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입으로> 포스터
필자는 일을 마치고 참여하다 보니, 5시 타임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인 줄 알았지만 다른 연령대들의 등장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상황을 쭉 지켜보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는 청년들은 아이들을 두고 올 수 없어 이 자리에 함께 오거나,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없어서 부모님이나 남편과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서구에 사는 청년들은 활동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를 ‘청년’ 대상으로만 한정 짓기 어렵다.
또한, 이번 기획의 목적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지역 주민 간의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나오는 동네의 이야기들을 내년도 기획에 반영한다. 기획의 의도대로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외 마음이 청년인 주민분들과 청년과 함께하는 분들도 참여 가능한 방향으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획을 위해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호화로운 한 끼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이다. 요즘에 바쁘다 보니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져서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을 사 먹거나, 회의 같은 곳에서 주는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고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역의 가게와 협의를 통해 수프-빵-샐러드-스테이크-음료까지 이어져 나오는 코스요리를 참여자들에게 제공하였다.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기분으로 먹는 식사라 너무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음식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 이후에는 기획자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다 보니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동네 주민이 아니라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를 조금 걱정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지역 주민이 바라보는 가정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가 끝나고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퍼실레이터는 참가자들이 작성을 마친 포스트잇을 가져가서 전지에 붙여 함께 볼 수 있도록 벽면에 배치했다.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들을 보면서 다른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함께 보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같은 의견이 나온 것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자들이 늘 하는 고민인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어떤 기획을 하면 좋아할까’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내용을 보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은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니었다 싶다. 그 외에 도 청년과 지역을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대해 부수적인 고민이 생겼다. 이 고민은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청년들과 살아가는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극복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느껴졌다. ‘왜 청년들은 인천을 떠나고 싶은가?’라는 포괄적인 질문이 아닌 ‘왜 동네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는가?’라는 명확한 질문을 통해 하나둘씩 개선해나가다 보면, 동네를 지키는 청년들도 생겨나고, 어쩌면 그렇게 남은 청년들이 인천에서 더 좋은 기획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가정동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을 적은 내용
글 · 사진 /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