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은 무슨 소리일까? 그레이코드,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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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은 무슨 소리일까?
그레이코드, 지인<#include red>

GRAYCODE(본명 조태복), JIIIIIN(본명 정진희)은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사운드아티스트다. 이들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작곡한 사운드와 이를 형상화한 영상을 결합한 인터렉티브 사운드-미디어 작품을 만든다. 그들의 첫 번째 공동작업인 <#include red>는 “빨간색은 무슨 소리일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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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 즉 가시파장은 일정한 색상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 가능한 영역을 구분하고 가시광선 내의 파장 630~700nm에 위치하는 부분을 언어의 구조를 작동시켜 “ㅃㅏㄹㄱㅏㅇ” 이라는 단어로 명명했다. 빨강색은 가시광선 중 가장 낮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소리의 파장으로 변환하면 20헤르츠(Hz) 정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20헤르츠(Hz)에 해당하는 소리는 과연 3옥타브의 음 ‘미’일까 ‘파’일까? 일반적으로 빨강은 색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레이코드, 지인은 색을 보다 폭넓은 어휘로 사용한다. 이들은 단순한 인상이 아닌 구체적인 관계성을 기반으로 색채를 소리로 환원시킨다. 색과 소리는 마치 건축도면과 같은 알고리즘 구조의 정확한 데이터와 숫자, 코드를 통해 영상과 사운드로 프로그래밍된다. 그리고 색채로 환원된 소리는 결국 빨강이 된다.

색은 공간을 채우고 소리는 시간을 채운다. 무수한 0과 1, 이진법인 컴퓨터의 언어로 만들어진 그들의 작품은 색과 소리로 치환되어 다양한 변주의 과정을 거친다. 사실 <#include red>는 정확한 데이터 프로그래밍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전시장에서 그들의 작품을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색채가 주는 강렬함이나 소리가 주는 긴장감을 먼저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이들은 강렬한 빛에 의한 색채, 그리고 음향연출을 통해 변화의 공간, 확장된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며 우리의 감각적 미디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두 가지 감각의 구조적 혼합 즉, 공감각의 영역을 다양하게 실험해 나간다.

02

이번 전시는 레드 색채와 색채가 가진 주파수에 해당하는 사운드가 결합된 작품으로 관람객이 공간 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색채의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레드로 공간과 시간을 채우는 이번 작품은 관람객들이 단순히 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이동하며 변화하는 색과 소리 안에서 몸을 맡겨보는 새로운 지각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레드의 소리를 찾는 것은 이제 온전히 관람자들의 몫이다.

Q. 그레이코드,지인 그룹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는 ‘그레이코드와 지인’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활동하고 있는 전자음악 작곡가이다.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작가를 계기로 함께 첫 공동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Q. 전자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좀 생소하다.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컴퓨터에 기반한 사운드를 제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관람객과 어떻게 소통하기를 바라는지?
전자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어떤 음악을 만드는 것일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전자음을 소재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시대에서 전자음은 컴퓨터로 만들 수 있으며, 결국 우리에게 컴퓨터는 마치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하나의 악기로 치환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음악은 그 시대의 상황과 기술을 반영하며 발전해 왔다. 18세기 바흐의 시대에서부터 20세기 현대 음악의 시대까지 당대 최고의 테크놀로지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작품의 영감과 작품을 제작하는 기술력이 되어 왔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작품도 현 시대의 최고의 테크놀로지인 컴퓨터 기술을 반영하며 작업된다. 비록 컴퓨터로 만들어지는 소리가 낯설지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발전된 기술력을 생각해본다면 변화하는 예술도 생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체가 지니는 디지털 감성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건 아니고, 본래 음악이 지니는 청각적 감각과 아날로그적 감정을 낯선 소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03 Q. 공연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이번 <#include red> 는 전시 형태여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흥미로웠던 점이 있었다면?
공연과 전시의 가장 다른 지점은 관객이 전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제약하지 못한다는 부분이다. 시간예술인 음악에서 그 시간에 따른 변화의 순간들과 소리들을 오롯이 들려줄 수 없다는 것이 사운드 전시의 한계이자 큰 특징이었다. <#include red>에서는 전시장에서 이동하는 관객의 동선에 따른 소리의 배치와 공간성을 고려한 사운드를 제작하는 것에 고민이 많앗다. 순간의 찰나에 사운드를 들을 때, 전시장이라는 충분한 공간감을 느끼며,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 패턴들로 전시장이 오픈되어있는 긴 시간동안 매번 새로운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

 Q. 레드 시리즈와 관련한 추후의 작업계획이 있다면?
5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include red>는 오디오비주얼 전시 버전으로 만들었다. 추후에는 이 작품을 퍼포먼스 버전으로도 제작, 전시와 더불어 퍼포먼스로도 관람 가능한 작품으로 작업할 계획에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의 컨셉을 바탕으로 red뿐만 아니라 다른 색깔 또는 다른 물리적 현상에 따른 #include 시리즈를 제작하려 한다. 

 * 그레이코드, 지인은 인천아트플랫폼에 3월부터 5월까지 머물며 협업을 통한 다양한 사운드미디어아트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 실험의 첫 번째 결과를 이번 전시 <#include red>를 통해 선보였으며, 2016년 9월 진행될 오픈스튜디오에서는 공연버전의 <#include red>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의 다른 작품과 정보는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www.inartplatform.kr)와 작가 개인 홈페이지(그레이코드 www.theGRAYCODE.com/ 지인 www.jiiiiin.com)에서도 볼 수 있다.

정리 : 인천아트플랫폼 오혜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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