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도시의 일상을 그리는 예술가, 박상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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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레인을 통한 기부 참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부의 여러 형태 중 자신의 재능과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동참하는 ‘재능기부’도 자리하고 있는데요.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창작과 연결해 기부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만남은 아트레인 캠페인에 문화예술을 통한 재능기부를 약속하신 박상희 작가입니다. 도시의 모습, 일상의 단편을 평면과 입체로 표현하는 박상희 작가와 대화를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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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로의 성장, 예술을 접하게 된 일련의 과정들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미술부 활동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흔하지 않은 동아리였던 것 같아요. 항상 공원이나 유원지에 직접 가서 스케치하고 그림을 그리곤 했거든요. 당시만 해도 사설 미술학원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학교에서 배우는 게 전부였는데, 미술대회에 나가 좋은 상을 몇 번 받으면서 미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미대에 들어갔더니 이미 기성세대가 세워놓은 성이 세워져 있더라고요. 그 현실에서 그림이 내 것이 아닌가라는 마음이 들던 차에 좀 엉뚱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시트지를 오리고 붙이면서 약간은 만화적인 표현들로 작업을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기성 그림의 표현 기법에서 벗어나 작업한 그림들이 여러 갤러리에 초대를 받았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지루하지 않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작품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작가님이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A. 제 작업은 독특한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재와 현재 우리 사회의 다이나믹하고 유니크한 정서를 다루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 주변 일상의 이미지들을 포착해 이를 통한 작업들을 전시로 선보여왔죠.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만이 갖고 있는 풍경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독특한 회화의 환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그림 속 도시의 야경은 다이나믹하면서도 삶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어 빛을 중심으로 하는 명암의 대비, 집중을 표현하기에 좋아요. 인공의 빛으로 단장된 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빛이 주는 도시의 정서를 회화로 재현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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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작품 중에는 인천의 모습이 담긴 부분도 많은데요. 실제로 인천에서 성장기를 보내던 당시의 기억 속 인천은 어떤 곳이었나요?
A. 제가 학창시절을 보내던 그때의 인천은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 가장 큰 번화가는 동인천 일대로 도시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이 집중된 지역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음악카페나 갤러리, 예술가들의 개인 작업실이 이 일대에 모여 있었어요. 인천항 뒤쪽으로 유흥주점들도 많았는데, 워낙에 유명해서 서울에서도 밤 문화를 즐기러 인천까지 찾아오기도 했었으니까요. 지금 중구청이 위치한 그 자리가 이전에는 시청이 있던 자리였고, 더 이전에는 일본영사관 자리였잖아요. 그러다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진 음식점이나 골목들 모두 그 나름의 역사가 있었어요. 90년대를 지나면서 인천의 중심권이 조금씩 옮겨 간 것 같아요. 주안이 중심이 되기도 했고, 2000년대에 와서는 구월동으로 넘어갔죠. 요즘은 또 송도국제도시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동인천에서 유명한 경양식 레스토랑도 송도국제도시로 이전을 했더라고요. 동인천에 있었을 때는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었는데, 느낌이 달라진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대로 인천이 참 많은 변화가 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 때와 지금이 다른 점도 있지만, 이 일대의 경우 아트플랫폼이 들어선 이후에 이전과는 또 다른 변화가 있던 것 같아요.
A. 인천아트플랫폼이 조성되고 나서 이 일대가 문화예술로 조금 더 풍성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트플랫폼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많았던 지역이기도 해요. 미술창작공간으로 아트플랫폼이 커지면서 전문적인 예술공간이 되고 있구나 싶어 긍정적인 생각은 들어요. ‘언제가 더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이전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적산가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일대에서 여러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자생적으로 개인 작업들을 펼쳐오고 있었죠. 어떤 사람들은 그 당시를 그리워하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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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2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로 활동하셨었죠. 다른 레지던시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고, 지금은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6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지금 계신 공간과 작업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A. OCI 그룹(전 동양제철화학)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문화예술에 지원을 하면서 작업실이 필요한 예술인들을 위해 스튜디오를 제공하는데, 지역 작가를 비롯해 지역에 문화적 교류를 트고자 공간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지역의 레지던시들을 보면 도심 외곽에 위치한 경우들이 많아서 저처럼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작업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이곳은 제가 사는 곳과도 가깝고, 편히 활동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오픈스튜디오라고 작가들이 활동하는 작업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행사를 하는 중이고, 내년 1월에는 보고전시를 해요. 그리고 내년 봄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Q. 박상희 작가님께서는 아트레인에 재능기부로 함께 할 것을 약속해주셨는데요. 사실 지역 예술인의 입장에서 지원을 받는 기관에 기부를 한다는 것이 쉽게 설명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예술인들은 인천문화재단에 기부보다는 지원을 받는 입장이죠. 그러다보니 역으로 기부를 해야 한다고 하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혹은, 불편한 감정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인천의 문화예술을 위해 기부를 한다고 하면 의문이 들 수도 있겠죠. 접근 방식을 조금 다르게 가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재단이 무엇을 위해 모금을 하고, 기부를 요청하는지 이에 대한 공감대가 사전에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구체적인 사업의 형태나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의 대상, 영역들의 그림이 그려진 후 동참을 요청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구체화된 모금 목표가 설정되어야 예술인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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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재능기부의 경우에는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예술가의 입장에서 보시기에 이 부분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A.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전문 분야에서 재능기부는 정말 선한 뜻으로 동참하는 행위죠.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흔히 말하는 열정 페이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단 구체적인 사업이 만들어진 후에 설명회의 방식이든, 기부를 하고자 하는 개인이든 그에 맞는 요청과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재능을 나누는 부분이기에 구체적으로 예술가에게 어떤 부분을 동참하길 원하는지 그 영역 혹은 범위, 참여의 선을 명확히 하면 그들마다 작업 영역과 재능의 범위에 따라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예컨대 우리가 재단에서 실행하는 문화예술 사업의 영역을 보면 그 폭이 굉장히 넓어요.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업들 중에서도 저소득층, 탈북청소년, 예술역량강화, 일반문화예술교육 등 영역을 세분화할 수 있는 범위가 많잖아요. 기부사업도 지금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예술가들도 자신들이 함께 하고 싶은 형태의 사업이 있을테고, 기부의 목적이나 목표를 이해하기 더 수월할 것 같아요.

Q.아트레인 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되면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기부자 예우에 관한 부분인 것 같아요. 예술인과 함께 혹은 문화예술을 매개로 할 수 있는 문화재단만의 기부자 예우가 있다면 어떤 부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일단 인천문화재단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지역의 예술인들이 있잖아요. 기부사업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예우도 가능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업의 기부자나 기부자 모임에 예술인을 초빙해 강좌를 운영할 수도 있죠. 또 규정이나 규칙상의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인천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은행 작품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에 기부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그만큼의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기부한 액수나 범위에 따라 미술은행 작품 대여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기존의 기부자와 잠재된 기부자, 이들 모두가 지닌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지향점을 많이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원하는 방향이 있을테고, 그럼 재단은 그에 맞는 사업을 기부금과 연결해 줄 수 있을테니까요. 문화예술에 대한 조언을 시작으로 협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할 수 있을테고, 그런 부분을 코디네이팅하고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재단이 해낼 수 있는,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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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아트레인에 기부자이자 지역 예술인의 입장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께요.
A.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목표가 뚜렷했으면 해요. 인천이 사실 문화소외계층이 무척 많은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를 막연하게 표현하기보다는 그 해에 중점적으로 하려는 영역은 무엇인지 그 사업의 방향을 세팅하고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기부자들도 편하게 접근하고 참여할 동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의 근거부터 찾아야겠죠. 인천의 지도를 펼쳐보고 각 지역별 현안은 무엇이고, 계층별 현안은 무엇인지, 문화예술적으로 접근이 필요한 현재의 이슈는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집중해야 할 지점을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인천은 정말 레이어가 엄청 다양해요. 농어촌부터 신도시까지 그 폭이 굉장히 넓어서 각기 다른 방식과 온도로 다가가야 할테고, 이를 문화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될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천의 청소년들 중에 문화소외계층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동 청소년에게 왕따 문제도 심각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런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치유의 기능에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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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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