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통해 함께 꿈꾸고 나눠요.”- 송도고등학교 ‘미남 융합미술부’ & ‘ABC 건축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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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가 미술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림만 그리는 미술부 활동이 아니라 특색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고 주도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두 개의 동아리가 있다. ‘미남 융합미술부’와 ‘ABC 건축동아리’이다. 두 동아리는 지난해와 올해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각각 선정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형은 미술교사는 처음 학생들이 교무실로 자신을 찾아와 동아리 활동을 제안했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02아이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동아리 활동
“작년에 처음 이 학교에 발령받으면서 미술부를 담당하게 되었어요. 3월 초,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개괄적인 계획만 가지고 있었을 때였는데, 아이들이 먼저 교무실로 찾아왔어요. 이후 아이들과 수차례 면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년간 미술 분야의 진로를 꿈꿔왔다. 하지만 입시에만 치우쳐 미술학원에서 일상을 보내고, 미술부 활동도 미술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단일한 형태의 미술만을 공부했어요.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는 것이 미술부 활동의 전부였죠. 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와 보니 미술에는 훨씬 다양한 형태와 분야가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진로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도 그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다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폭 넓은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잘 맞아떨어졌죠.”

주도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1,2학년 학생들이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진로를 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려 노력했다. 교사는 지나친 개입보다는 학생들의 옆에 서서 함께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택했다. “시작부터가 아이들의 제안이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거의 맡기고 있어요. 동아리를 통해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 묻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도와주죠.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재능기부 활동과 전시, 벽화그리기 등의 활동을 제안했어요. 아이들이 제안한 활동을 토대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 좋을지, 적재적소에 맞는 활동을 고민했어요. 학교 축제 때 교내 전시를 하는 방법이나 지역의 경로당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찾았어요. 건축동아리의 경우에는 같은 예술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술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건축분야에 관한 공부를 하기로 했어요. 함께 건축박람회를 다녀오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들을 찾아보며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은 주변의 지인이나 인맥들을 동원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천 소재 대학교의 건축학과 학생들을 멘토로 섭외하여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어요.”

03옆에서 함께 가는 교사, 뒤에서 밀어주는 학교와 지역사회
“학교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 뿐 아니라 미술교과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이 정말 적극적이에요. 주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 수업을 등한시할 수도 있는데, 결코 수업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지 않아요. 1학년 때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번 인성교육을 받는데, 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자랑을 하고 다닐 정도예요. 굉장히 즐겁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이 컸고 그러한 에너지를 받아 동아리 활동과 학교의 전반적인 활동에 자극을 받게 되었어요.”

송도고등학교의 학생들 뿐 아니라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도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의 활동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무척 많으세요. 과학중점학교이고 일반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동아리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미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대요. 하지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활동들을 보시고는 더 많은 지원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담당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교 자체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좋습니다.”

학교의 지지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송도고와 연수구 노인복지관이 MOU 체결이 되어있어요. 학생들과 재능기부 활동을 기획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반갑게 생각해주시고 연수구에 있는 가장 큰 노인정을 연결해주셨어요. 미술부 인원이 조금 많다보니 소규모보다는 규모가 큰 노인정을 찾아 직접 연결해 주신 거죠.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울리는 기회를 통해 스스로 지역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려서 얻는 뿌듯함이 아니라 어울림을 통해 자아 효능감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문화재단의 지원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덕분에 재료비와 같은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동아리 활동에 따르는 제약도 덜 수 있었습니다. 재료 준비도 넉넉하게 해서 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활동할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함께 활동했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해드렸어요. 작품을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도 남겨드리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미술동아리의 경우 올해에는 아쉽게도 지원사업에 선정이 안 되었지만, 지난해 진행한 활동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올해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을 활동들이에요. 다른 선생님들과 학교 전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협조해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조 선생님은 스스로 인천문화재단의 팬이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실제로 그녀는 인천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모임을 통해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 지역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과정 ‘그로잉 업’에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전공을 하게 되었고, 미대를 졸업했어요. 사실 인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천지역의 특색이나 인천지역의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해 알지 못했죠. 개인 작업을 지역과 연관 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대학 졸업 이후 스페이스빔과 연이 닿았고, 그 계기로 인천문화재단을 알게 되었어요.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려면 미술의 형태가 단독적이기 보다 통합된 형태로, 다양한 분야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활동을 진행할 때 미술교사 개인이 진행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인천문화재단인 것 같습니다.”

팬이지만, 조 선생님이 재단에 바라는 부분도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예술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아이들은 사교육을 찾아 밖으로 나가기가 쉬운데, 학교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학교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술분야 동아리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교사끼리, 음악교사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기획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관련 교사 연수도 수년간 초등 교사에게만 국한되어 있는데,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있었으면 합니다.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고 사례를 공유한다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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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꿈꾸고 밖에서 펼치는 아이들
점심시간을 틈타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의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과 동아리를 구성한 과정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승훈(ABC 건축동아리)
처음에 대여섯 명 정도 건축에 관심이 있고 그 쪽으로 진로를 생각한 친구들이 건축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모였어요. 조형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건축박람회를 다니면서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쌓고 모형만들기와 같은 체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프로젝트 W’를 기획 중인데, 건축을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 백색의 종이에 스케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프로젝트 명이에요. 1학기 때는 건축박람회를 방문하여 관련 지식을 쌓았고 2학기 때는 직접 모형을 만들어보고 벽화 그리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백광현(美남 융합미술부)
기존에도 미술부가 있기는 했지만, 미술과 관련된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C.O.A.라는 이름의 미술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형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원래는 미술치료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할 것 같아 재능기부를 선택했어요.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올해는 미술 관련 논문을 쓰는 ‘미남 융합미술부’와 함께 이름을 변경하여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른 분야와 미술을 접목시켜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죠. 사례를 들어서 논문을 쓰는데, 최근 송도에 지어진 아트센터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와 전망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윤규선
지난해 경로당을 방문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도와드렸어요. 예시를 들어드리면서 비슷하게 그리실 수 있도록 하거나, 생각하신 그림을 직접 부채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이외에도 장승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고구마와 수박 같은 간식들도 챙겨주시고 많이 가까워 질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규민
제 경우에는 만화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평소에 미술관 같은 곳을 별로 다녀보지 않았고 전통 미술에도 역시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지난해 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송암미술관을 다녀왔는데, 전시 주제가 전통과 관련된 것이었어요. 그동안 전통은 멋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OCI 미술관 창작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실제 작가 분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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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나 특성화고와 달리 일반고에는 희망진로가 각각인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학생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학교는 드물다. 송도고의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진로탐색과 학생들을 위한 교사의 열정, 그리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너지를 발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예술을 꿈꾸는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답을 찾고 그 꿈을 밖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및 정리 : 시민기자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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