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 2017년의 키워드들,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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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지우고 기대는 품는다. 잊지 못할 한해였지만 다가오는 해의 새로움도 궁금하다. 올해 마지막 큐레이션은 2017년을 주도할 주요단어와 사랑으로 채운다.

20대 트렌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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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이 2017년을 주도할 20대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주체적으로 홀로 섬을 의미하는 ‘나로서기(나로서+홀로서기)’, 궁극의 소비를 통해 자기만의 만족을 찾는 ‘겟꿀러’, 흔적 없는 소통을 나누는 ‘팬텀세대’ 등이 이에 속한다.

취업과 스펙에 집착했던 청년들이 ‘갭이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갭이어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을 체험하고 그 안에서 흥미와 적성을 찾으며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말한다.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저돌적 삶에서 여유와 휴식을 즐기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2017년의 문화 흐름에 긍정과 명랑의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트위터 코리아가 국내 이용자들의 트윗과 계정을 분석해 분야별 키워드 및 순위를 발표했다. 사회 분야에서는 대통령, 최순실, 촛불집회, 세월호가 1위부터 4위를 차지했다. 음악분야에서는 방탄소년단,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에서는 복면가왕이 1위에 올랐다. 가장 많은 팔로우 증가율을 기록한 언론사는 허핑턴포스트. 문장이 아닌 단어 하나로, 어느 때는 전부 숫자로만, 드물게는 이모티콘을 타이틀에 배치해 임팩트를 준 보도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때때로 그림언어가 문자언어가 되고, 둘이 조화를 이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생각이 없냐, 2017년 키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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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어떤 단어가 대한민국을 정의하고 주름 잡을까. 한국일보가 트렌드 도서를 통해 2017년의 풍경을 선보였다. 건강을 상징하는 웰빙이 음식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녹아드는가 싶더니 올해 먹방과 쿡방으로 넘어온 라이프스타일에서 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미래 지향적인 건강 개념이 혀끝에서 느껴지는 자극이나 지금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에 압도당했다고 말한다. 내일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는 헬조선 국민들에게 건강은 사치일까?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결혼하지 않는다.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린아이 사진에는 ‘네 자식 너나 귀엽지’라는 댓글이 달리지만 고양이 사진에는 ‘네 고양이 나도 귀엽지’라는 호의적 멘트가 붙는다.

내년은 프로 불편러들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성혐오, 장애인 조롱, 인종차별 등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폭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사전 허락 없이, 혹은 남녀 배우 중 한 사람에게만 통보한 뒤 키스신(베드신)을 촬영한 것에 대한 프로 불편러들이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적 올바름(PC)이냐 지나친 트집 잡기의 ‘PC 정신병’이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누군가 사소하게 폄하한 일이 어떤 이에게는 트라우마가 되고, 잠깐의 불안이 진한 상처로 남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따듯함에 대한 갈망, 휘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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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hygge)는 행복한 감정, 긴장을 풀어도 되는 느낌을 말한다. 따듯한 욕조에서의 반신욕, 친구가 건넨 핫팩, 고구마를 호호 불어먹는 시간 등이 ‘휘게 라이프’의 작은 모습이다. 옥스퍼드 사전이 휘게를 올해의 단어 후보로 뽑았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는 삶.

휘게는 웰빙에서 유래한 덴마크어로 “휘겔리한 시간 보내세요”처럼 사용한다. 이 표현에는 어지러운 환경에서의 스트레스를 가족, 친구, 공동체 구성원들과 더불어 풀고 편안함을 얻고자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퇴근 후 아늑한 곳에서의 차 한 잔, 함께여서 즐거웠던 산책 등이 충만한 기쁨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연애를 영화로 배웠네] 연애, ‘올해도 글렀어’라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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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OO으로 배웠네’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문화콘텐츠에 연애 경험담을 엮어 쓰는 글이다. “다들 나라 망치느라 바쁜 와중에도 부지런히 외모도 가꾸고, 썸도 타고, 결혼도, 출산도, 이혼도 잘 하셨구나.” 그런데 나는? 올해 대체 뭘 했지? 연애는 또 물 건너 간 건가?

‘500일의 썸머’로 연애를 배운 어느 기자의 팩션이 연애 포기자, 혹은 연애 불능자를 위로한다. 영화에는 “누구의 여자친구가 되는 건 불편해요. 남녀가 만나면 누군가 상처를 입죠.” 같은 고백과 “당신이 틀렸어요. 언젠가 알게 될 거예요. 사랑을 느꼈을 때.” 같은 응답이 넘쳐난다. 연애를 젊은 남녀의 사랑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영화 속 수많은 재잘거림과 그 대화를 인용한 기사 본문에서 진심어린 삶의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하늘이 점지해 놓은 그 누구를 기다리는 톰인가요? 아니면 그런 환상은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자고, 지금 서로 즐거우면 그만 아니냐고 생각하는 썸머인가요?”

어떤 상황에서는 쿨 피플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부뚜막 고양이처럼 날뛰는 인간이 된다. 내 성격 때문일까, 상대의 조건 때문일까, 관계가 주는 기운 때문일까? 날씨나 바이오리듬에 민감한 성정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 시시때때로 돌변하는 자신에게 우리는 올해도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나는 누구인가? 올해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연애뿐만 아니라 멋지게 뽐내고 싶었던 성과도 올해는 글렀다. 하지만 어김없이 신선한 새해는 오고, 우리는 또 누군가를,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만날 것이다. 굿 럭.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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