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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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은 가시적 형상을 재현하는 방식을 벗어나 순수 조형의 점, 선, 면, 색채로 화면을 구성하는 회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가 30대 초반 독일에 머물며 작업한 일련의 회화 작품은 작가 주변의 풍경에서 선택한 소재를 모티브로 풍경 자체와 자신의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한 것들이다. 그 이후 회화성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으로 회화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다양한 기하학적인 조형요소들이 뒤엉켜 그리고, 지워져 일종의 구조이자 이미지인 추상적 형태로 귀결되는 그의 회화 작업은 어떠한 본질적 형태를 추구하거나 축약하는 것이 아니고, 내적 에너지를 평면 위에 쏟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바라보고’, ‘인식하고’, 그리기 행위를 통해 표출하게 되는 그 ‘과정(process)’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캔버스나 종이 위에 그리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과정’과 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기억과 경험이 개입된 ‘결정(choice)’ 자체에 주목하며 회화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자신에게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정해진 해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가벼움과 진중함 사이에서의 회화적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며,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지니면서 머물지 않고 흐르기 위해 작업한다. 그래서 안상훈의 회화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GOOD; PAINTING] 전시전경, 보강비닐위에 혼합재료, 창고갤러리, 인천아트플랫폼, 2017

The Second Quarter, 145×11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직경 18센티미터, 145×11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We love having a good laugh, 115×9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종이위에 혼합재료, 2016-201

Black T, 150×13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아스팔트위에는 빵이 자라지 않는다.> 전시전경, Kreis미술관, Osterburg, 독일, 2016

Colorful Dream, 100×85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작가노트

헤매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결정의 순간을 만나게 되고, 이 결정(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기억과 경험이 개입된)은 스스로 낯선 자극을 일으켜 새로운 프로세스의 또 다른 밑바탕 역할을 한다. 즉흥성을 열어두며 과정과 결정이 그림 자체에 직접 관여하여 뱉음과 들이마심, 놓아줌과 닫음의 반복만으로도 어느 순간 화면은 긴장감을 통해 새로운 감성을 일으키고 더 이상 사소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익숙한 낯섦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기존 미술사조에 쉽게 정의되지 않는 새로운 회화가 캔버스라는 2차원 평면 안에서 시각적 평온함과 낯섦의 간극으로부터의 모호함을 동반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감정을 생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불가능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할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면 안에서 그림을 위한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것은 추상이 아니다 형상도 없다. 나의 회화는 그렇게 원래 존재했던 것들일 수도 있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몽글몽글한 새로운 무엇인가일 수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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