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개항의 철길 위를 달리는 아트레인(ARTrain)은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문화예술이 풍요로운 도시 인천을 만들고자 합니다.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만나 이들이 말하는 아트레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인터뷰는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미술과 삶을 함께 마주보기 위한 다양한 저서를 집필하고 있는 공주형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미술에 관한, 삶에 관한, 인천에 관한 대화를 지금부터 함께 나누어 봅니다.
Q. 최근에 대학 강의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신데 근황이 궁금합니다.
A. 한신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동아일보에 [생각하는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계속해서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학에서 진행하는 노숙인 인문학교육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8주의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 분들에게 자존감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도록 미술과 인문학을 연계한 강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수업과 연계하는 형태로 구성했는데, 이 수업의 결과를 전시 형태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8월 7일(일)에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하루 동안 선보이려고 해요.
Q. 일반적인 대학 강의와는 다른 형태의 수업인데, 강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과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일단 보통 학생들에게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어요. 사실 우리는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듣잖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 강좌는 8주인데, 그 분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강의만 진행된다면 사실 그들의 삶에서 변화를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없거든요. 이 분들이 변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해요. 그래서 그들의 삶과 사회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소통하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수업을 하면서 놀랐던 부분도 참 많아요. 색깔을 주제로 강의를 하는 날이었는데, 원작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밑그림을 채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롭게 각자의 방식대로 채색을 하는데, 온통 붉은 색으로 그림을 그린 분이 계셔서 대화를 해봤더니, 모든 게 다 불타버렸다는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투영시킨 형태였죠. 마음이 참 무거웠었어요.
Q. 미술이라는 영역이 삶의 영역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보면 도서관에서도 강의를 하시던데 이렇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의 경우 준비해야 하는 지점도 조금은 다를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미술 그 자체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점점 연결되어 이야기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도서관에서도 미술과 함께하는 강좌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하는 강좌들은 일반적으로 연령대가 조금 높으신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주부들의 경우 가사일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위해 수강을 하시는데, 일상과는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인 학생들의 강의보다 수업에 대한 열정도 많은 편이라 듣고자 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라요. 각자 사회적인 위치나 삶의 영역이 달라서 강의에서 관심을 갖는 포인트도 다 다르고요. 덕분에 준비를 해야 하는 부분도 좀 많지만 이런 강의들을 하다보면 힘이 들어도 수업을 하는 데 제 스스로 동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Q. 올해 상반기에는 새로운 책도 집필하셨는데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문명은 어떻게 미술이 되었을까?』라는 제목으로 3월에 책을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미술의 가치나 효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이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 미술을 말하면 헛말처럼 떠도는 형태거든요. 미술이 각 시대마다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그 역할에 따라 시대마다 등장하고 중심이 되었던 미술의 특징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말해보고 싶었어요. 그 흐름을 따라 읽다보면 당대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도 들어있거든요.
Q. 인천에서 작업을 시작하신 계기가 인천아트플랫폼과의 만남이었다고 어느 기사에서 말씀하셨던데 그 이야기를 좀 부탁드릴게요.
A.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이 개관할 당시, 연구 분야의 입주 작가로 들어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오랫동안 서울의 갤러리에서 일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어요. 1998년부터 인천에서 살았지만, 인천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인천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기보다 그냥 추상적인 장소였거든요.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필요한 곳과 일상 생활권역 외에는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인천아트플랫폼을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인천에 이런 공간이 있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그간 알고 있던 방법과 다른 형태로 미술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흥미로웠어요. 그러면서 서울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생활권을 온전히 인천으로 이전했습니다.
Q. 인천아트플랫폼이 남다른 공간이자 또 다른 의미겠네요.
A. 말 그대로 멋있었어요. 역사책처럼 글로 배우는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돌의 형태 하나만 보더라도 지역의 역사를 느낄 수가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만난 작가들도 제가 그 동안 활동하면서 만났던 작가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생각할 것도, 경험할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인천의 미술을 긴 호흡으로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고, 인천에 계신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이제는 인천이 고향인 남편과 함께 ‘인천’이라는 지역이 공통의 관심사이자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천아트플랫폼만큼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Q.갤러리에서 활동한 시기를 포함해 인천에서도 참 많은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셨는데요. 지금까지 기획했던 전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전시가 있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A. 딱 하나의 전시를 말한다면 2010년에 기획했던 <이사(移徙)사이(間)>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한국근대문학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에 공간을 활용해 진행했던 전시였는데요. 그 때 당시에 함께 했던 작가들이 많이 성장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고, 미학적으로도 작품의 구성이 너무 좋았어요. 창고를 주관하던 사람들이 ‘이사(移徙)’가고 근대문학관으로 위용을 갖출 ‘사이’를 의미했던 전시였고요. 시간이 새겨진 공간이자 영광과 쇠락의 집합소였던 빈 창고의 속성을 작품으로 표출하려고 했었습니다. 사실 그 공간은 일반 화이트 큐브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죠. 그 어떤 미술 작품보다도 묵직했고, 그 자체만으로도 작가가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면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시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으로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해서 자신만의 작품으로 그 곳을 장악해주길 바라는 점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작가들이 각자의 예술적 방식으로 점령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 했던 전시기도 했지만 그런 예술적 결과물이 너무 좋았던 터라 가장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 때부터 예술적 관심 자체가 ‘장소’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미술에서 출발했지만 장소라는 하나의 문제가 겹친 셈이죠. 이 장소라는 게 조금 확장한다면 공동체의 문제로도 볼 수 있고, 미술이 어떻게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관심까지도 확대된 것 같아요.
Q. 아트플랫폼과의 만남을 시작해서 재단의 아트레인에도 함께 참여하셨는데요. 문화예술 기부를 위한 아트레인에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인천아트플랫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테고, 인천이라는 지역을 이렇게까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요. 재단에서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인천에 계신 분들과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당연히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외국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가 현저히 낮은 게 사실이기도 하고, 문화예술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기부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Q. 사실 아트레인을 시작한지 아직 만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로 사업의 큰 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예술인이자 기부자의 입장에서 아트레인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갔으면 하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아직 1년도 안된 초기 단계니까 앞으로 기부에 대한 성격, 관계에 대한 표현 등을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영역답게 좀 더 쉽고, 재미있는 형태로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영역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조금 더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세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인천아트플랫폼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인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 선생님과의 시간이 참으로 뜻깊었습니다. 인천 문화예술의 확장과 발전을 위해 아트레인과 함께하며,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공주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