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아지트 이야기1. 버텀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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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네방네 아지트 이야기 1 : 인천의 터줏대감 재즈클럽 <버텀라인>

“역사와 지역색이 배어있는 버텀라인 자체가 하나의 관광지에요”
– 버텀라인 허정선 대표 –

 

‘버텀라인’은 어떤 곳?

1983년에 오픈한 이후 34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재즈클럽이다. 대한민국 3대 재즈클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인천 개항기의 역사가 담겨 있는 동네와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 안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 해온 문화공간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플레이하는 디지털 음악이 보편화된 요즘이지만, 아날로그한 진한 감성은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국내외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가 펼쳐지고 귀를 적시는 LP 음악이 흐르는 곳, 버텀라인이 바로 그런 곳이다.

버텀라인이 위치한 건물은 1900년대 초에 세워진 일본식 상가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이 건물은 인천의 근대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이 자리에는 모자, 넥타이, 와이셔츠 등 서구물품을 판매했던 ‘후루다 양품점’이 있었다. 후루다 양품점은 1910년대 인천의 대표적인 상점이었고, 그 맞은 편에는 ‘오카다 시계점’이 있어 축음기와 음반을 사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개항기 이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온 이 곳에서, 1983년에 문을 연 버텀라인이 지금까지 공간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버텀라인의 내부는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답게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근대의 목조건축과 황토벽,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을 지나온 공간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도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천 장의 LP 판과 30년 넘은 테이블이 예스러운 멋을 자랑한다.

버텀라인에서는 재즈가수 웅산,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 등 유명 뮤지션을 비롯한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공연을 해왔다. 오래된 근대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감과 운치가 있는데다가, 높은 천장과 황토벽 덕분에 소리의 울림도 남달라 버텀라인은 국내외 재즈 연주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옛 감성을 추억하려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버텀라인의 음악과 분위기에 반한 젊은 층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복잡했던 하루를 마치고 아늑한 옛날 집에서 여유를 즐기는 듯한 풍부하고 넉넉한 느낌은 세대를 막론한 편안함을 준다. 버텀라인의 단골손님들은 3년, 5년, 혹은 10년 만에 찾아오기도 한단다. 허정선 버텀라인 대표는 “20대에 버텀라인을 찾았던 손님이 50~60대가 되어 자식이나 조카 등 꼬마손님을 데려올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버텀라인은 일반적인 재즈클럽을 넘어 서로 다른 세대를 음악으로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최근 버텀라인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통해 공연 사진 촬영을 배우고 함께하는 동아리 ‘라이브 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악기 종류에 따라 사람의 얼굴을 포착하는 방향, 배경의 네온사인과 사람의 얼굴을 함께 살리는 팁 등 공연사진 촬영에 대해 두 명의 사진작가가 12회에 걸쳐 수업을 진행한다. 사진 수업이 끝난 후에는 공연을 관람하며 직접 촬영 실습을 하고 있는데, 참석자들은 버텀라인이야말로 딱 맞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라이브 사진관의 수업 분위기는 버텀라인이 주는 느낌과 꼭 닮아 있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고,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스크린으로 보며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수업에 처음 온 사람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도란도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버텀라인 안에서는 공간과 음악, 사람까지 모든 것이 서로 익숙하고 편안하게 녹아드는 듯하다.

8월에도 다양한 재즈 뮤지션들이 버텀라인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번 주 금요일(8.18) 9시에는 싱가폴의 색소포니스트 다니엘 치아(Daniel Chia)가 버텀라인을 찾는다. 다니엘 치아는 그래미상을 2번 수상한 프로듀서 폴 브라운과 함께 데뷔 앨범을 제작했고, 그의 첫 싱글 앨범인 ‘Cali Style’은 발매된 지 일주일 만에 빌보드 차트 2위, 글로벌 뮤직 라디오인 Smoothjazz.com 6위를 차지했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재즈 연주를 듣고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고즈넉한 저녁의 버텀라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3번길 23 2층
· 전화번호 : 032-766-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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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팀 김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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