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마음, 하나의 소리- 인하대 동문 합창동아리 ‘인하모니(仁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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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금요일 늦은 저녁, 인적 드문 캠퍼스 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도, 신나는 밴드 음악이나 힙합도 아닌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의 가곡. 인하대 동문으로 구성된 합창동아리 ‘인하모니’의 단원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학교에 모여 목소리를 맞춰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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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빛날 : 2013년도 3월에 처음 모였어요. 학교에 교양 수업으로 ‘합창’, ‘교양 가창’, ‘예술가곡의 이해’ 이렇게 3개의 음악 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합창단을 만들게 되었어요. 현재는 4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어요. 매 학기 교양 음악수업들이 끝나면 열리는 발표회 때마다 공연을 하고, 교수님 댁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하우스 콘서트를 하기도 해요.

정현정 : 세 개의 음악 수업을 모두 듣고 나서도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일종의 갈증 같은 것이 있었죠. 함께 수업을 듣고 노래를 했던 사람들끼리 친분이 생기다 보니까 계속해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마침 수업을 하셨던 조병욱 교수님께서도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주셨고, 그때 시작된 인하모니 활동이 4년째 지속되고 있어요.

단원들의 대부분은 학교를 떠난 졸업생이다. ‘취준생’부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도 있다. 한 주 동안 이리저리 치여야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인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포기하고, 인하모니 단원들이 금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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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 타 지역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원에서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하고,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쉬움이 들었어요. 인하모니 연습이 아니면 학교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기도 하구요. 인하모니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매주 금요일 다시 인천으로, 학교로 찾아오고 있어요.

최유라 :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일상을 반복하게 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죠. 인하모니에 와서 함께 노래하는 시간 동안에는 일상의 생각이나 고민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연습 때마다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말씀들 덕분에 평소에 하던 고민들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편해질 때도 많아요. 힐링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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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빛날 : 연습할 때나 무대에 올라섰을 때, 40명의 목소리가 화음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때가 있어요. 인고의 시간을 거치다가(웃음) 가끔씩 한 번 맞는 짜릿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연습한 보람도 느끼고 즐거워요.

단원 중 한 명은 대전에 있는 직장에 취업해 이사를 갔지만, 금요일마다 퇴근과 동시에 KTX를 타고 인천으로 온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금요일 저녁만큼은 잠시 엄마로서의 일상을 벗어나 인하모니 연습에 참여하는 단원도 있다. 시간이 나면 참여하고, 바쁘면 안 가고 하는 식이 아니라 의욕적으로 연습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하모니의 단원들은 이처럼 열정적으로 연습에 참여하는 이유를 지휘자인 조병욱 교수 덕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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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현 : 처음에는 노래하는 게 좋아서 인하모니에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안식년을 가시고 인하모니도 잠시 연습을 쉴 때, 다른 합창동아리를 찾아갔어요. 그 때 인하모니의 특별한 점을 알게 됐죠. 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쳐주시기도 하지만, 인생에 대해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좋은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굉장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연습이 없는 주에는 허전할 때도 있어요.

최유라 : 교수님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 노래라고 항상 말씀하세요. 기교나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생각과 마음이 일치해야만 나오는 것이 진정한 노래이고 음악이라고요. 돌이켜보면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무언가를 할 때,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와 마음이 일치하는지를 아보게 되거든요. 단순히 합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삶 속에서 가치가 되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돼요.

길범준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왔고 진로도 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인문대학을 오게 됐어요. 대학에 와서도 혼자 노래를 만들고,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작업들을 하다가 합창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노래를 하면서 음정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음정이나 박자가 조금 틀릴지언정, 틀려도 다 같이 틀리고 맞아도 다 같이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교수로서 학교 수업을 하고 성악가로서 연주회를 하면서도 인하모니를 비롯한 세 개의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조병욱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하모니 단원들을 모으고, 연습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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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 : 수업만으로는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들이 좋았어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정서를 순화하고 정신을 도야할 수 있는 데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가진 소명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에요.

서정훈 : 20년 후, 나이를 먹고도 인하모니 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노래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좋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쭉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쁜 요즘. 하지만 합창에서 화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마음으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인하모니의 건강한 노랫소리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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