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11.01~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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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당신
지난 몇 주간 ‘성’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성추행, 성추문. 김 씨 박 씨 모 씨. 여성인 나는 피해자와 같은 방에 앉아있는 심정으로 기사를 읽었다. 한숨을 푹푹 쉬다가 아차, 큐레이션 마감해야지. 좋은(?) 문화계 소식 찾아 클릭 삼매경. 전자책을 무료 배포하는 무보수 CEO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꼼꼼하게 정리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사회혁신 디자인을 외치는 에치오 만치니 인터뷰와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도 있다. 11월 첫째 주 큐레이션은 ‘가만한 당신’으로 시작한다.

[가만한 당신] 요세프 하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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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일로 상처받지 마.” 당사자에게는 분통 터지는 충고다. ‘그만한 일’이라니. 상처 받은 자의 인생길을 좌에서 우로 꺾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전쟁의 종언을 선언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진짜 끝은 아니다. 요세프 하마츠는 나치 전범들을 찾아 복수를 감행했던 유대인 조직의 리더였다. 비밀결사조직 ‘나캄(어벤저스)’은 “모든 살인과 대량학살에 대해 참고만 살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싸웠다. 요세프 하마츠는 작전을 계획대로 행하지 못한 걸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상식으로 알려진 가치를 일구려고 노력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았고, 죽은 뒤 산 자의 기억 속에 아련히 존재하는 이들의 삶에 주목하는 ‘가만한 당신’ 시리즈. 최윤필 선임기자는 평생 베트남전과 함께 산 저널리스트 로버트 팀버그, “내 장애는 당신들의 영감이 아니”라고 말했던 코미디언 스텔라 영의 삶을 촘촘하게 기록한다. 가만히 우러러볼 필요는 없다. 그들의 인생, 혹은 나의 오늘을 가만가만 질문해보는 걸로 충분하다.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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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치오 만치니가 정의하는 디자인은 ‘실용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의상이나 제품, 작품, 건축물 등을 설계하거나 도안하는 일’을 넘어선다. 21세기는 기술혁신이 아닌 사회혁신이 디자인의 자극제가 된다. 의미 있는 사례를 남들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사람들이 더 쉽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자전거가 똑똑한 운송수단으로 탈바꿈한 이유? 정답은 디자인이다. 새로운 자전거 주차장, 공유자전거와 결제 체계, 자전거 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늘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디자인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과도한 스토리텔링에서 탄생한 조형물이나 표지판은 혁신은커녕 역사의식을 퇴보시킬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천의 중구와 동구에 펼쳐진 곱지 않은 디자인은 과연 합리적일까. 혁신적일까.

그레그 뉴비 “읽는 것이 힘…누구나 읽을 자유 누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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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적정보를 전자책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Gutenberg Project). 1971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문을 전산화해 지인들에게 e메일로 배포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16년 현재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www.gutenberg.org)에는 5만3000여권의 전자책이 무료로 등록돼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 핀란드 문학을 영원히 보존하고 싶다며 핀란드 청년이 자국어 책을 스캔해 올린 것, 미국 오리건주 농부가 자신의 아몬드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것 등. “역사의 혁명적인 사건들은 모두 문서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읽는 사람들에게 힘이 있습니다.”

밥 딜런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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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로버트 알렌 짐머맨. ‘밥 딜런’은 영국 웨일스 출신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에서 따 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민요에서 비상업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재발견해 현대적으로 바꾼 포크음악. 포크송을 청년들의 상징으로 만든 대표주자. “사람이라고 불리기까지,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만 하나? 포탄 사용이 영원히 금지되기 전에 얼마나 많이 포탄을 쏘아야 하나?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네.”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는 밥 딜런의 7가지 자아가 투영된 영화다. “밥 딜런 음악은 나를 거의 문학적으로 사로잡았다” vs “노망 난 히피들의 썩은 전립선이 향수에 젖어 주는 상” 12월 10일, 그는 시상식장에 나타날까? 사진과 영상, 주간지와 일간지, 웹진 기사 수십 개가 링크돼 있는 단 하나의 글. 부족한 듯 넘치는 밥 딜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타인의 하루를 훔치는 여자 최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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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기자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라디오 방송국 복도였다. 지난해 12월 31일이었는데 그녀는 이듬해가 아닌 그해 달력을 들고 왔다. “365명이 만든 달력입니다.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 새터민, 발달장애 어린이, 암병동 환자, 문화예술인, 농촌 주민이 각자 숫자 하나씩을 써서 만든.” 지난 10월에는 달력 가제본을 어깨에 들쳐 메고 나왔다. 그때 그녀를 담은 사진은 어떤 색깔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인 레오노라 이 팍손이 쓴 숫자, 몽골과 터키, 네팔에서 받아온 숫자들. 타인의 하루 하루로 모두의 하루를 꿈꾸는 삶. 하루를 쓰는, 하루를 사는, 하루를 공유하는, 여기 사람의 얼굴이 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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