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 지역과 함께하는 회사를 만듭니다 – 평산기공볼트사 서임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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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은 아트레인 기부금사업을 통해 지역 내·외 기관/기업과 협력하는 다양한 사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오는 12월 그 결과를 선보이게 될 ‘PPP-플랫폼 퍼블릭 아트 프로덕션(Platform Public art Production)’은 인천의 여러 중견기업이 동참함으로써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PPP프로젝트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야외 공간 곳곳에 미술의 공공성과 대중성, 지역의 특징을 담은 예술작품 창작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오늘은 이 뜻 깊은 사업에 큰 힘이 되어 주신 평산기공볼트사의 서임순 대표님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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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산볼트기공사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우리 회사는 볼트, 너트, 기계 부품을 전문으로 가공하는 업체로 1978년에 인천 화평동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입니다. 회사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에는 남편이 대표로 운영을 시작했고, 저는 생산품인 볼트와 너트를 포장하고 경리를 보는 등 회사의 내부 업무를 맡아서 운영했어요. 그러다 1998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가 경영을 맡게 되었고, 1999년 1월에 사업자를 새로 내게 되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 직접 회사를 운영하신 것만도 벌써 17년이 되었네요.

A.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어요. 회사를 계속 할지 아니면 정리해야 할지 상의할 사람도 없었고, 경영 전반의 모든 것들이 낯설어서 힘들었죠. 오죽하면 공장 건물과 연결된 가정집에서 살았는데, 셔터문을 내리고 나면 회사 밖으로 나올 줄도 몰랐으니까요. 그만큼 남편이 경영하던 회사의 일들은 제가 모르는 영역이었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가족같이 일하던 직원들의 격려를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면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이 떠난 후 2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고,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죠. 그래도 그 고비를 이겨낼 수 있게 함께 지켜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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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아무래도 업종의 성격이나 특성을 보면, 여성 경영인으로 어려움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경영 전반에 있어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A. 우리 회사가 속한 철강, 제조 생산 기반의 산업군은 전반적으로 남성이 중심이긴 해요. 어느 산업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벽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만큼 다른 부분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제일은 절대적으로 지키자는 원칙이라던가, 거래처간의 약속을 반드시 이행한다 등 저만의 경영 마인드는 고수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한번 만들어진 사업의 인연은 지키려고 노력했고 그 방침은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작지만 알찬 기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생각하고 계시는 경영 철학이 있으신가요?
A. 돌아가신 남편이 추구하던 경영 철학이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운영을 이어가면서도 변함없이 지키고 싶은 목표에요. 그래서 30여명 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많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함께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채용 시에도 특별히 나이를 제한하지도 않아요. 본인이 일을 할 수 있고, 하고자 한다면 이를 지지하고 도우려고 하죠. 비록 크지 않은 회사지만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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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978년 당시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때의 화평동은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그 당시 회사는 지금의 위치는 아니었고, 바로 인근이었어요. 그때는 1층은 사업장으로 쓰고, 2층을 살림집으로 사용하며 살았어요. 화평동과 동인천역 일대도 지금과 매우 달랐죠. 일단 이 앞에 화도진로 자체가 이렇게 크게 정리되기 전이었으니까요. 지금이야 도로정비가 돼서 4차선 길이 있지만 그때는 이런 길이 없었거든요. 지금 사옥이 위치한 자리도 예전에는 한옥들이 있던 곳이에요.

Q. 인천에서 사업을 이끌어오신지 어느덧 40년이 되어가는데,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곳이 있으신가요?
A. 추억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슬픔과 아픔 모두가 있는 곳이 여기 화평동 사무실이에요. 대표였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몸이 나빠지면서 떠났지만,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던 곳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사무실을 더 떠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Q.
아트레인에 관한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데요. 평산기공의 생산자재를 포함해 대표님의 아트레인 동참이 지역 문화예술을 위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아트레인에 동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던 때는 생활이 바빴고, 문화예술을 편히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동양화를 배운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남편과 함께 방문해서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었죠. 그때 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곁을 떠난 후, 우울감, 상실감이 커지면서 집중할 시간이 필요해졌고, 인근에 있던 문화센터에서 동양화 공부를 접하게 됐어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과 동시에 그림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붓 끝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문화예술이라는 것을 접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예술을 통한 심리적 치유, 안정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셈이죠. 그 시절에 알게 된 분이 지금의 인천아트플랫폼 최병국 관장님인데, 그 인연으로 아트레인에도 함께 동참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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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기업이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기부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특히 평산기공의 경우, 생산하는 자재를 통해 현물 기부도 함께 해 주셨는데요. 문화예술을 위한 기업의 후원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A. 우리 회사는 철을 만지고 부품을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이 쇳덩이같은 재료들이 어떻게 문화예술로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사실 이런 생산품들은 원하는 곳이 있다면 그 의도와 방향에 맞게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어요. 우리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 인천의 문화예술을 위해 쓰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멋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재료로 활용된 것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함께 동참하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고요. 
 
Q.기본적으로 사회공헌이나 기부를 지속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부에 대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원래 어디에 알리면서 후원을 하는 성격은 아닌데, 돌아보니 몇 군데 함께 뜻을 보태고 있는 곳은 있습니다. 2009년에 제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수술을 하고 꽤 긴 시간 치료를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는데 그때 입원했던 병원에 5천만원을 기부했었죠. 제 건강을 되찾은 곳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이후에도 국제난민을 돕는 구호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었는데, 계속해서 기부를 하다보니까 나만의 기부철학 또는 기부의 방향이 생기더라고요. 내 주변의 사람들, 내가 사는 곳의 변화를 위한 곳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싶어요. 그래서 사무실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몇몇 단체들을 후원하고 있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조용히 도우려고 해요. 인천문화재단을 통한 지역의 문화예술 후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Q.마지막으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인천의 문화예술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1970년대부터 인천에 있었지만, 인천에는 문화예술 공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도시는 커져가고 옛날과 다르게 점점 빠르게 변해 가는데, 성장하는 속도만큼 문화적 기반이 함께 따라가 주지 못 하는 게 늘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하물며 인천에는 아직 시립미술관도 없잖아요. 인천에 오면 꼭 가봐야 하고, 누군가를 데리고 가고 싶은 예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굉장히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일이고 문화재단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기부들이 함께 모여서 인천의 문화예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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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평산기공볼트사 서임순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지지에 힘입어 인천문화재단 아트레인도 보다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6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인터뷰 정리 / 주현수(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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