실경과 옛것의 교차편집 방식을 통해 전통과의 단절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멀리 있었다(I Was Far Away)》 전시 전경(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9)

나의 작품 중 <가회도(Map of Gahoe)>(2009)라는 작업은 북촌 지역을 담고 있다. 이 지역은 많은 사료가 남아있어 연구하기 좋았다. 나는 옛 지도를 보는 것도 구글 지도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웹 지도는 업데이트 과정에 따라 이전의 자료가 지워진다. 나는 이런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 1세기가 넘도록 그려져 서로 다른 시간대가 한 장면에 공존하는 중세 유럽의 지도처럼, 나는 서로 다른 시간과 이야기가 한 면에 쌓여있는 지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포옹(비단에 먹과 호분, 31.8×40.9cm, 2018)

나의 작업 과정은 먼저 화판에 장지를 고정하고, 그 위에 색을 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것이 좋아 배채를 즐겨 사용한다. 그 위에 원단을 배접해 바탕을 만들고, 화면을 구성해, 밑그림을 그린 후, 전체적인 분위기와 표현 방법을 정해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그림이 완성되면 마감재로 마무리한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9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렸던 《나는 멀리 있었다》는 미국인 여행가 버튼 홈즈(Burton Holmes)가 1901년 조선의 거리를 찍은 흑백 영상에서 추출한 장면들을 바탕으로 풀어낸 전시였다. 나는 장면 속 인물의 신체를 지우는 대신 거동의 흔적을 남겼다. 이를 통해 거리를 두고 조선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과 나의 시선을 동일시하면서도, 인물을 타자의 시선에 남겨두지 않고, 그들이 거기에 있었음을 증명하고 기억하면서 상실된 세계를 붙잡고자 했다. 영상 촬영이 홈즈의 미적 호기심 혹은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일제 강점기의 폭압적 시선이나 전통에 대한 문화적 강박에서 자유로운 거리를 유지한 여행자의 시선을 빌려, 우리의 일부였던 상실된 세계를 바라보고 싶었다. 한때 우리의 일부였으나 먼 곳에 있는 것의 자취를 더듬어 본 전시였다.

고요의 바다(모시와 마에 수묵담채, 금분, 호분, 150x150cm, 2015-2016) (비단에 먹과 호분, 가변크기, 2018)

불확실성과 가능성은 나의 작업의 분기점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단절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나는 새로운 형상과 이야기를 발견하고자 했고 이 전시는 그런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내가 모르던 내 안의 무엇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것이 초점 안으로 들어왔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고, 이 변화의 시기는 적절했던 것 같다.

원서도(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7) 삼청Ⅰ(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8) 삼청Ⅱ(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도시 환경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새로운 생각을 위한 새로운 풍경이 필요하다. 우리의 전통회화에서도 큰 영감을 받는다. 진경산수화가 그려지던 시기에 실학, 한글 창제, 진경 문학 등의 문화 흐름이 있었다. 이는 중국을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발견하려는 시도였다. 나는 정선의 그림을 통해 그가 우리 땅을 어떻게 보고, 그렸는지, 관습처럼 이어져 온 표현 방식에서 탈피하여 어떻게 자신의 것을 만들었는지 살피면서 환경을 시각화하는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정선의 그림을 들고 현장을 다니며, 그와 나의 다름을 실감했다. 오늘의 우리는 도시에서 생활한다. 풍경의 변화에 따라 관점도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전통매체와 다른 매체들을 혼용한다.

우물(벽면에 테이핑, 드로잉 설치, 가변크기, 2020)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상실된 것을 호출해 현실과 연결한다. 연결을 통해 제3의 의미를 파생시키고, 그 역사와 시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단절된 공간을 가상으로 연결하고, 오래된 필름 속 인물을 불러내 사라져버린 세계와의 관계회복을 꿈꾼다. 전통은 반복되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전통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관습적인 수식에서 벗어난, 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시선이 필요하다. 나는 관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런 것들을 점검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점검하면서 생생한 의미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감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렬차(벽면에 테이핑, 드로잉 설치, 가변크기, 2019)
《1919년 3월 1일 날씨 맑음(One Shiny Day)》 전시 전경(대구미술관, 대구,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문을 열어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나는 세상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넓힌다. 나는 서구문화의 이입에 의한 타자의 시선이 개입된 개항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근대화를 둘러싼 사건과 질문이 응축된 시기다. 서울과 평양을 가상의 철도역으로 연결하는 <렬차(The Train)>(2018)와 숭례문의 소실과 복원에 대해 이야기한 <숭례문(Sungnyemun)>(2019)은 사라져버린 세계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나의 작업의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다층적인 관점들은 전통과 현대의 재맥락화, 제도로서의 전통과 제도 밖 전통에 대한 나의 고민과 질문에 맞닿아있다. 내게 전통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는 근대화와 도시형성 그리고 우리가 만든 도시 풍경에 대한 관심사를 보다 깊고 넓게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숭례문(Sungnyemun)》 전시 전경(산수문화, 서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글/사진: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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