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작소 세움 유세움 대표 인터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공연콘텐츠 강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공연프로그램 향유 기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2011년 문화공동체로 출발한 문화공작소 세움은 본 사업에 2년째 참여중인 부평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국악과 양악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예불 분야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공연으로는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 <아곡은 여곡헐제, 여곡은 아곡허니>, <환타지아(煥打之我)> 등이 있으며, 음악공연 뿐만 아니라 시각예술분야와 문화예술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활동들 때문인지, 유세움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난 후에도 문화공작소 세움이 어떠한 단체인지 쉽사리 정의내릴 수 없었다. 이는 세움이 하는 활동들이 잡다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입체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호기심이 들었다. ‘무엇’을 보여줄지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지’에 대한 세움의 고민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세움은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상주단체였다. 유세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상주단체로 참여하고 계신다. 문화공작소 세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문화공작소 세움은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단체입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기반으로 시작했다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포괄하고 있어요. 대중예술보다는 순수예술, 기초예술에 중점을 두되 좀 더 콘텐츠화해서 제작하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공연예술 뿐만이 아니라 연구 역시도 같이하고 있죠. 연구라는 게,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만 토속음악을 수집하고, 그걸 바탕으로 재창작하고 있습니다.
Q) <인천 리와인드&리버스>와 같은 프로젝트가 말씀하신 연구의 일환인 거 같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가 <인천 리와인드&리버스>에요. 예를 들어, 많이 알려진 강원도 민요, 남도 민요, 경기도 민요처럼 “내가 알고 있는 인천의 음악은 뭐가 있지?”라고 자문해봤는데, 하나도 없는 거예요. 있어도 한 두 개 정도? 하지만 인천에 살았던 사람들이 생활하며 불렀던 노래들이 없을 리 만무하고 훨씬 더 풍부한 소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토속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싶어서 바로 실천에 옮겼어요. 그런데, 음악은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시각예술은 눈으로 보면 확실하게 다가오는데 말이죠. 그래서 핸드 레코더랑 캠코더를 같이 챙겨나갔어요. 섬을 돌아다니면서 구슬 채록을 하고, 책과 영상을 만들었죠. 그 결과물로 앨범을 냈어요. 하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르셨던 원본 소스이고 나머지는 그걸 재창작한 작품이에요. 얼마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다시 뵐려고 백령도와 연평도를 간 적이 있는데, 몇몇 분들이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토속 음악의 마지막 채집자가 된 거죠. 이렇게 계속 활동하다보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섬을 왕복한 횟수만 40회가 넘어요.
Q)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한 번은 연평도에서 일주일정도 발이 묶인 적이 있어요. 그러던 중 어촌 계장님께 나가야된다고 했더니, 어선을 타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밤 10시 정도에 어선을 타고 연안부두까지 왔던 적이 있어요. 재밌는 건 그 다음부터에요. 얼마 뒤 백령도를 가려고 다시 인천항여객터미널을 찾았는데 해양경찰분들이 오시더니 조서를 써야한다는 거예요. 제가 이전에 연평도에 들어간 기록은 있는데 나온 기록이 없다는 거죠. 사실 이전에 어선을 타고 들어왔을 때, 수산물공판장으로 들어왔거든요. 따지고 보면 밀항이 된 거죠. (웃음)
Q)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프로젝트도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이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주관처 사업인데, 쉽게 말하면 관객들을 발굴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소외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세움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들을 모듈링해서 좋은 작품들을 들고 찾아가는 거죠. 저희는 바닷소리 바람노래라는 주제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는 하나원이란 기관에서 뮤지컬, 연극, 음악 등의 공연을 했어요. 올해는 서해 5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서해 5도가 소청, 연평, 대청, 백령, 우도거든요. 근데 아마 우도는 잘 들어보지 못하셨을 거예요. 민간인 통제구역이거든요. 거기엔 군인들 60명 정도만 살아요. 그분들도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연을 하고 오는 거예요.
Q) 관객을 발굴한다, 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사실 <신나는 예술여행>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문화소외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예술을 되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사람들이 원하는 문화예술들은 다양한데, 담당자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소외지역 사람들이 영화나 연극을 좋아하는데 담당자가 음악을 좋아해서 공연을 올리면, 이 사람들은 그냥 그걸 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지금은 너무 일방향적인 소통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선택할 기회를 우리가 제한하는 건 아닌가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아직 구상에 그치기는 하지만, 그래서 천막극장이나 유랑극단 같은 걸 생각하고 있어요. 천막을 치고 몇 주 정도 동안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열댓 개를 펼쳐놓는 거죠. 거기에 영화, 연극, 교육, 음악, 심지어는 트로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놓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런 예술활동을 해야 될 것 같아요.
Q) 9월 2일에 <토끼전>을 공연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떤 공연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토끼전>은 극공작소 마방진에 있는 배우들과 세움에 있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음악감독 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는 일종의 음악극이에요. 음악도 일반화된 것들 보다는 세움 색깔이 배여있는 음악으로 약간 색다르게 구성하고 있어요. 저희가 인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국단위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게 주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토끼전>이에요. <토끼전>이 재밌는 게, 대부분의 우화들은 선악관계라든가 갈등관계라는 게 다 있잖아요. 근데, <토끼전>에는 그런 게 모호해요. 누가 나쁜 놈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사실 별주부도 나쁜 놈이죠. 용왕의 하수인으로 와서 토끼 간을 빼먹으려는 거잖아요. 토끼도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말이죠. 그래서 토끼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캐릭터들을 풍자적으로 그렸어요. 용왕이 별주부에게 토끼 간을 빼오면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하거나, 악어, 문어, 돌고래 등이,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로 나와요. 예를 들어 ‘토끼’를 잡아 오라고 하는데, ‘도끼’를 잡아오거나 하는 식이죠. 욕망에 눈이 먼 자라의 모습, 블로장생을 원하는 통치자의 모습, 그런 위기를 모면해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풍자와 해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소속 아티스트들은 누가 있는가?
우선, 최근 <사물광대>가 소속 아티스트로 들어와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물공대>의 경우에는 저희 선생님뻘 되는 팀이에요. 멤버변경 한번 없이 창단 30주년을 맞이했죠. 사물놀이의 역사 같은 분들로, 전통음악의 오리지날리티를 강조하는 팀이죠. 그리고 <SE:UM>과 같은 팀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음악장르들을 접목시켜 활동하고 있어요. 국악과 재즈가 갖고 있는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했죠. 단순히 동떨어져 있는 것들을 묶는 게 아니라, 그 음악이 갖고 있는 색채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연주하는 거죠. 주변에서 유로피안 사운드의 느낌이 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SE:UM>이 강렬한 사운드들을 모아서 시너지를 만드는 팀이라고 한다면, <G:on>같은 경우에는 <SE:UM>이 갖고 있는 무거운 것들에서 좀 벗어난 음악을 하는 팀이에요. 원래 초창기에는 <다나루>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게 발전해 전략적으로 구성된 팀이 <G:on>이라고 보면 되요. 이 팀이 추구하는 건 이지 리스닝, 쉽게 말해 힐링음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SE:UM>에는 러닝타임이 7~8분짜리인 대곡들이 많다면, <G:on>같은 경우엔 3~5분짜리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요.
Q) 음악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하지만, 비주얼적인 작업에도 무척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훌륭한 작품이나 아트워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걸 소개하고 표현하는데 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술단체들한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면 아마 이러한 부분이지 않을까 해요. 좋은 작품들인데 포장을 잘 못해서 세일즈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저는 세움의 콘텐츠를 대외적으로 많이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전에 2014년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를 지나고 <환타지아(煥打之我)>의 포스터작업을 하면서 그런 욕심이 생겼어요. 저희 세움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2~30초 안에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떤 사람이 세움이 어떤 단체인지 물었을 때 바로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Q) 음악을 하는 팀에서 비주얼 작업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렵지만, 그 어려운 일을 계속 고민해야하는 게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준비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그런 작업을 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여유를 찾기 보다는 그 안에서 계속 할 일을 해내야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실 저한테도 해당되는 말일수도 있는데, 후배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하곤 해요. 비용이, 시간이,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죠. 조건이 충족치 않은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거예요. 또 충분히 여유가 있을 땐 더 잘할 수 있는 거고요. 기말고사를 생각해보세요. 보통 시험 1~2주전에 벼락치기로 준비하잖아요. 학기말에 기말고사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데, 그러면서도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고, 큰일 났다고 그러잖아요. 좀 길게 보고 우리가 필요한 do it 리스트를 잘 만들어가는 것들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연장 부평아트센터와 함께하고 계신다. 상주단체로서 공연장에 대해 느끼는 특색이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저는 부평아트센터를 이전부터 원하고 있었어요. 인천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가장 잘 갖춰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무대, 조명, 음악 감독님들과의 협업도 굉장히 잘 이루어지죠. 또 공연장 시스템과 같이 하드웨어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아마 인천지역에서는 이만한 공연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와서 콘텐츠도 많이 만들고 관객개발도 많이 했어요. 최근에는 내년도 사업을 좀 협의하고 있어요. <G:on>이 갖고 있는 동화 같은 음악들이 있는데, 아트센터에서 저희가 앨범을 만들고 종합사회복지곤이나 보건소 등과 협력해서 다문화, 한부모, 차상위와 같은 계층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여태까지의 노력들을 통해 세움의 아티스트들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문화적 복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려는 거예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공연을 못 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지역과의 연계 속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게 지역, 공연장, 예술단체, 관객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공연장상주단체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상주단체가 해야 할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세움은 이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게 2년째에요. 사실 거의 새로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 사업 안에서 예술단체가 갖고 있어야할 철학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깨닫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올 시민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최근 UAE에 계속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아프리카 투어나 말레이시아 투어도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은 정세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아요. 때에 따라서는 공연중단이나 취소와 같이 타격을 받는 경우도 있죠.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장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시장도 마찬가지에요. 유니크한 사업들이 필요하죠.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풀어내는 것들은 이제 알겠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도 물음표가 계속 달리고 있어요. 세움은 올해가 전환기인 것 같아요. 공연을 관람하러 올 시민 분들에게 우리가 잡다한 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저희 예술 하나하나가 완성도 있게 구축되었을 때, 시민 분들도 세움이 정말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문화예술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실 거라고 봐요. 무조건 잘 봐달라고 말하기보다는, 시민 분들과 저희가 함께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글, 인터뷰 정리/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