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인천아트플랫폼 국제교류사업인 <후쿠오카성 재건축 기념 기획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소식을 싣습니다.’
2017년 여름 후쿠오카 아시안 미술관에서 3개월간 아티스트 레지던시 활동한 인연으로 2018년 봄, 후쿠오카 성 재건축 기념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인천재단 국제 교류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성황리에 전시를 마치고 돌아왔다. 여러 차례의 연재를 통해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과의 첫 인연부터 전시의 전 과정을 나누고자 한다.
뮤지엄 렉쳐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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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전경 | 작가의 뮤지엄 스튜디오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
리서치 중 현지인과 촬영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뮤지엄은 일본 정부가 정의한 아시아 경계 안에서 아시아의 근현대 미술을 자주적으로 연구하고 수집하는 공공 미술기관이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하고 작가로 갓 데뷔한 차라 미국, 유럽 중심의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의 존재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알게 되자마자 작가로서 한 발자국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레지던시를 지원하였다. 후쿠오카 체류 3개월 동안 후쿠오카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博多祇園山笠)축제, 지역 특산물, 아시안 아트 뮤지엄의 아카이브에 대해서 공부했다. 후에 인천재단 국제 교류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가능했던 후쿠오카 재건축 기념 전시 ‘Yaloo Castle Site’ 작업 또한 이 연구의 산물이다.
얄루 캐슬 사이트 전시 일부 사진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지난 2017년 11월, 후쿠오카 재건축 기념 전시를 준비하기에 앞서 사전 답사 초청을 받았다. 다시 찾은 후쿠오카는 무더웠던 여름만큼이나 겨울 또한 진하게 추웠다. 다행히도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은 여전히 나를 정겹게 맞아주었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동지애를 쌓았던 경비아저씨들부터 내가 부린 작업 욕심을 다 받아주시느라 고생을 많이 한 국제교류 학예팀까지 모두가 진심으로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도착하자마자 이번 답사 일정에 대해 차근차근 되짚었다. 전시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간단한 테크(tech) 체크를 해야 한다. 규슈지방 1세대 부토 계승자인 노부오 하라다 작가님과의 협업 여부 확답을 듣고 작가님의 일정에 맞춰 촬영까지 진행한다면 성공적인 방문이 될 것이다.
답사 당시 마이즈루 공원 성터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전시 장소는 옛 성터에 자리 잡은 마이즈루 공원으로 해마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성대한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2018년 벚꽃 개화기에 맞춰 후쿠오카 성의 재건축을 완료하고 그 기념으로 후쿠오카시, 후쿠오카 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미술관이 공동으로 준비하여 ‘Art in Fukuoka Castle’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일본 국내 작가들과 국외 작가들을 선발하여 공원 곳곳에 벚꽃과 유적지에 어우러지는 예술 작품을 설치한다. 관람객들이 벚꽃 구경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 미술도 감상하고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국제교류 학예팀과 그동안의 주고받은 이메일과 영상통화를 통해서 간략히 들었던 정보는 나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일본 벚꽃 축제 기간 캐슬에서 전시라니! 게다가 벚꽃 축제는 몇천 명에서 몇만 명까지의 인파가 몰린다고하니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내 작업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답사 당시 마이즈루 공원 성터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직접 방문한 후쿠오카 성은 미리 접한 설계도를 통해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17세기에 지어진 성곽으로 거주의 목적보다는 방어의 목적으로 지어진 것 같았다. 일자로 길게 늘어진 건물은 작은 직사각형의 방이 연이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모든 방을 잇는 통로가 한가운데 관통해서 지나간다. 출입구는 공원 쪽으로만 나 있고 반대편 벽은 총이나 대포 입구 크기가 겨우 맞았을 법한 작은 창문이 있었다. 창문 밑은 절벽에 가깝다. 천장이 높지만, 출입구는 낮고 좁다. 학예팀은 이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입구가 작은 성에서 덩치가 큰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몇 번 주의를 주셨다. 지난여름 후쿠오카에서 선보인 ‘Yaloopark, Yes! Sebum’ 작업처럼 공간을 쉽게 변환하는 큰 규모의 비디오 프로젝션 작업이 익숙한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얄루파크> 전시 전경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얄루 파크> 전시 전면에서 노부오 하라다 작가와 얄루 작가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노부오 하라다 작가님과의 면담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의 방향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여름 후쿠오카 생활을 바탕으로 전통, 관습, 대중문화, 자본주의, 글로벌리즘 등을 작가 고유의 시선으로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비디오 콜라주로 만들어 프로젝션 조형물 시리즈로 풀어낼 것이다. 노부오 하라다 작가님의 퍼포먼스를 서사의 한 조각으로 넣고 싶다 말씀드렸다. 하라다 작가님은 본래 후쿠오카 출신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다가 실험예술에 빠져 처음에는 퍼포먼스를 나중에 부토 댄스를 전수하기 이른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귀향을 결심한 그는 규슈지방 최초의 부토댄서가 되어 부토 보급에 힘쓴다.
하라다 작가님과 이와모토 학예사님이 얄루 스튜디오를 방문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지난여름 국제 교류팀 이와모토 후미오 학예사님의 소개로 처음 뵌 노부오 하라다 작가님과 함께 야타이(후쿠오카 시그내쳐 포장마차)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도쿄 실험 예술의 황금기에 활발히 활동하다가 스팟라이트를 떠나 규슈지방에 실험 예술 보급에 힘쓰는 교육자가 되기까지 격변하는 시대의 예술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에게서 듣는 도쿄 에피소드들엔 지금 현대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이름들이 캐주얼하게 등장한다. 사적인 이야기에선 말을 아끼셨지만, 보수적인 규슈지방에 부토댄서인 아내와 후쿠오카에 정착하면서 남부의 전통과 관습에서 겪었을 수많은 마찰과 갈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후쿠오카에 돌아온 후 퍼포먼스를 할 때 화장을 곱게 하고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기 시작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적히고 유명 예술 잡지에 나오는 예술사만을 접했다면 학교를 떠나 다양한 환경에서 묵묵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만나면서 익숙했던 예술의 ‘거대 서사’에 앞서 ‘개인의 서사’를 생각하게 된다.
촬영 당시에 하라다 작가
ⓒ얄루 &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글/ 얄루 작가
사진/ 얄루&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얄루(Yaloo)
얄루 작가는 인천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랐다. 미국 시카고 예술학교에서 학부를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는 비디오 아트를 공부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비디오 아트 계에서 권위 있는 프로그램인 비디오 데이타 뱅크에서 린블루멘탈 수상을 하였으며2016년 뉴욕한인예술재단이 주최하는 비쥬얼 아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벨기에 리지 비엔날레, 퀘벡 비엔날레 등 전세계 크고 작은 도시에서 다수의 전시 경험이 있다.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해드랜드 아트센터, 퀘백 라반데 비디오 등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면서 역량을 쌓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