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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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전혜주는 독일 오펜바흐 조형예술 대학에서 뉴미디어와 무대미술을 전공하였으며,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아트 앤 미디어학과 석사 졸업 후 마이스터슐러 자격을 취득했다.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이 서로 개입된 도시공간에 관심이 있으며, 작업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예술작품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작품의 주된 소재는 특정 공간이 가진 역사성, 흔적, 경험으로, 도시공간의 배경에서 일어난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수집한 도시의 다양한 정보를 특정 장소에 설치하거나 공간을 관찰하여 변경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역사적 흔적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무심(無心), 한 물줄기의 이름>_전시전경_시멘트, 수집된 철근과 벽돌, 진동스피커, 앰프, 이미지 북, 가변설치_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_2017

인천에서 자라고, 현재는 강화도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는 그간 국내외 다양한 도시 속에서 경험하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장소가 가진 역사성에 집중해왔다. 작가는 인천 중구의 역사적 장소들을 담은 영상 위에 관광객이 남긴 인터넷 리뷰들을 중첩한 영상 작업 <Mind Map>(2016)을 위해 아트플랫폼이 위치한 이 지역을 리서치 한 바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중구의 오래된 역사를 잠시나마 느꼈다면, 레지던시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금 더 느린 시선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곳의 다양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Mind Map>_영상스틸_2채널 비디오_20분 47초_2016

#예정 전시 소개
전혜주 작가의 개인전 <수평선 0시0분0초>가 8월 4일(토)부터 8월 31일(금)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하루(24시간)를 기준으로 자연이 갖고 있는 시간과 도시 생활에 익숙한 개인이 느끼는 시간성에 대한 감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몇 년 전 강화도에 이사를 오면서, 기존 작업을 통해 탐색하고 재해석했던 도시와는 또렷이 다른 강화도의 시간성을 느꼈다. 매일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조수간만의 활동처럼 강화도는 도시의 반복적이고 빠른 시간에 비하면 마치 멈춘 듯 자연 그대로에 의지한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전시는 자연을 감상하며 고찰한 시간에 대한 작가적 해석의 결과물이다. 작가가 강화도에서 지내면서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수집한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설치한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수평선 0시0분0초> 갯벌에 염색된 천(좌) 강화도(우)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특정 장소에서 발견한 흔적이나 단서를 통해 그 장소의 보이지 않는 이면이나 놓쳐왔던 부분을 상상하고 재해석하여, 여러 가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오브제 작업으로 제작한다. 이 작업들을 전시장 외부에 전시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보는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의 작업은 주로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하거나 또는 리서치를 목적으로 찾게 된 도시의 상흔이나 건축물 자재, 개인들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나는 글이나 물건, 소리 또는 이미지 등을 수집하여 그것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고, 이렇게 완성된 작업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복사오류>_투명 PVC film에 프린트(실제크기 약 2-3mm)_2009

예를 들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도로에 설치된 공용 복사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만든 <복사오류>는 공공장소에 숨겨진 메시지를 개입시키는 작업이다. 투명한 비닐에 육안으로는 읽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문구들을 인쇄하여 공공장소에 놓여있는 복사기 유리면에 몰래 붙여 놓고, 오래된 복사기에 묻어진 얼룩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하였다. 자료 등을 복사하기 위해 방문한 행인들은 숨어있는 메시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자그마한 얼룩같이 생긴 메시지를 복사해 나갔다. 나는 이 작업을 시작으로 도시공간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였다. 공용 복사기를 통해 퍼져나가는 숨겨진 메시지처럼 공공장소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복사오류>_확대경(좌), 참여안내소(우)_오스트리아 빈_2009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나의 작업 대상이 되었던 장소의 환경, 계기, 작업과정과 제작방식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대표적인 작업을 생각했을 때 하나의 작업보다는 몇 개의 전환점이 되었던 작업들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로 앞서 이야기했던 <복사오류>는 진열품으로서의 오브제적인 미술작품이 아닌 어떤 현상에 직접 개입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었다면,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 <환각지>는 도시의 역사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던 작업이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동안 2차 세계대전 때로 추정되는 전쟁의 상흔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전쟁이라는 역사의 생생함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작업은 사라진 신체에 대한 아픔을 느끼는 환각 증상(phantom limb)처럼 총탄이 만들어 낸 빈 공간을 통해 무의식에 잠재된 아픔을 떠올려 보며, 베를린 도시 건물에 남아있는 전쟁의 흔적들을 캐스팅하여 전시공간에 빛의 형태로 관람객의 실루엣 위에 투영되도록 전시하였던 작업이다.

 
<환각지>_3D프린트, 블라인드, LED_2014

또한, 관광객들에 의해 기록되고 퍼트려지는 기념적 장소에 대한 리뷰들을 도시공간에 텍스트 형태로 재구현하는 프로젝트 <관광객의 시선>을 통해서 나는 개인들의 경험 속에 비쳐있는 도시의 실체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관광객의 시선>_베를린 씨티호스텔과 관련해 수집된 Google Map 리뷰_2015   <관광객의 시선>_기록사진_미니 프로젝터, 스마트폰, 웹App_베를린 씨티호스텔_2015

마지막으로 <무심, 한 물줄기의 이름>은 청주라는 오래된 도시의 역사성을 수집된 철근과 우연히 마주한 한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음성으로 기록하여 전시장에 재구성한 작업이다. 공사현장에서 수집되어 전시장으로 옮겨온 철근들은 각자 제각기 구부러진 모양으로 관객과 만나며, 관객이 진열된 철근을 직접 손에 쥐고 귀에 가까이할 때 철근이 진동하며 만들어내는 음향을 들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와 같은 작업들은 장소, 경험, 사람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경험의 주체인 특정 개인의 역사성으로 연결되어, 나에게 새로운 작업의 원동력이자 구심점이 된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주로 도시 범주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평범하고 이색적이지만 때로는 모순적인 도시의 풍경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심 속 정원이나 폐허와 같이 기능과 역할이 뒤바뀐 공간, 그곳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에너지 등이 나에게 영감이 된다. 이렇게 여행자의 시점으로 익숙하면서도 또 생소한 공간을 거닐다 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이 있다. 익숙함에 묻혀 잊고 지냈던 흔적들, 그리고 어떤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보면 포착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러한 것에 관심 가지는 이유를 스스로 묻고, 그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이 생겨난다.

 
<실존하는 장소를 위한 기념비>_‘DPRK 360’에 공개된 북한 관광지들의 파노라마 이미지_2015   <실존하는 장소를 위한 기념비>_평양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Google 리뷰_2015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이란 예술가가 관심을 갖는 특정 대상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작품을 통해 증명해나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나 관객의 참여가 요구되는 작품의 등장은 나에게 작업의 방식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나는 예술이 어떤 미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보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품에서 독단적인 감정이나 이성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관찰자 또는 안내자가 되려고 하는 편이다. 내 작업의 의미가 관객에게도 의미 있길 바라며, 작품이 다양한 해석으로 나누어져 읽혔으면 좋겠다.

<견고한 기억>_디지털로 수집된 서대문형무소 건축물 부재들_아크릴, LED, 1CH 영상, 모니터, C-Print_2017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목적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장치나 공간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또 장기적으로 자연이 있는 곳에서 리서치와 작업을 진행하고 싶기도 하다. 한층 고조되어있는 도시의 에너지보다는 순환하는 자연의 에너지에서 새로운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도구’와 ‘미디어’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려고 한다. 어떤 대상을 해석하는데 복잡한 도시의 사회망을 걸치지 않고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적 힘과 속성에 충실하여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를 만들고 싶다. 언제나 긴장을 요구하는 세상과는 다른 시선에서 부드럽고 예민한 감성을 유지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관광객의 시선>_미니 프로젝터, 스마트폰, 웹App_베를린장벽_2015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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