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동섭의 ‘뮤지컬, 인문학을 만나다.’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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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평생학습관 홈페이지

3월 26일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인천광역시평생학습관이 공동주최한 2018년 인문학대중화사업 제24회 인문학콘서트 ‘뮤지컬, 인문학을 만나다. <레미제라블>’이 열렸다. 이전에도 인천시평생학습관에서 한 차례 뮤지컬 관련 강의를 한 이동섭 작가가 진행하였으며, 성악가 3인의 레미제라블 OST 공연도 더해져 더욱 풍성한 시간을 이루었다.

‘예술은 역사를 반영한다. <레미제라블>과 프랑스 혁명’

© 김지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수많은 종류의 예술들. 우리는 그것의 탄생배경, 그것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을 더해 접할 때 훨씬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이야기와 음악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담긴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은 왕정을 끝내고 공화정을 열게 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당시 미국의 독립전쟁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프랑스는 나라의 재정난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결국 세 신분이 모두 참여하는 삼부회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다수를 차지하던 3신분(가장 낮은 신분)이 불만을 가지면서 반대 의사를 표출한 테니스코트 서약이 선언되었는데, 이는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감옥이라기보다는 왕의 무기고에 가까웠던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 성공하자 이 효과는 전국으로 파급되며 프랑스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쉽사리 혁명이 성공하지는 않았으며, 왕정과 공화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험난한 과정을 앓아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살기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바로 왕정복고 이후이다. 프랑스인들이 최고로 치는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레미제라블』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사실 『레미제라블』에서 다루는 사건은 프랑스 혁명에서 그리 큰 비중을 다루는 사건은 아니라고. 그러나 우리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던 당시의 상황과 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속 인물과 노래의 의미’

© 김지인

사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실제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손쉽게 읽기에는 너무나도 방대하고 지루한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보다 훨씬 재미있게 완벽히 재탄생시킨 것이 바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인간이 모여 신의 경지의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극찬을 받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금까지도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스텝들이 모여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을 만큼 걸작 중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속 인물들과 그들 노래의 의미를 이동섭 작가의 해설과 함께 살펴보고 성악가들의 공연으로 직접 감상하며 더욱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주목한 인물은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여인 ‘판틴’. 미혼모가 되면서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가 되어 자신의 딸과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창녀로 타락하여 비참하게 목숨을 잃게 된다. 판틴은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회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판틴이 부른 곡 ‘I dreamed a dream’을 통해 이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많이 알려진 넘버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었다. 여기서 이동섭 작가는 노래 제목 ‘people’의 의미에 주목한다. 현재 한글버전에서 ‘민중’이라 번역되고 있는 people은 초기에는 ‘인민’으로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인민이란 ‘사람 인’에 ‘백성 민’을 합친 말 즉, 귀족과 노동자 두 계층을 함께 의미한다. 이는 프랑스 혁명이 단순한 계급투쟁이 아닌 상층과 하층을 아우르는 전 인류 차원의 혁명이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장발장이 돌보게 된 판틴의 딸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가 부르는 곡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마리우스는 당시 사회의 특권계층 인물로 굳이 혁명의 불꽃을 태우지 않아도 되는 인물이었음에도, 자신이 속하지 않은 더 낮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면서 혁명에 가담한다(이것이 위에서 설명한 단순 계급투쟁 차원 이상의 프랑스 혁명이었음을 보여주는 예). 수많은 동지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마리우스는 다행스럽게도 장발장에 의해 목숨을 건졌고 혁명을 위해 함께 모이던 장소로 돌아간다. 이제는 폐허가 되고 동지들이 모두 떠난 쓸쓸한 그 자리에서 홀로 살아남아 노래를 부른다. 혁명의 끝을 함께하지 못하고 홀로 살아남은 자가 가진 죄책감과 남은 책무를 다짐하는 노래로. 소설을 더욱 뛰어나게 표현한 가사를 통해 이 작품을 접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곡으로는 장발장이 부른 ‘Bring him home’을 소개하였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결합은 사회 두 계층의 결합을, 두 사람을 위한 장발장의 희생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이전 세대의 희생을 의미한다. 이러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넘버가 바로 이 넘버라고 한다.

‘약자들은 연대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 성공 이후로 인류에게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열렸으며, 이것은 결국 인류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루어낸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혁명인 ‘프랑스 혁명’을 완성하는 상징이 바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었으며, 그렇기에 매년 그들은 에펠탑에서 거대한 불꽃놀이를 진행한다.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얻은 모든 인류를 위해 아낌없이 축배를 드는 것이다.
희망을 품어 이를 현실화하기까지는 절대 쉽지 않은 여정이 반드시 수반된다. 과정 중에 수많은 이탈자도 생기고 귀한 목숨도 내놓게 된다. 결국 이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진정한 희망이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이동섭 작가는 레미제라블과 일맥상통하는 작품이 바로 <설국열차>라고 하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약자들은 연대해야 한다’라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랑스 혁명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내가 약자의 위치에 있지 않을지라도, 언젠가 나도 그 위치에 있을 수 있으므로, 약자 연대의 움직임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동섭 작가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아직 우리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혁명을 해나가는 중이다. 여전히 더 나은 인류사회를 위한 끊임없는 보완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언젠가는 역사 속에 거대한 발자취로 남을, 오늘도 진행되었을 그들의 연대를 응원하며 앵콜로 들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가사를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뮤지컬 <레미제라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中에서

글· 사진/ 김지인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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