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수 LEE Byu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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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는 구체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하여,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이어왔다.

당신의 눈앞에, 가변설치,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전망대, HMD gear, EL 테이프,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풍경이라는 것이 바라보는 자의 주관적 관여가 개입된,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종의 구축된 이미지인 것처럼, 장소 역시 사회적 구조와 조건들에 의해 강요되고 은폐되곤 한다. 나는 장소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도록 만들고,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여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달리 보이게 하며, 연관이 없던 것에 관계를 설정하여 현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재고하고, 그 이면들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당신의 눈앞에,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 작업을 하나 선택하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2019년 개인전 《이음새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나의 작업은 특정 장소나 환경에서 영감을 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장소는 점점 데이터와 비물질적 요소로 점철된 비장소로 변해가고 있으며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그 빠르기는 증가하고 있다. 전자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경험과 지각방식의 변화는 타자와의 직접적 소통과 실재에 대한 경험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의 조건에서 우리는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계의 가상적 풍경 이미지가 만드는 허구로서의 장소와 이를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주체와의 관계를 작품으로 다루고자 했다. 이 전시에서는 특히 VR(가상현실) 장치의 특징적 요소들을 작품에 개입시켰는데,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의 특성에서 기인하여 VR이 구현하는 가상적 장소와 이를 시각적 인지뿐만 아니라 신체적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장소적 경험에 대해 질문하고자 하였다.

이중구속, 3분 20초, VR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사의 고전들을 비롯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은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넣어주는 존재들이다. 변화하는 기술과 삶의 방식 또한 작업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미술가는 세상을 향하는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질문하고 의심하려는 태도가 미술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작품과 전시를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관악산 호랑이 연구소의 어제와 오늘, 3분 17초, 단채널 비디오, 2011
스쿠아의 공격을 예술적으로 대처하는 7가지 방법, 4분, 단채널 비디오, 2013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시대에 따라 예술의 정의와 역할은 변해왔고, 시대적 요구와 생각의 변화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의 측면들을 이끌어 왔다. 좁게 보자면, 나라는 한 개인에게 있어서 예술은 말해야 할 그 무엇임과 동시에 그것을 말하는 방식일 것이다. 말해야 할 것은 집단적 가치에 의해 놓치고 있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성일 것이고, 말하는 방식이란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표현의 방법일 것이다. 미술은 친숙하면서도 어렵기도 하고, 의미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러나 ‘의미를 만든다’라는 것조차, 그것이 오역되는 것 역시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개인의 표현이 다수에게 영향을 주고 나아가 그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인식된다는 점은 예술이 가진 원초적 힘이고 나 역시 그 힘을 믿고 있다.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SO.S》 전시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0~11년 거주했던 동네의 주변부를 주목하고 기록한 작업 <에피소드>(2010), <독산십이경>(2011)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장소에서 발생하고 서로 부딪히는 다양한 주장과 믿음들을 사회적 맥락에서 쫓았던 <관악산 호랑이>, <인식의 각도>와 같은 2012년의 작업을 거쳐, 2014년 이후 나의 작업은 <메이드 인 안타티카>(2014),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2018), <이음새 없는 세계>(2019)와 같이 실제로 다다르기 어려운 장소들을 재현하고 그 너머의 가상영역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 또한 기존의 작업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며 장소, 미디어, 디지털, 신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2018, 2019년 최근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였는데, 이를 좀 더 확장해 볼 생각이다.

선을 넘으려면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고 착용하십시오, 32x37cm(5pcs),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leebyungs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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