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확장하는 판을 만들고 싶어요”
문화예술단체<작당> 김인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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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당>김인숙 대표를 만나기 위해 송림동으로 향하는 여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오르락내리락. 달과 맞닿을 만큼 경사가 높은 인천 동구 송림동 주민들의 여름나기는 더욱 고되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이러한 마음을 읽었는지 올해 5월부터 <작당>에서는 <솔빛아래 달빛 보면>이라는 야무진 축제를 선사하고 있다. 한때 소나무가 우거졌던 송림동 마을.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황홀한 달빛 속에서 울려 퍼지는 하모니가 며칠 동안 지속된 폭염 더위를 잠시 잊게 할 것 같다.

문화예술단체 <작당>을 창단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서울에서 교육활동을 하면서 몇 명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만났었어요. 하지만 1년 단위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 친구들과 관계를 연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때마침 위기 청소년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는데 어른으로서 그 친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 답을 찾다 보니 오랫동안 그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저도 청소년기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했었거든요. 그 역할을 우리가 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송림동에서 ‘작당’을 만들게 되었죠.

서울에서 활동하시다가 유년기를 보냈던 인천 동구 송림동으로 돌아오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익숙한 동네를 찾다 보니 바로 여기가 떠올랐어요. 저렴한 임대료도 큰 이점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에는 많은 단체와 프로그램들이 있었어 학생들 선택의 폭이 넓은데, 반면 이곳의 몇몇 위기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마땅히 있을 곳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살았던 동네를 직접 기획하면서 동네를 바라보는 대표님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신혼 때까지 이곳에서 지냈었어요. 그 때는 동네에서 빨리 도망가고 싶었고, 청년기에는 잠만 잤죠. 이 동네가 정체성을 만드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동네로 다시 돌아와서 이 일을 시작할 때 여기서 자랐다는 이유로 주변의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동네가 주는 안정감이 저희가 지탱할 수 있는 큰 버팀목이 되었죠.

작당을 창단했을 때 지역민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조금 후미진 2층 다방에서 시작했는데 사무실 공간만 있었어요. 그래서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간만 빌려 수업을 진행했죠. 그때 영화교육을 수강하러 온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다니니까 어르신들께서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봐 주셨어요. 주민들이 저희에게 가장 많이 했던 두 질문이 생각나요. “뭐 먹고사냐?”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

올해 초에 작업실을 옮기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동네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 보니까 주민들과의 소통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그러나 공간을 옮긴 이후로 주민들 접촉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배너 하나를 건물 앞에 세우더라도 지나치시지 않고 물어보시죠. 그래도 여전히 주민들과의 장벽은 높은 편이에요. 왜냐하면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술교육은 익숙하지만, 문화예술은 낯설어 하시거든요. 그 분들에게 접근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동네에서 문화를 기획하면 예상치 않는 어려움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혹은 <작당>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끔 이 동네에서 기획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요. 너무 낙후된 동네에서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그래도 초창기에 참여했던 청소년 5명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저에게 큰 힘이죠. 저도 그 친구들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커졌고, 제가 이 동네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죠. 그리고 지역 어르신들과 어려운 기획을 잘 마무리 짓다 보면 심리적인 보상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처음 <자서전 프로젝트>에서 만난 분들과도 추후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었죠. 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금세 활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떻게 이곳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나요?
영화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모교를 방문하면서 1기가 시작되었죠어요. 동산중학교의 친구들이 참여했는데, 다음 프로그램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함께 오래 할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친구들 중심으로 기획단을 꾸리게 되었죠.

<작당>이 생긴 지 대략 4년이 되어가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변화했나요?
행사의 규모가 커졌지만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처음에 영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이었거든요. 예술 교육기획자로 성장하기까지 몇 가지 단계들이 있는데, 한 단계로 진입하기까지 굉장히 더디게 간다는 느낌을 받았죠. 근데 영상 편집을 잘하는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주더라고요.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서로가 부족함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소그룹이 형성되더라고요. 또한 회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도 형성되고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많으실 것 같아요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기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니 큰 성과는 없지만, 이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우리와 함께 같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이 친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리고 <우리동네 스타>는 지역 어르신들이 지원군이 되어 주는 계기가 되었죠. <도시청년 게릴라>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아요. 그 이유는 저희의 오기와 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1년 차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죠. 현재 작당의 전체적인 방향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솔빛아래 달빛 보면> 축제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특정 대상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이전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달’이라는 컨셉으로 송림동의 지역 특색을 살려 축제를 기획하신 것 같습니다. <솔빛아래 달빛 보면> 축제의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번 축제는 정말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어요.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죠. 우선 이 동네의 높은 지형과 확 트인 풍경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곳에 어쿠스틱한 감성을 담아 젊은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죠. 축제 준비 기간에 젊은 사람이 이 동네에 얼마나 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 동네 스타> 어머니들께서 주변에 많이 소개를 해주셨어요. 덕분에 젊은 연령층들이 많이 오셨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던 것 같아요.

주민들의 참여로 인한 결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솔빛아래 달빛 보며>축제는 소규모로 진행해요. 한 번밖에 진행하지 않았는데, 회차를 거듭할 수록 참여하겠다는 주민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아티스트를 섭외할 계획이었는데, 현재 송년 1,2동 주민센터분과 솔숲 지역아동센터 분들도 참여할 예정이라 다시 기획을 구성하고 있죠. 보통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하모니카 공연을 동네 밖에서 진행하는데, 이번처럼 동네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만약에 <솔빛아래 달빛 보며>가 첫 기획이면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기존에 주민들과 함께했던 지나온 시간과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저희는 이 기회를 통해 동네에 또 다른 판을 열어 드릴 수 있어 그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참여하시면서 동네에 이러한 부분에 갈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축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축제 장소에서 음식을 판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시는 음식을 직접 가지고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돗자리는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누워서 하늘 보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시면 좋을 것 같네요.

대표님이 그리시는 송림마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 세대 간의 관계를 맺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에요. 앞으로도 여러 세대를 엮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주민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얼마 전에 네트워크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런 판이 계속 확장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어서 다른 이웃과도 기획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마을 전체가 한 학교가 되어 아이들이 수업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고, 기관과 전문가들이 연계되어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을 곳곳에서 진행되는 거에요. 이런 소소한 커뮤니티의 형성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이진솔(정책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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