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화, 그 문화 가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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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용어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다담론적 개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오는 문화 정의의 서두이다. 이어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이라면 어떤 것이든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말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대로라면 원론적으로, ‘문화에는 인간의 손이 닿은 모든 산물이 포함되며, 인간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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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할진대 문화 가치를 논하는 일이 과연 녹록할 것인가. 역시 그 대상이 그지없이 다양하고 광대한 범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이라는 어떤 한 지역을 범위에 두고 그 문화와 문화 가치를 운위하는 경우에는 다소 안심이 될 듯하다. 인간 전반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인천적인 것들을 들추어 살피는 일로 축소되는 까닭이다. 그렇더라도 실제 무엇이 인천 문화이고, 그 가치는 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또 다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인천 사람들이 생산한 모든 산물을 포함하여 인천 사람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을 찾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일까. 인천의 정치나 경제 영역일까. 문학이나 미술 등 예술 분야 같은 좁은 의미의 전문 문화에서, 그도 아니라면 시민 대중이 즐기는 대중문화에서 찾아야 할까. 그러나 머릿속을 헤쳐 보아도 명료하게 딱히 이것이 인천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이에 대해 그동안 여러 논자의 의견 피력이 있기는 하다. 그들이 꼽는 인천적인 것이라면 대체로 역사적 사실이나 과거 유산, 시가지, 음식, 지역의 문화 예술, 축제, 인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은 있다. 과연 인천 시민 다수가 그것들을 자신들의 삶으로써 널리 확실히 공유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의문의 진원을 금세 알게 된다. 우선 인천이라는 도시 형성 특성을 꼽을 수 있다. 그에 대해 1934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가 이미 대답의 일단을 제시하고 있다. “장래 대경성의 문화도시로 30만 인구를 수용할 대공업도시를 꿈꾸는 인천”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일제가 인천 시가지 확장을 위해 현 신흥동 주변 해안 6만 평 매립 7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바로 이 짧은 기사의 행간 속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그 무렵 인천 인구는 한국인, 일본인 합쳐 7만2천여 명이었다. 한국인만은 6만에 육박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7년 후인 1941년에는 인천의 인구가 무려 4배가 넘는 30만이 되는 것이다. 매우 급속한 인구 팽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외지 유입 인구에 의한 것이다. 이 같은 인천의 도시 형성 특성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인천 시민 다수가 인천 문화(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를 자신들의 삶으로써 널리 공유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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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장래 대경성의 문화도시’라는 말이다. 저들이 무엇을 가지고 문화도시라고 말했는지는 불분명하나, 그 말 앞에 쓰인 ‘대경성의’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특히 종속이나 소유를 의미하는 조사 ‘의’의 쓰임에 눈이 간다. 한마디로 대경성에 종속된 문화도시! 이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그대로 오늘에 답습되고 있다. 곁들여 저들의 인천은 ‘문화도시와 대공업도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문화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인천을 군수기지화 해서 한반도와 나아가 대륙까지 침탈을 노리던 일제의 기만 술책일지 모른다. 어쨌든 공업도시(산업도시) 모습 역시 300만 인구 오늘의 인천에서도 변함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

오늘날까지 인천의 특성이 이렇게 존속되어 오는 한, 인천은, 인천 문화는 이 두 가지 문제 위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 문제에 조급할 것도, 지나치게 알레르기를 보일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인위적으로 나설 일도 필경 아니다. 문화는 인간 집단이 살아오면서 집적한 생활양식 그 자체다. 인천 문화는 그 집적 속에서 찾고 자연스럽게 그것의 가치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김윤식 /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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