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현 MOON S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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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소현은 경희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 전공으로 전문사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2006년부터 스톱모션 방식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및 비디오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불꽃축제>(2018), <공원생활>(2015-2016), <텅>(2012), <없애다…없어지다>(2009), <빛의 중독>(2007)이 있다. 이 작업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프랑스 낭트3대륙영화제,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그 외에 백남준아트센터, 일현미술관, 스페이스오뉴월 등에서 다양한 설치 형태로 전시되었다.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스페이스 오뉴월, 2016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지금까지 제작한 작업을 연도별로 소개하며 나의 창작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한 작업은 주로 스트레스 상황에 마주한 개인의 태도를 호기심 있게 연구하고 이를 스톱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하였다. 관련 작업으로는 먼저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2007)이 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사적 영역이 축소되고, 개인정보의 유출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재 상황을 빛과 그 빛에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업이다. 또한 상처를 빠르게 없애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상처를 칼로 잘라내다가, 자신의 존재까지도 없애버리는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2009)와 추억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소지품을 들쳐 매고 다니는 여자가 등장하는 <You can’t leave me>(2009) 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2012년에 제작한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은 혀의 주요 기능인 언어를 상실하고, 혀를 그저 입안에 가득 차 있는 근육으로만 인식하는 인물이 이 근육을 자극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3년에 제작한 <눈 가리고 아웅>에서는 건물주가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해 얇은 합판으로 쪼개놓은 원룸촌에 사는 세입자의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를 영상 설치를 통해 표현하였다.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 단채널 영상, 7분 6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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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로는 개인의 상황보다 집단, 공동체, 사회의 시선으로 확장해나갔다. 공동체에서 발생한 위기와 폭력이 어떤 장치로 인해 폭발 혹은 방향전환 되는지 관찰하는 과정에서 <공원생활(Life in the Park)>을 진행하게 되었다. 도시 속의 자연은 어떤 형태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한 실제로 도시인들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도시 속 공원들을 2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기록하였다. 그 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그로테스크한 공원의 풍경과 상황들을 퍼펫(Prppet, 주로 인형극에서 사용하는 인형, 꼭두각시 등을 뜻하는 용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여, 1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공원생활>을 완성하고 나서 2016년부터 더 넓은 범위의 지역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풍경들을 촬영하고 이를 변형하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자연 휴양지와 관광지를 직접 방문하여,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주말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장소에 모인 군중들을 더 결속시키는 장치의 역할을 하는 각종 축제도 함께 관찰하였는데, 이는 2018년에 제작한 작업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으로 이어진다. 나는 주로 앞서 이야기한 인형극 형식과 스톱모션 방식을 활용하지만, 전시에서는 주로 영상 설치 형태구현 한다.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 단채널 영상_6분 31초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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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작업의 핵심 단어 혹은 개념을 이야기한다면 ‘폭력의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작으로는 <공원생활>이 있다. 이 작품은 도시인의 스트레스 해소, 여가, 오락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속 공원들을 지속해서 관찰한 결과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기괴하게 변모해가는 공원의 풍경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였다. 

“오리에게 화살이 없는 활을 진지하게 겨누고 있는 남자. 휠체어를 끌고 힘겹게 산책하는 사람. 샘솟고 있는 검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지지대로 연결된 힘없이 흔들리는 나무숲. 흙먼지를 내고 사라지는 덤프트럭. 목줄에 묶인 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어 울부짖는 개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려고 줄을 서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먹이를 더는 먹을 수 없어 토해내는 동물. 활활 타는 불을 보며 쉴 새 없이 고기를 굽는 사람들······.”

영상 속의 등장인물들은 정확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는 원인과 결과가 삭제되어 있고. 시작과 끝도 부재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서로 관계 맺지 못하고, 그들이 있는 시간은 어디에도 귀착되지 않는 듯 불분명하며, 되풀이된다. 영상 속 공간은 그들의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고착 되어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풍경과 행위는 위기 단계에 머물 뿐 결코 절정과 해소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위기의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도, 새롭게 시작하지도 못한 채 끊임없는 오류의 상태에 걸려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채 한없이 반복되는 행위들은 12채널 비디오로 설치되어 전시되었고, 싱글채널로 편집하여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9_먹이주는 시간(04: 25)   #11_물놀이(03:57)

 
#5_튼튼한 다리(01:02)   #10_화살 없는 활(05:20)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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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생활>을 제작할 당시에 나는 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고, 삶의 만족도도 낮았으며 나를 둘러싼 환경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행복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도시 속 자연환경에 들어가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였고, 그 실패에서 얻은 감정들을 <공원생활>에 쏟아 내었다. 이전 작업에 비해 무대의 크기가 커졌으며 처음으로 1명이 아닌 10명이 넘는 인형들을 제작하고 컨트롤해야 했다. 또한 머릿속의 이미지들을 구현해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혼자서 제작, 촬영, 편집을 진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힘에 부쳤고, 불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작업실에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2012년 <텅>을 완성한 이후로 3년 이상의 시간을 <공원생활>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처음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되었고 기금도 받게 되었으며, 영화제의 국제 경쟁 섹션에 참여하여 관객상도 받았다. 힘들게 시작하고 완성한 작업은 결국 작업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현재는 공원이라는 장소보다 더 광범위한 장소를 관찰하고 있으며, 학부 때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를 심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 단채널 영상, 11분 47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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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인천역 주변은 도시와 관광지, 공항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영상 촬영을 하기가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기존 작업인 <불꽃 축제>나 <낙원으로>의 연속성을 갖는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다. 나는 이전 작업 <빛의 중독>을 시작으로 도시 속의 빛에 계속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또 다른 작업 <텅> 안의 색이 현란하게 바뀌는 모니터로 변모하였고, <공원생활>에서는 빨간 고깃덩어리를 태우는 불로 표현되었다. 또한,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에서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빛을 추적하고 수집하여 재편집하였다. 이번에 계획하는 신작을 통해서는 휘황찬란한 빛 속에 놓인 인체의 상황을 재현하고자 한다.

 
#1_빛나는 밤   #2_순한 짐승

낙원으로, 2채널 영상 설치, 20분 17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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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조소과를 다니던 시절, 나는 영상 작업을 배우고 싶었지만, 어떻게 영상을 제작하고 장면을 연출하는지, 그리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5~2006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Youtube)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영상에 접근하기가 더욱더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지인이 빌려준 얀 슈반크마이어(Jan Svankmajer)라는 감독의 단편영화 VHS 테이프를 무한 반복 시청하면서 스톱모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감독을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를 수도 없이 보고, 그의 글과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에게 그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었다. 트라우마나 폭력, 욕망, 그로테스크라는 주제 의식을 내 어린 시절 감정들로 작업에 녹여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 로이 앤더슨(Roy Andersson)과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찰리 카프만(Charlie Kaufman)의 영화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폭력과 성스러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를 읽으며 호기심을 해결한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나의 주변 상황이다. 어떻게 시간을 버틸까 고민하고, 타인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많은 생각과 질문은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진다. 현재 구상하는 작업이 많이 있으나 시간이 없어서 실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Beyond Thinking》 전시 설치전경, 고양 아람 누리 아람미술관, 2018

 
#1_불타는 밤   #3_터지는 폭죽들

불꽃 축제, 8채널 영상 설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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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게 작업이란 김영하의 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에 등장하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개념과 비슷하다. 예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저 작업하면서 시간을 버텨낼 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기 때문이다. 지점토, 수중모터, 에어 호스, 가변설치, 2017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착각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혼자 작업 해왔다면, 이제는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좋은 영향을 서로 받고 싶다. 예술가로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욱더 질 좋은 시각과 경험들을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또한 항상 노력하고 고민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You Can’t Leave Me, 단채널 영상, 4분35초, 200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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