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경률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첼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형식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형식 실험 방법론을 채택하여 시각화된 회화를 보여주는 구조와 내러티브 생성으로 전유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직관적으로 그려낸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구성하여 그림의 내러티브를 결정짓는 구조를 탐구한다. 전형적인 회화에서 벗어난 이러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작가는 예술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 Meeting Pl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wood, sponge, plaster, paper tape, orange, acrylic tube, clay, toy, wooden frame,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7-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회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그리기’ 혹은 ‘그리기 행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감성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나오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행위가 어떻게 예술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한 실험이다. 그래서 ‘연약한 회화’, 다시 말하면 일종의 드로잉에 가까운 회화 형식을 기초로 하며 그림의 ‘내러티브(이야기)’ 자체보다 그것을 결정짓는 구조에 주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For You Who Do Not Listen to Me_Oil on canvas_140x150cm_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회화에서 설치작업으로 확장하는데 기점이 되었던 2017년 영국 런던의 사이드룸(SIDE ROOM) 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New paintings》를 말할 수 있겠다. 그곳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오래된 벽돌 건물에 벽을 세우고 자연광으로 조명을 해결하는 등 독특한 조건으로 전시를 만드는 공간이다. 이러한 복잡한 공간에 그림을 거는 순간 그 공간 안에 외부적인 요소들(벽돌, 오래된 낙서, 실금 등)이 회화 내부의 요소로 느껴지면서 그림이 걸린 공간 자체가 하나의 화면으로 느껴졌다. 이는 회화에 대한 관념이 깨지게 된 경험이었다. 그 후 나는 그림을 어떻게 걸든지 상관이 없었고, 화면에 칠해진 붓질이 하나의 오브제이듯이 완성된 회화도 하나의 오브제로써 보이기 시작했다.
New Paintings_Installation view at SIDE ROOM Gallery_London_2017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서울과 뉴욕에 있을 개인전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일 계획이다. 이 두 전시에서 나는 ‘읽는 행위’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내러티브를 연결 짓는 구조에 주목하면서 공간 자체를 작품( 구조의 일부)으로 활용하는 기존의 ‘조각적 페인팅’ 개념에 조형적 실험을 추가해서 보다 적극적인 재료적 물질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A Meeting Place_Installation view at Madame Lillie gallery, London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최근 일련의 작업은 실제 작품의 내러티브와 관람객이 받아들이는 내러티브 사이에서 오는 간극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하여 19세기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의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에서 다루는 ‘비워진 내러티브’를 배경으로 한 ‘시각적 읽기 행위’에 대한 실험들이었다. 이미 미술사 안에서 (그리고 동양에서는 더 일찍이)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 많은 실험이 있었으나,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문학에서 내러티브가 다뤄지는 방식, 즉 구조적으로 생략과 함축, 도치 등 무의식적 글쓰기 방식을 실천했던 작가들이다.
영국의 소설가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은 그의 저서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에서 시차와 시점을 넘나드는 자유 기술적(무의식적) 서사구조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소설의 제목에서 연상될 법한 주인공의 일생이 아닌 직관적인 글쓰기와 사용하는 언어의 형태(위치와 구성)에 주목하였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자신의 글쓰기를 빙산에 비유하며, 불필요한 어구가 없는 문체로 억제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언어의 함축과 그에 따른 무의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처럼 문학에서 언어가 다뤄지는 실험적 방식들은 내 작업에서 이미지가 다뤄지는 방식의 레퍼런스가 되면서 동시에 인류사와 함께 존재해오던 말과 글, 이야기(내러티브), 이미지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어 배경이 된다.
Finding a Triangle Through a Square_Oil on canvas, plaster, light, wooden plinth, Dimensions variable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한 예로 《송은미술대상전》(송은아트스페이스, 2018)에서 전시했던 작품〈예쁜 얼굴(A pretty face)〉(2018)과 〈제목미정(Not titled yet)〉(2018)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완결된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으로써, ‘무제(Untitled)’ 혹은 ‘진행 중(In progress)’이 아닌 확장된 내러티브의 단서로서 의미를 갖는다. 반면 후자의 작품은 ‘예쁜 얼굴‘이라는 형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제목을 붙이었다. 사실 작품명만으로도 경계가 없는 두 작업을 통해 나는 관객이 어떻게 다르게 읽는지를 관찰하고, 또한 관객 스스로는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Not Titled Yet_Oil on canvas, oil on paper, glazed ceramic,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A Pretty F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plaster, paper tape, orange, spray on thread, clay, wooden stick,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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