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림 JUN Hy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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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전혜림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작가는 <나르카디아(Narcadia)>라는 부조리한 세계를 만들고 <밤(The Night)>으로 그 세계를 부수어 드로잉 작업으로 재구축을 시도하는 회화연작을 진행한다. 경험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작업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화면이라는 공간 안에서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고, 그 이야기들은 작업의 주제와 내적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 정면성에 의문을 두고 지금까지 다루던 평평한 화면을 공간이라는 입방체에서 입체적 시선으로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매일같이 접하는 새로운 매체의 가상시점들과 미술사이다. 이것은 회화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회화가 역사를 통해 달성해온 시각성과 세계관의 시각화 구현 지점을 동시대적 시점으로 옮기고자 하는 바와 관련이 있다.

밤_193x242cm_캔버스에 유화_2015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의 작업은 보통 <나르카디아>와 <밤>, 드로잉 시리즈로 이루어진다. ‘나르카디아’는 낙관적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는 꿈의 세계이며, ‘밤’은 이 부조리한 꿈의 세계를 부수고, 각성하여 깨어난 자의 의지력과 에너지를 담은 그림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드로잉 시리즈’를 통해 세계를 재구축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순환과정은, 그리기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같다. 나는 소재와 이야기를 표현하는 형상회화의 방식으로 ‘나르카디아’를 그린다. 또한 ‘밤’은 그 부조리한 세계를 부수는 것과 동일하게 형상회화를 그리는 동안 느끼게 되는 의구심들, 이미지 재현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지리멸렬함을 넘어서는 표현을 염두에 두며 그린다. 그리고 ‘드로잉 작업’을 통해 화면구성을 위한 이미지를 미리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그 후 다시 ‘나르카디아’를 그리게 되었을 때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그리게 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연속된 순환의 목적이기도 하다. 이전 작업을 반면교사 삼아 이후 작업을 그리는 것, 내 작업을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작업의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나에게 늘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르키디아(Narcadia)_캔버스에 유화_112x145cm_2016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나는 재작년부터 <낙원의 재건>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했다. 내가 그린 그림 중에 망쳤다고 생각하는, 소위 실패작과 미술사에 등재된 기존 회화작품의 조형 요소를 가지고 접붙이는 작업이다. 내 작업의 세계관이 낙원을 부정하는 것인 만큼 처음에 이름 지을 당시에는 망한 그림에 명화를 가지고 온다고 작품이 좋아질 리 있겠는가 하는 조롱 섞인 농담처럼 ‘낙원의 재건이라고 하였다. 나에게 무엇을 그리는가를 넘어 어떻게 그리는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또 회화에 있어 어떻게 그리는가는 회화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명화를 사용하게 되었다.

 
낙원의 재건(Reconstruction of paradise)_캔버스에 유화_130x162cm_2016

이와 더불어 명화를 접붙일 때 나 스스로 “성공한 작품의 형식적 요소를 통해 내 그림을 비평적으로 보는 시선을 다각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중요했다. 그 질문에서 비롯된 작업 방식이 OCI 미술관에서 진행한 나의 개인전 <신기루>의 핵심이 되었다. 나는 비평적으로 나의 그림을 보는 시선이 그리는 모든 과정에 개입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작업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낙원의 재건’의 발상을 담은 드로잉 작업을 1년 동안 진행하면서, 그 작업 안에 나의 아이디어의 변화나 작업 과정에서 겪는 실패,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형식으로 변모하는 과정까지 기록하듯이 모두 담아냈다. 그리고 전시 전반을 아우르는 레퍼런스로는 명화 뭉크의 <더 썬>을 선택했다. 어둠의 세계인 나의 작업에 빛을 가지고 온다는 의미와 함께 뭉크가 그 연작에서 이루어 냈던 형식적 성과가 나의 작업과정에 개입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그 전시의 입구 부분에 설치한 방식으로 보였던 드로잉 <변신>이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 이후부터 나는 한 점의 회화와 그때까지의 과정이 갖는 연관성과 회화를 이루는 시각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회화의 영역을 단순히 평면이 아닌 공간의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드로잉-변신(Drawing-metamorphosis)_혼합매체_260x1305cmx가변크기_2017
mixed media 260x1305cmx varieble size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구체적인 작업의 영향을 준 특정한 인물이나 내용은 없다. 그 대신 나는 전시와 미술서적, 미술사 등을 꾸준히 보고 연구하면서 내 작업을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키우고자 한다. 그러한 실마리들이 이전 작업을 곱씹어보게 만들고, 다음 작업의 행보로 이어지곤 한다.

 
이발소, 구영, 티에폴로_혼합매체_260x710x680cm_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지금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그것을 함께 보고 공감, 공유하며 작품에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해석으로 작품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태양광선(Sun Light)_193×272×30cm_캔버스에 유화_2017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회화는 왜 정면에 서서 평면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존재할까?’ 나의 신작 시리즈는 이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은 이미지 자체로 인식되고, 각인되는 회화의 ‘형식’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고, 나에게 작업의 존재 방식의 전환을 시도하게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의문과 작업의 과정에서 얻게 된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다른 매체에 반영된 회화의 특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이는 매체가 ‘고유의 언어’ 안에 있다는 확신과 더불어, 미술이 ‘공통의 문법’으로 이해된다는 의심의 결과이다. 무한히 확장된 방식으로 보이는 회화를 한 점으로 응축하는 것, 그리고 그 응축된 방법론을 다른 매체에 대입하는 것으로 다음 단계를 위한 문을 열 것이다.

퍼펙트 스킨; 메타-서피스_캔버스와 린넨, 종이 등의 혼합재료(회화설치)_160×300×80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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