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양헌은 미술사와 미술 이론을 전공했으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비평적 수행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텍스트를 번역해 공유하는 플랫폼 ‘호랑이의 도약(www.tigersprung.org)’을 운영하고 있으며,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세실극장, 2018), 《비평실천》(산수문화, 2017) 등을 기획했다.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전경, 세실극장, 2018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주홍콩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GRAY NAVY BLACK»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홍콩 미술계에 소개하는 ‘Korean Young Artist Series’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동시대 회화가 도착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유구한 미술사 방법론을 통해 동시대 회화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박정혜, 장다해, 정희민의 작품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각각 회색(GRAY), 남색(NAVY), 검은색(BLACK)이라는 색채를 부여함으로써 16세기 베니스 르네상스와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그리고 다비드와 앵그르를 거쳐 도달하는 위대한 모더니스트 회화의 전개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동시대 회화에 대응하는 미술사 자체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증하고 동시에 그 실패의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나게 될 회화의 공백을 가시화하려는 시도이다. 전시는 10월 10일부터 11월 23일까지 주홍콩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GRAY NAVY BLACK》, 주홍콩한국문화원, 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처음 미술계에 진입했을 때, 비평 자체에 관해 논의할 공유지를 상상했다. ‘비평의 위기’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유의미한 문제의식 아래 젊은 비평가들과 함께 ‘사건’을 만들고 파라-텍스트(para text)를 생산하면서 비평의 위상과 역할, 유효성 등을 고민하였다. 이후 연구 방향은 큐레이팅과 전시모델로 확장되었으며, 특히 광활한 영토로 편재된 전시의 특정성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에 집중하였다. 비전시(non-exhibition)와 반전시(anti-exhibition)의 요소를 포괄하는 중층 구조 위에 큐레이터들의 수행성을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무대를 가설해 본 것이다. 현재는 예술과 이론이 맺는 관계적 형상을 드러낼 ‘이론의 시학’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비평실천》, 산수문화, 2017
# Q&A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연구 활동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할 당시 동시대성으로부터 분화된 시간 모델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예술을 넘어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자체를 인식하는 선험적 상수로서 시간을 상정한 것이다. 동시대는 모더니즘 이후 역사주의로 대표되는 선형적인 시간성이 붕괴하고 복수의 다종-시간이 산출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한 사회구조와 테크놀로지의 발달, 담론적 전환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구체적인 실천의 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 비선형적인 시간들을 넘어 다시 공통 시간이 가능한지 질문하고자 한다. 보편적 시간관을 보존하는 동시에 개방하는 고전전인 서사이론과 픽션(Fiction)의 형식적 가능성이 중요한 전거가 되어줄 것이라 믿고 있다.
<호랑이의 도약(www.tigersprung.org)>, 국립현대미술관, 2017
# Q&A
Q. 연구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헤겔의 역사주의는 언제나 중요한 원천이 되어준다. 여기에 푸코의 에피스테메(episteme) 개념과 동시대 미술에 대한 집중된 연구를 보여주는 테리 스미스(Terry Smith)의 논의가 참조되고 있다. 보이스 그로이스(Boris Groys), 피터 오스본(Peter Osborne) 같은 학자들의 이론 역시 서로 공명하고 대립하는 쟁점으로부터 흥미로운 의제를 도출할 수 있었으며, 이를 경유해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의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역사철학 테제이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과 조르주 디디-위베르만(George Didi-Huberman)이 생산적으로 재독해하는 벤야민의 이론을 거쳐 새로운 시간 개념들을 가설하고 있다.
《No Curator: Object, Image, Theory》, 아카이브봄, 2017
# Q&A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평등주의나 관객참여, 저자성의 해체 등은 동시대 예술에서 여전히 주요한 경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실천이나 프로파간다와의 상동성 등 정치적 의제와 결합하고 동시에 예술의 효용성을 욕망하는 동시대적 조건과 관계된다. 또 다른 요인은 형식적 범주를 지속해서 확장한 동시대 미술의 곤궁에 있다. 형식화된 범례와 배타적 위계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나, 그럼에도 예술을 재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특정성을 세우는 일이 긴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큐레이팅 심포지엄 <큐레이터로서의 큐레이터(Curator as curator)>, 2018
# Q&A
Q.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동시대에 생산되는 다성적인 예술실천들을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비평의 형식을 생산하고자 한다. 또한, 미술-생태계 안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체계를 고민하고 예술과 세계 사이에 놓인 깊은 심연을 매개하는 이론의 시학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세실극장, 2018
# Q&A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