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에 대한 긍정, 인천다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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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을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문득 생각해 본다. 인천은 전체 면적이 약 1,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면서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또 국내 최초의 근대적 개항이 있었던 항구 도시이며, 경제자유구역과 세계 1위의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천은 외지 유입 인구가 87%에 이르고, 인천을 떠나고 싶다는 시민도 48%에 이르는 등 정주 의식이 희박한 곳이기도 하다. 또 제조업 중심의 공단 지대 조성으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서울과 지역적으로 가까운 까닭에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미미하여 문화의 불모지, 문화의 변방 도시라는 평가를 오랫동안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주 의식이 약하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인천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색이자 인천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가 될 수도 있다. 정주 의식이 희박하여 뜨내기들이 많다는 일종의 열등감이 오히려 인천의 인천다움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의 변방 도시로서 문화의 불모지로 인식된다는 것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문화가 지역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삶의 총체적 모습을 의미한다면 문화의 불모지라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인천은 그 나름대로 독특하고 고유한 삶의 모습을 온전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도시’에 대한 강박과 열등감은 인천의 ‘있는 것’에 대한 올바른 시선과 판단을 가로막는다. 송도 신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 도시로서 인천이 갖는 지역적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생각도 좀 더 비집고 들어가 보면 ‘인천다움’에 대한 근본적 성찰보다는 ‘문화 도시’로서 내세울 만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열등감이 자리한 까닭이 아닐까.

문학에 미적 범주라는 것이 있다. 어떤 작품에서 ‘있는 것’에 대해 긍정하며 그것에 만족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우아미, ‘있는 것’을 긍정하면서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어야 할 것’을 향해 나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숭고미라 한다. 반면 ‘있는 것’에 대해 부정하며 ‘있어야 할 것’을 향해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비장미라고 한다. 우리 인천의 발전은, 문학 작품의 감상에 빗대어 말하자면 비장미의 특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의 ‘있는 것’들은 긍정의 대상이기보다는 버리고 숨기거나 고쳐 바꾸어야 할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있어야 할 것’을 위해 애써 노력해 왔으나 우리가 정작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서울과 비교하면서, 혹은 다른 광역시와 비교하면서도 인천은 늘 ‘다름’보다는 ‘모자람’과 ‘결핍’에 방점을 두고 이를 개선해 오려고 노력해 왔다. ‘다름’과 ‘부족함’이 함의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비장미가 결코 우아미나 숭고미가 될 수 없듯이, 인천이 갖는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도 먼저 인천의 ‘있는 것’에 대한 긍정적 수용, 그리고 ‘다름’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화 도시’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이 화려하고 편리한 복지에 있다면 문화 도시로 가는 것은 어쩌면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인천다움은 화려함과 편리함의 그늘에서 점차 사라질 지도 모른다. ‘문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얼마나 뒷받침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 있어야 문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을 있게 하려는 노력에만 집중하다 보면 늘 본질적인 고민은 뒷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왜 있어야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천의 ‘인천다움’은 이러한 물음이 전제될 때 비로소 드러나게 될 것이라 본다. 문화 도시를 향한 인천의 노력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결국 경제적 논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는 숭고미가 아니라 비장미가 될 것이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생각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 인천의 ‘있는 것’에 대한 긍정적 내면화이다. 요컨대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라는 당위적 필요성보다는 ‘무엇이 어떻게 있는지’에 대해 관심과 긍정적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오래도록 인천에 있어 오며 인천의 특성을 형성해 온 것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온전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될 때 인천의 ‘인천다움’은 올바른 모습을 찾을 수 있으며 이것이 인천의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형성할 것이다.

이동구(광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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