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0
image_pdfimage_print

01

 

 


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인 아트레인의 탑승자들을 차례로 만나보고자 합니다. 지난 5월 24일, 인천아트플랫폼에는 개항의 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전통 목선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개항호’라는 이름으로 C동 공연장 앞에 위치한 이 목선은 인천의 중견기업인 영림목재(회장 이경호)에서 인천의 문화예술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영림목재는 인천에서 기업의 문화경영, 문화예술 후원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인천문화재단 아트레인도 지속적인 후원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 영림목재의 이경호 대표님과 함께 인천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08
Q.
영림목재는 인천에서 설립되어 성장한 기업입니다. 배경과 역사가 궁금합니다.

A. 저는 황해도에서 태어났어요.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오면서 인천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부친이 평양에 계실 적에 하시던 제재소 일로 인천에서 목재소를 시작하셨어요. 그때 당시에는 간장, 소주, 빵 등을 담아 운반할 목재 상자가 필요했었고, 그 물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다 부친께서 건강이 나빠지시면서 제가 20대 후반에 경영을 맡게 되었죠. 직원 10명으로 간석오거리에서 시작했었는데, 도화동을 거쳐 지금의 남동공단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20대 후반이면 굉장히 젊은 시절에 회사 경영을 시작하신 것과 마찬가지네요. 20대 청춘 시절의 꿈과 목표가 있었을 텐데, 회사를 맡게 되었을 당시 어떠셨나요?
A.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사업을 물려받기 직전에는 전자회사 무역부에서 유럽 전역을 다니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죠. 전자 분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초기라 모두들 부러워하는 회사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급작스럽게 가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상황이 닥치는 바람에 조금은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청춘의 꿈이었던 전자 회사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자 분야로 작은 회사를 차려 영림목재와 동시에 운영을 하기도 했었어요. 정말 놀랍게도 두 사업이 모두 잘 되고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친의 사업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전자기기 분야는 하나가 성공하면 바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요. 몸은 하나인데, 회사는 두 개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목재회사에 전념하게 되었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03

Q. 황해도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자라셨는데요. 어린 시절 기억 속 인천은 어떤 곳인가요?
A. 어린 시절 기억 속 인천은 ‘바다’로 생각이 납니다. 피난민들이 인천 앞바다에서 조개를 캤어요.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와 꽃게가 큰 바위 사이에 남아있으면 아이들은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잡기도 했었죠. 바위에 굴도 많던 시절이라 굴을 먹는 게 간식이기도 했어요. 그때만 해도 하인천 뒤편으로 어시장이 있었어요. 생선 조각을 들고 꽃게나 망둥어를 많이 잡으러 다녔어요. 망둥어를 잡을 때는 썰물이 아닌 밀물때에 맞춰야 잘 잡혀요. 물이 들어오는 속도에 맞춰서 뻘밭을 걷다보면 망둥어 아가미를 꿰어서 잡아 들고 올 만큼 많이 잡히던 시절이었죠. 인천에서 자랐는데 수영을 못 하는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바다에서 많이 놀았습니다.

Q. 10대 학창시절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시던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추억들일까요?
A. 고등학교 시절에 과외활동으로 원예반과 합창반, 활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시립농대와 함께 국화전시회도 했었어요. 꽃을 예쁘게 피우려면 주변 꽃을 잘 다듬고 불을 켜서 관리해줘야 만개하는데, 정말 열심히 했었어요. 합창반은 화음을 배우면서 다른 친구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가 있죠. 그리고 당시 남고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여학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거든요. 공부밖에 모르는 순진한 애들이 합창반을 하면서 이성 친구들도 만나면서 그 시절을 즐겼던 것 같네요.


  04
Q.
결국 지금의 이경호 회장님을 만든 게 ‘10대 시절의 경험이 아닐까’ 싶네요.

A. 청소년 시절에 참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때 배웠던 한시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독일어도 배웠죠. 그 덕분에 독일어로 된 합창곡들을 지금도 부를 수 있으니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된 건가요? 삶의 모든 추억과 시작이 이 당시의 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건강하고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네요. 이 모든 게 바탕이 되었기에 지금도 제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Q. 지금까지도 인천남성합창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진 합창단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합창단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A. 인천남성합창단은 올해로 창단 45주년을 맞은 장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인천 대표 남성합창단입니다. 1971년에 인천의 젊은 청년들이 복음 선교와 인천의 음악 발전을 위해 창단했어요. 지금까지 500회가 넘는 무대를 올렸고, 거쳐간 단원도 400여명에 이릅니다. 우리 합창단보다 오래된 곳은 서울의 한국남성합창단이 유일해요. 저는 2012년부터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원들 대부분이 각자 사업체나 직장이 있어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단원 모두가 단장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6월 초에 필리핀으로 첫 해외 공연을 다녀왔어요. 현지 교민들의 많은 함성과 박수를 경험했고,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뜻 깊고 보람된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측 관계자에게도 초청을 받았는데, 우리 합창단이 해외로도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된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05

Q. 영림목재는 문화예술 후원과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의 문화경영 철학이 있나요?
A. 문화경영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오너의 경영 마인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이란 조직의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을 지니고 있어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바로 문화예술인거죠. 때로는 종교 이상의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중소기업들도 조금씩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경영에 접목시키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인천에서도 그런 기업들이 보다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다보면 인천문화재단의 활동과 방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07

Q. 이경호 회장님은 인천문화재단의 이사를 역임하셨고, 재단의 사업에도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지해주고 계십니다. 문화예술 기부를 위한 아트레인에도 초반부터 함께 하고 계시는데요. 문화예술을 위한 아트레인 사업의 방향이나 기부금의 사용에 대해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재단이 갖고 있는 그 성격이나 목적에 맞게 뜻깊은 곳에 사용할 것이라 믿습니다. 기부를 했다는 것은 그 단체에 일임했다는 것이니 더 이상 제가 관여할 것은 없어요. 다만 기부금이라는 것은 모아진 이 돈을 사용하는데 목적일 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활동의 바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정도 모금액이 모였다는 것이 알려지고,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아트레인’의 확산이 중요할 것 같아요. 앞으로 문화예술로 성장할 후배세대들을 위한 밑거름으로 이 기금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재단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활동을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을 테고,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기업인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