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11.15~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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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최고의 키워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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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잘 살자는 움직임이 뜨겁다. 촛불 하나는 우습지만 모이면 붉디붉다. 다수에 묻혀 나를 져버리자는 게 아니다. 나도 좋고, 당신도 좋은 게 좋은 거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경주 지진 피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함께 잘 살자고 외치면서도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걱정한다. 2017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나’다. 부를 좇고, 내 집 마련으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집요함이 아닌 이기적인 휴가로 나만의 만족을 찾고, 간섭받지 않는 삶을 사는 걸 말한다. 회사도, 사회도, 국가도, 내 미래를 책임지지 못한다. 싫은 게 있다면 아웃을 외침. 때때로 주체적인 결별 선언이 필요하다.

관태기에 지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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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낀다. 혼자가 편하다. 스트레스 받고 눈치 보는 관계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선택한다.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꿈)까지 보이지 않는 힘에 눌려 ‘포기’의 숫자를 늘리고 있는 청춘, 2030을 대변하는 많은 이름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다. 인간관계에 따라붙는 말말말. ‘스트레스’, ‘힘들다’, ‘어렵다’, 그리고 인맥과 스펙. 에라, 모르겠다. 영화도 혼자 보고(혼영), 밥도 혼자 먹고(혼밥), 술도 혼자 마시자(혼술).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일 뿐이라고?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외롭지 않을 자신 있다고? 우리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그게 거짓 처방일지라도.

마음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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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책방이 다르듯, 약국과 약방은 다르다. 공간과 명칭의 재발견, 혹은 다시보기는 소수의 손길을 거쳐 시대와 세대에 의해 재정의된다. ‘방’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아담하고 따듯한 이미지. 친구가 내민 종이 상자에 ‘마음약방’이라고 적혀 있다. 상자를 열어보니 영화처방, 그림처방, 요리레시피, 산책지도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작은 거울 하나. 마음을 치유하는 자판기에는 ‘용기 부전, 예민성 경쟁 과다증, 꿈 소멸증, 자존감바닥 증후군, 미래막막증, 월요병 말기, 급성 연애세포 소멸증’ 등의 병명이 적혀 있다. 달랑 500원을 넣고, 처방이 필요한 증상을 누르면 퐁당, 약이 떨어진다. 진짜 그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런 병 따위 없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처방약은 곱게 받아든다. 플라시보 효과가 선보이는 ‘신약 월드’가 펼쳐질지도 모르니까. ‘마음약방’은 서울시민청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 1, 2호점이 있다. 약효과를 본 사람들은 거울을 보면서 조금씩 웃고 있다.

1인 가구 가족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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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혼밥, 혼행(혼자 여행하기)에 이은 혼찍(혼자 가족사진 찍기)의 탄생. 1인 가구의 주인이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가족은 무슨 가족? 반려 강아지, 고양이, 만화책, 노트북, 핸드폰이 그들과 함께 한다. 가족으로 작업복을 꼽고, 가족으로 이어폰을 가지고 온다. 허공을 데려온 사람도 있다. “여백 같은 시간에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혼자 있는 공간의 압박감이에요. 가족 같은 물건이 많이 있지만 혼자 사는 삶의 무게감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어요.” 지난여름, 인천발전연구원은 ‘싱글이 행복한 소비 도시 인천 만들기’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약 25만명인 인천의 1인 가구수가 2020년에 28만8천만, 2035년에는 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15년 후쯤이면 인천지역 전체가구의 30%가 1인 가구일 거라고 한다. 인천시, 인천문화재단 등이 후원하는 ‘1인 가구 가족사진’ 프로젝트는 아트팀 ‘쁘레카’가 서울 합정동에서 진행한다. 12월 22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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