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 떠난 청년들을 되돌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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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청년문화, 비판 넘어 비전 품다’
– 인천청년문화정책포럼 –

요즘의 인천 청년들에게 ‘친구들과 모여 놀 때 주로 가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구월동이나 부평, 송도신도시를 떠올린다. 반면 20년 전의 인천 청년들, 그러니까 지금은 중장년이 된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신포동에서 놀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신포동은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청년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하지만 시청 청사가 이전하고, 인천여고, 대건고, 숭덕여중,고 등 많은 학교들이 시청을 따라 이전하면서 신포동을 포함한 중, 동구 일대는 낙후하기 시작했다. 행정에서는 개항장 문화지구를 조성하는 등 수년째 구도심 재생사업에 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들에게 신포동은 낯선 옛날 동네에 불과하다. 

그런 신포동을 발판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 사람이 모였다. 지난 6월 1일 오후 3시, 인천생활문화센터에서 ‘신포청년문화, 비판 넘어 비전 품다’를 주제로 네 번째 인천청년문화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장한섬 교육문화분과위원장은 포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포럼에서 나눈 논의를 통해 단지 청년들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통해 신포동의 문화가 지켜지고 발전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고경표 큐레이터가 ‘인천 음악생태계의 자생력과 제도적 한계’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고경표 큐레이터는 지난해 인천 원도심의 음악 장소, 음악인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 신포동에 위치한 임시공간에서 <비욘드 레코드> 전시를 열었다. 그가 전시를 위해 원도심의 음악생태계를 조사하며 발견한 키워드는 바로 ‘자생성’이었다. 50년대 신포동에 주둔하던 미군과 지역민의 교류로 자연스레 조성된 음악생태계는 물론이고, 신포동이 인천 청년문화의 중심지였던 7,80년대, 서울과 인천 일대의 음악인들이 신포동을 아지트로 모여 들던 90년대 모두 지역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성기였다. 또한 여전히 유지되는 구도심의 음악공간들과 그러한 음악공간을 바탕으로 기획하여 지역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축제 ‘사운드바운드’ 역시 신포동 일대의 음악생태계가 여전한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자생적으로 자리 잡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하며 발전하는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행정에 의해 그 동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지역 문화예술인과 관의 협조로 이뤄낸 도시재생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일본의 야마구치 예술정보센터와 영국의 항구도시 브리스톨에 위치한 복합문화센터 워터셰드는 모두 관의 주도 하에 국가 비용으로 운영되지만, 내부의 콘텐츠 생산과 활용 및 운영은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시민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고경표 큐레이터는 사례를 소개하며 많은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역 문화예술인과 협업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발제를 맡은 이의중 건축가는 신포동에서 건축재생을 주제로 3년째 건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 3년의 작업들을 소개하며 ‘신포동에서 발견한 장소를 위한 건축’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연고도 없는 인천에 와서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인천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몇 가지 소개했다. 먼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이 지닌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으며 저평가된 지역이 광범위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특히 신포동 일대는 개항을 기점으로 130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지역이며, 경제적 침체로 인해 개발되지 않은 건축 자산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많은 이들이 지역의 문제점이자 맹점으로 뽑는 행정의 무능을 인천이 매력적인 이유로 꼽았다. 지방행정의 의지가 약하고 노련하지 못했기에 사업 추진이 느렸지만, 그만큼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의지가 컸지만 그만큼 지나치게 빠르게 발전하여 가치를 발견할 시간도 없이 자본이 잠식해버린 군산과 부산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세 번째로 발제를 이어간 다인아트의 윤미경 대표는 인천이 다양한 문화유산과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에 대한 연구나 보존이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지역의 가치를 보존하고 시민들이 그를 향유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여행객들이 지역을 방문할 때 도시경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서점,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면서 내면의 도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역 출판사로서 인천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책 속에 인천의 역사를 담아내려 했던 노력을 소개하며 출판 없이는 문화도시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손동혁 팀장은 ‘항구를 통해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새로운 것들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것들이 융합되어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던 장소가 신포동이지만 지금은 새로운 것이 형성되기 보다는 오래된 것을 이야기하게 된다.’고 말하며, ‘구도심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래된 것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일을 벌이는 세 명의 발제자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을 보탰다.

또한 플로어에서 토론에 참여한 오석근 작가는 ‘행정에서 지역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와 문화예술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문화정책이 변화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인천문화재단이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도심에서 청년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기로 낙후한 지역이 다시 활기를 띠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구도심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세 명과 같이 구도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할지라도, 민간에서 청년의 몸부림만으로 구도심이 다시 살아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구도심에 찾아와, 직접 그 가치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발을 붙일 수 있도록,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청년들이 흔들리지 않고 지역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행정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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