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인 이야기 #15 2016년 아트레인, 기업과 예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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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문화예술의 기부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아트레인은 많은 분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 올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아트레인과 함께한 다양한 협력사업들은 그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하며 뜻 깊은 시간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올해 처음으로 진행했던 메세나사업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인천문화재단은 한국메세나협회의 지역특성화 매칭펀드를 통해 총 2개의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이 사업은 중견·중소기업의 기부금에 따라 한국메세나협회의 1:1 매칭 지원을 받는 사업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지역사회공헌 장려에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은 아트플랫폼 공공미술과 문화예술로 함께하는 인천바로알기종주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메세나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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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아트플랫폼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천아트플랫폼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Platform Public art Production(PPP)’이라는 이름으로 아트플랫폼 야외 공간 곳곳을 활용해 미술의 공공성과 대중성, 지역의 특징을 담은 예술작품 창작을 실행하였습니다. 인천의 중견기업인 경인기계(대표 구제병), 영림목재(회장 이경호), 평산볼트기공사(대표 서임순), 한국닛켄(대표 와카이 슈지)이 동참했고,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서해영, 임상현, 레이박, 김주호 작가가 참여해 총 5개의 작품이 창작되었습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통해 인천을 이야기하고, 인천을 표현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네트-워크 in 인천>이라는 제목으로 총 21명의 참여자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공공미술에서 지향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창작과 소통의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서해영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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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공공미술’의 의미
A. 제가 생각하는 공공미술의 의미는 ‘공공’과 ‘미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과 환경’에게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여기서 ‘공공’이란 공공의 장소, 공공의 목적, 대중 등을 의미하는데, ‘미술’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공공’이 아니라, 그 특정 장소와 그곳을 살아가고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해보고(혹은 함께 해볼만한 문제들을 가지고) 공공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미술가는 공공미술이 실행될 장소와 사람들, 그 환경에 대해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공공미술 작품이 큰 예산과 시간,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그 작품은 환경을 미화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겉모습만 소비되고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단순히 겉모습이 화려하고 재미있는 작품만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는 그런 공공미술 작품이 많아졌으면 한다.

Q. 이번 작품 <네트-워크 in 인천>의 기획의도와 방향
A. 이 작품은 인천에서 만난 사람들, 인천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타피스트리*(Tapestry)타피스트리* 손으로 직물을 짜서 이미지를 만드는 섬유예술분야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었다. 그 과정 속에서 인천아트플랫폼에 설치할 작품은 작가 개인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협동 작업이었을 때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고 조금은 더 친숙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작업 과정에서 저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주도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고, 참여자들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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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과정에서 어려웠던 점 혹은 즐거웠던 점  
A. <네트-워크 in 인천>은 21명의 참여자가 함께 만든 타피스트리 공동작업이다. 인천에서 구할 수 있는 그물이나 현수막을 가위로 잘라 실로 만들고, 손으로 엮어 만든 타피스트리 작업으로, 많은 시간과 노동, 인내를 바탕으로 21명 각자의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렇게 ‘함께 하는’ 작업은 ‘혼자 하는’ 작업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다른 점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즐거움이 공존했다. 이전에 개인 작업으로 몇 번의 협업을 진행해보았던 터라, 공동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번 참여형태의 공공미술작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두려움이 컸다. 특히, 완성된 결과물이 오랫동안 야외에 설치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완성도와 내용면에서도 많은 고려를 해야 했고, 작업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기획자로서 마음의 부담을 크게 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막한 두려움 속에서도 ‘함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떤 작은 가능성을 바라보고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다. 
SNS홍보와 야외 배너광고를 통해 참여자를 모으고, 작업의 내용을 정하고, 도안을 함께 그렸다. 함께 다양한 색의 그물을 구하러 다니면서 새로운 그물을 발견할 때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했고, 먼지 쌓인 질긴 그물을 잘라 실처럼 가공할 때는 손에 굳을 살이 배기기도 했다. 누군가 아프거나 다른 일로 못 나올 때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꿔주었다. 실로 이미지를 짜 나갈 때도 많은 변수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하나 서로 의논해가며 결정했고, 모두에게 ‘처음’인 공동 작업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서로에게 더 의지했던 것 같다. 약 한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작업장으로 21명의 참여자들이 오고 가면서 세로 130cm, 가로 약 9m 의 대형 타피스트리 작품이 완성되었다. <네트-워크 in 인천>의 완성된 모습은 알록달록하고 화려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과 고민들, 아리고 거칠어진 손끝들은 보이지 않지만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Q. 함께 참여한 21명의 참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기획자로서 저는 참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끝까지 함께 해주신 참여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공공미술작품의 역할을 무엇일까, 공공미술로서의 참여형 공동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서툴렀고, 효과적이지 못하게 진행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참여자 여러분들이 조금씩 아이디어를 모으고, 더 좋은 길을 제시해주셔서 저도 용기를 내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에서 생업을 하시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작업하러 와주신 참여자님들,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 간 사이를 이용해서 매일같이 작업을 하러 와주신 참여자님들, 바쁜 작업 활동에도 공동 작업에 참여해주신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님들, 타피스트리작업 참여를 위해 인천으로 찾아와 최선을 다해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 주신 여러 미술대학 학생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를 대신해서 스텝으로 일해주신 참여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우리가 또 다른 기회에 다시 무언가를 함께 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번 타피스트리 공동작업이 참여자 각자의 기억 속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하다. 그것이 마냥 좋았던 기억이 아닐지라도, 각자의 삶에서 보람있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Thanks to: 공현지, 권소진, 김경숙, 김보원, 김순임, 김지수, 김푸르나, 김희주, 박주영, 양지영, 연희숙, 유리, 이정아, 전순미, 최서진, 최유진, 최재형, 최현석, 한영덕, 홍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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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가 갖는 의미란
A.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는 작가들에게는 자본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것은 곧 많은 시민들과 대중들에게 새로운 문화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나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그 의미를 선뜻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기업의 후원이나 국가의 지원이 작가자신과 대중들에게 예술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과 개발위주의 사회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삶의 여유와 인간적인 가치에 대해 문화예술은 균형을 잡아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가치를 믿고, 기부와 후원을 아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후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많은 작가와 시민들이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문화예술로 함께하는 인천바로알기종주
또 다른 프로젝트는 문화예술로 함께하는 인천바로알기종주입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인천바로알기종주는매년 100여명의 인천 청소년과 함께 6박 7일간 인천의 산과 바다, 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가장 무더웠던 7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한 여름의 태양을 이겨가며 13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사업은 지난 해까지 운영했던 종주 프로그램을 확대해 문화예술을 통한 전시를 연계하였고, 이를 통해 16년의 세월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종주에 참여하는 학생들과의 자리를 벗어나 인천의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로 전시를 구성하였고, 기업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인천바로알기종주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예술가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해가 되었습니다. 올해의 사업을 리뷰하며 인천바로알기종주단의 이종열 단장님과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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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메세나 사업을 실행하게 된 계기
A. 15년을 진행하면서 규모도 점점 커지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은 인천광역시를 통해서 보조금을 받아왔고, 그 덕분에 운영에 어려움을 줄일 수가 있었는데 올해 갑자기 지원금이 축소되고 스스로 후원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와중에 메세나 매칭펀드를 알게 되었다.

Q. 올해 사업의 전반적인 리뷰
A. 처음으로 메세나협회 매칭펀드 지원사업에 함께 했다. 그 동안은 문화예술적인 요소나 프로그램이 굉장히 작게 운영되었었는데, 메세나 펀드 덕분에 힘을 실어볼 수 있었다. 종주 현장에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했고, 그 결과가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종주를 하던 현장에서도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 조금 더 제대로 활동하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프로그램의 퀄리티 자체가 높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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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를 실행한 결과를 자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직접 실행해 본 전시는 처음이라 준비가 많은 부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아쉬운 점이 없다는건 거짓말일 테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메세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실행할 수 없었다. 지난 15년의 정리와 더불어 종주단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향상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가한 학생들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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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앞으로의 계획
A. 내년부터는 결과전시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했으면 한다. 그리고 올해를 기점으로 종주단에 기업 후원이나 기부 연결을 조금씩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메세나 사업을 통해 느낀 점이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기부한 금액만큼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종주단을 운영하면서도 자체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구성해보고 싶었는데, 예산이나 기획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좀 더 성장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분야의 기부는 자선, 교육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어려운 환경임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에서 조사한 개인기부자의 기부 성향 결과를 보면 기부자의 단 0.4%만이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이는 인천문화재단이 문화예술 기부 활성화를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 기부를 확산함에 있어서 올해 진행했던 두 개의 프로젝트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문화예술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며, 아트레인의 시작에 함께 해주신 기업의 대표와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인천문화재단 아트레인은 올해의 성과와 기부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앞으로 보다 더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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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인터뷰 정리 / 주현수(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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