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계절을 만끽해요 – 절기(節氣) 체험 동아리 ‘학산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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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에서 마을 주민들과 사계절의 정취를 나누는 ‘학산 마실’이 호평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민들에게 편히 놀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이름 ‘학산 마실’. 그곳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는 마음에 활동가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가벼웠다. 

열정을 잇다

‘학산 마실’의 민후남 대표는 학산문화원 영화감상동아리 ‘하품학교’의 교장으로 지난 16년 동안 종횡무진 활동했다. 워낙 영화광인 데다 영화를 보고 친구와 나눴던 얘기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기에 그 특별한 즐거움을 주민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몸이 피곤하거나 무료하면 산소 공급을 위해 하품하는 것처럼, 영화를 통해 일상에 하품 같은 활력을 붙어 넣자’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16년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함께 볼 영화와 이야기할 주제를 선정했다. 어느덧 60대가 된 민후남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품학교’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자존감을 높여준 고마운 존재였다.”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수없이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생기고 비슷한 영화 감상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하품학교’는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때 민후남 대표의 마음에 떠오른 단어가 ‘마실’이었다. 16년의 열정은 그렇게 새로운 절기(節氣) 체험 동아리 ‘학산 마실’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학산 마실’ 활동가들과 멘토, 학산문화원 기획실장이 함께하는 회의   8월 마실’ 포스터 이미지 제작 중인 이혜숙 주민활동가

향기로운 ‘마실’

민후남 대표와 뜻을 같이한 여러 주민활동가가 합류하여 ‘학산 마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멘토인 드라마고 ‘퍼포먼스 반지하’ 대표의 도움이 컸다. 공존을 위한 마을 생태계 조성에 힘써온 멘토와의 기획 회의에서 ‘절기(節氣)’라는 주제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고, 절기 공부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즐길 놀이 개발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문을 연 마을 절기 축제 ‘마실’은 사계절에 맞춰 네 번 열리며 지난봄(6월), 여름(8월), 가을(10월)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는 12월 19일에 있을 겨울 ‘마실’을 앞두고 기획 회의와 준비에 한창이다.

“멘토 선생님이 절기에 관한 공부 거리를 가져오시면 우리는 이 절기에는 이런 게 맞겠다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지난 ‘8월 마실’ 때는 연잎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흔치 않은 체험이고 맛도 있다고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봄 감자, 가을 고구마처럼 계절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꽃차 만들기, 그림 그리기, 오카리나 배우기 등도 함께해요. 활동가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에 이어 삼삼오오 앉아서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느새 공간은 계절로 가득하지요.” 민후남 대표는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는 ‘마실’을 위해 공간을 비워주고 참여부터 마무리까지 따듯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학산문화원이 있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전문가와 기관이 보내는 신뢰를 밑거름 삼아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모이고, 그 활력으로 직조된 마을의 이야기가 주민들 삶에 퍼져나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분명 향기로울 것이다.

 
‘6월 마실’ 그리기 체험 ‘모두 함께 그리는 아까시 나무’   ‘8월 마실’ 만들기 체험 ‘더위를 닦아내는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그리고 봄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이혜숙 주민활동가에게 ‘학산 마실’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었더니, 잠시 말을 고르다가 “제법 스트레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다.”라고 답했다.

“어느덧 올해는 ‘겨울 마실’만 남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저는 학산문화원에서 ‘그림책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마실’과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리기 체험, 홍보물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는데, 6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다 보니 제법 스트레스예요. 기획부터 제막까지는 계속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잘 해내고 싶은 데서 오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지요.”

행사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북적한 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에서, 준비해온 간식과 식사를 나눠 먹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 물씬 피어오르는 정이 특히 좋다는 이혜숙 활동가는 앞으로도 계속 마을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마실’ 오세요

민후남 대표의 2019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하품학교’가 침체기에 있던 중에 ‘학산 마실’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획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 ‘마실’을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설픈 구석이 있을지 몰라도 꾸준히 살을 붙여나가고 싶어요. 저는 미추홀구 토박이에요. 말하자면 여긴 엄마의 자궁 같은 곳이죠. 그리고 학산문화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나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 전환점이자 성장의 공간이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학산 마실’이 올해 걸음마를 무사히 떼었으니 내년에는 잘 걸을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키워보려 합니다.”

(좌) 민후남 ‘학산 마실’ 대표, (우) 이혜숙 ‘학산 마실’ 활동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네 번 피고 지는 동안 사람은 무수히 넘어지고 일어선다. 삶은 쉴 새 없이 희비극을 오간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이루어진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는 행간에 희망을 품고 피고 지는 삶들로 페이지를 더하며 새롭게 쓰인다. 16년을 한결같이 미추홀구의 주민 문화예술 활동가로 헌신한 민후남 대표와 시작을 알린 ‘학산 마실’ 동아리가 탐스럽게 피워낼 다음 계절이 기대되는 이유다. 주민의 일상과 삶에 친숙하게 맞닿은 기획으로 ‘함께, 즐겁게, 놀자’ 하는 ‘학산 마실’의 다음 일정은 미추홀구 학산문화원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은 매일 먹는 음식이고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이며 쉽게 만나는 들풀 같은 것이다.
– ‘빵과 인형극단’ 예술감독 피터 슈만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김태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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