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호 YUN Je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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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테크놀러지과에서 컴퓨터음악작곡 전문사를 취득하였고 소리, 빛과 공간 자체를 언어화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디지털 세계를 현실 공간에 구현하고 컴퓨터로 디자인된 소리와 빛으로 채운다. 작가는 기존의 틀에 박힌 관람, 청취 방식을 지양하며, 관람객이 공간에 참여하여 촉지적 감각과 함께 의문을 가지게 하고 작품을 실마리로 각자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하고 탐색하게 만든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화 되어가는 ‘부유하는 현대인’ 에게 각자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경계를 사유하며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休息洞窟(휴식동굴), 6분 1초, 가변크기, 아크릴릭 큐브, LED 라이트, 무빙 헤드 레이저, 윈치 시스템,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와 빛으로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고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하여 디지털 시대 속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악기와 전자음악 또는 전자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작업을 해오다가, 2015년에 유망예술지원으로 <SOUNDHUE> 라는 이름의 단독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리, 빛,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과 전시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확장되어 공연과 전시 형태를 구분 짓지 않는 형태의 작업을 이어 가게 되었다.
나는 주로 전시 혹은 퍼포먼스 공간의 형태에 맞추어 작업한다. 공간을 보고 빛과 오브제 형태를 생각한 뒤 소리의 위치를 고민한다. 소프트웨어로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짠 후 실재 공간에서 프로토타입을 설치해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 그 후에는 느낌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고 실험해보며 음악을 만든다. 빛과 영상은 소리에 맞춰 반응하거나 음악의 타임라인에 맞추어 변화된다.

線(선), 6×4×4m, 옵티컬 프로젝션 시스템, 4채널 스크린, 스피커, 의자, 2015(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서울)
Maze Composition(메이즈 컴포지션), 6×4×4m, 옵티컬 프로젝션 시스템, 4채널 스크린, 스피커, 의자, 2015(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서울)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 작업/전시는 2019년 작업 <휴식동굴>이다. 서울에서 전시 형태로 진행한 첫 작업이었고, 많은 일반 관람객과 만나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전시는 공연보다 전시 활동이 많아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인은 디지털 데이터가 떠다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꺼지거나 온라인과 접속이 끊어진 채 자연으로 돌아갈 때,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디지털 세계에 둘러싸여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쉼’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세계, ‘그곳’에 존재할 것이라는 환상과 맞닿아 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완벽한 ‘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갈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를 기꺼이 자연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인다면 도시에서도 ‘쉼’을 발견할 수 있고 디지털 기기로 인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정처 없이 부유하는 현대인에 걸맞은 ‘쉼’이 완성될 수 있다. <휴식동굴>은 데이터화되어 존재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모호해지는 디지털 공간에서 ‘쉼’과 함께 우리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시였다. 나의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는 구분을 짓지 못하는 ‘모호함, 혼재’ 이다.

休息洞窟(휴식동굴), 6분 1초, 가변크기, 아크릴릭 큐브, LED 라이트, 무빙 헤드 레이저, 윈치 시스템,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선생님들, 선후배를 포함한 동료들에게서 작업 영향을 받아오고 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꼭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 주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그들과 작품을 만들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영감을 받는 편이다. 한 예로 원래는 컴퓨터와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주로 하다가 2017년에 입주한 경기 창작 센터작가들의 영향으로 오브제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현재의 작품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작업의 원동력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고, 작품의 실재적인 영감은 전시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실재 공간에서 얻는다.

Another space on the wall, 4분 10초, 빔프로젝터, 무빙 헤드 레이저, 2019(문화비축기지 T6, 서울)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업의 의미는 상상과 고민했던 것들을 실현하는 자체에 있다. 결과의 좋고 나쁨보다 생각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험이 더 의미가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결과물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나는 나의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감상하길 바란다.

동굴에서 빛을 만지다, 가변크기, 무빙 헤드 레이저, 아크릴릭 큐브, 윈치, 키넥트 센서,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독특한 장소에서 그 공간과 나의 작업이 하나의 퍼포먼스로 온전히 결합되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예술가로서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통해 느낀 감각의 기억들이 잊히지 않는 작업을 제작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은하수 빛으로 병기를 씻다, 7분 3초, 가변크기, 무빙 헤드 레이저, 빔프로젝터, 투명 아크릴릭 큐브,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jeho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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