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혁종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예술 경영학에서 수학하였다. 작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의 예술을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한다. 그는 예술로 특정 지역에서 커뮤니티와의 소통의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본주의가 생산한 예술제도 공간 중 하나인 레지던시에 들어가 시스템과 예술가 창작 영위 가능성 등을 연구해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창의적인 공동체의 원리를 살펴보고, 예술가의 역할에 관해 탐구한다. 이렇게 작가는 삶으로서의 예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다방면으로 탐구하며,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매개하고 어떤 접점 속에서 확장되는지를 연구해오고 있다.
#현재 전시 소개
이혁종 작가의 개인전 <자아제국의 박람회-자기배양을 위한 스스로 회고전>이 5월 27일(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작가는 그간의 지역, 커뮤니티아트 작업을 갈무리하는 작업의 총체적 집합체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며, 이를 통해 ‘삶으로서의 예술’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아마도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아래의 글을 읽어본다면, 그의 작품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자주 언급하는 ‘삶으로써의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 자신의 삶에 대처하는 수단과 방법으로써 예술을 탐색하고 기록한다. 주로 버려진 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기능하는 미술을 추구한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며, 예술 작업이 된다. 최근에는 문화기획을 수학하면서 상상력이 나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조건들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나는 사회적으로 행하는 나의 예술실천과 미술 제도 속에서의 예술을 교차시키며 활동하고, ‘삶으로서의 예술’에 대해 탐구해오고 있다. 덧붙이자면, 나의 작업 방식은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특징이 있다.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방만한 예술책>은 2016 미디어시티서울에 출품한 아트북 형식의 작품이다. 그 속에 담긴 작업은 삶의 다양한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작년에 진행한 프로젝트이자 책자인 <다른생활>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이라는 한 지역에서 생활하며 진행한 활동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나는 커뮤니티와 관련한 이 작업을 공공미술의 측면에서 조명하였고, 실험과정과 에피소드 등을 아트북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그것은 자기 생활 연구에 해당하는 책이자, 미술작품이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삶은 비루하지만, 내 삶의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에 긍정의 힘을 준다. 2009~2011년 개인전 무렵에 가라타니 고진(からたにこうじん,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사상가)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분석하고 그 너머에서의 대안을 모색해보는 연구를 접한 바 있다. 그것은 내가 개인전을 설계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그 후로 공동체를 연구하는 것, 어떤 지역 내에서 작업할 때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것은 나의 창작 기저에 깔린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문화기획에 눈을 뜨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할 때, 원장으로 재직했던 김용호 씨의 『창조와 창발 : 한반도 르네상스를 위한 마음 혁명』 속에서 읽히는 문화 패러다임 전환의 사상을 접하였다. 그것은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전제로 한 개인과 커뮤니티의 문화적 행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했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사회 조각,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새로운 패러다임,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미래주의의 작업도 새로운 맥락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후기 자본주의 분석이론과 포스트 휴먼담론, 복잡성 이론, 창발 이론과 사변적 실재론의 입장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작은 실천과 실험을 통해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정교화시키는 것은 작업할 때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상적 기반 이외에 골목, 도시의 길거리, 쓰레기장, 폐허, 공공도서관이나 대형서점 서가에서 사람들의 활기찬 일상, 그리고 갈등의 현장 속에서… 나는 고민과 영감을 시시각각 얻기도 한다.
최근 작업 중 한 예술 공간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사건)가 있다. 나는 버려진 줄 알았던 유리창을 수집해 유리 온실 형식의 작업을 제작하였는데, 그 유리창이 그 공간을 리모델링할 때 활용될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따라서 추가 제작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러한 해프닝으로 발생한 사건들 속에서 예술이 사회 시스템과의 신뢰 있는 관계를 맺을 때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예술을 ‘삶의 전방위적인 개척’이라고 재정의한다. 예술개념을 행위로 실천하고, 그것을 기록하며 정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작업은 작업에 연관된 참여자, 관객, 평가자에게 공유하는데, 이 과정은 삶을 나누는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작업을 진행할 때, 스스로가 예술에 함몰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며 접근한다. 예술은 자체의 구심력이 강한 장치이자 장(場)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예술은 괴물과 같아서, 예술가를 소진하고 소외시키는 힘이 있다. 그 괴물과 싸우는 것이 수많은 예술가들(예술가라는 자각에 빠진)의 삶이자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부분은 ‘삶의 구체적 의지, 생동감, 잘 갈아내는 방법’ 등이다.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재 문화기획과 미술을 접목한 작업을 탐구 중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는 작가의 정체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 환경이 변하고, 나 또한 격변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작업의 의지가 꺾이지 않길 바라며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면 한다. 나는 이론과 현장 연구를 겸비한 연구자이자 작가로 더 진화하고 싶다.
나는 (현재의 기대로는) 부르주아 예술론의 한계에 맞서 새로운 예술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포스트 휴먼과 지속가능한 환경 담론 사이에서 실용적인 절충점을 탐구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126세 생물 계획’은 2101년 22세기의 성광이 일 때 ‘3세기의 예술’을 집필하고 떠나는 것으로, 이는 나의 장수작업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