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인형 P의 노래를 따라가는 여정, 작가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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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 P의 노래를 따라가는 여정, 작가 서영주

씨앗이 떨어져 자기 자리를 찾아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여정은 일종의 다시 태어남의 ‘방황기’이다. 종이인형이 한동네를 배회하고 있다. 종이인형이 배회하는 의미를 모르는 보는 이들은 그 이유를 찾아 자연스레 인형의 뒤를 따른다. 어느 장소에 도착하면 인형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춤을 추고 그 춤이 끝나면 인형을 연기한 배우가 관객들에게 티타임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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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단기 입주 작가 서영주는 거리극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약한 종이인형으로 표현한다. 연기는 물론 노래까지 하며 진행되는 그녀의 거리극은 보는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도 노래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녀는 배우이다. 하지만 그녀의 퍼포먼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의 이미지와는 멀다.
배우가 왜?
어째서 배우가 종이인형을 만들고 노래하며 연출까지 하게 됐을까?
어째서 배우가 거리로 나와 사람들과 춤추고 이야기하는 걸까?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부터 메시지까지 서영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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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본인과 프로젝트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한 사람의 배우. An actor, 행동하는 자이다. 그리고 배우를 대변하는 인형 P를 만들고 이 P를 움직이는 자이기도 하다. 종이로 만든 이 인형 P는 가장 흔하고 찢어지고 구겨지기 쉬운 약한 소재로 만들어져, 내 안의 가장 조용하고 내밀한, 다뤄지지 않은, 어쩌면 가장 나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P의 행동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페이퍼맨의 추락>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부터 이어져온 이 작품은 그림자극 영상과 인형을 활용하여 ‘추락’에 관한 의미를 무대 위에서 움직임으로 표현해 낸 이미지 극으로 출발했다. 가장 약한 소재인 종이로 인형을 만들어 배우를 대변하여 움직이고, 이를 통해 ‘삶의 과정은 모두 낙화의 반복이다. 막다른 길, 한계 지점에서 뛰어내려야만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개인의 추락을 대변하는 인형의 추락 이후, 씨앗이 뿌리를 내려 새싹을 틔우는 단계에서 함께하는 춤사위는 우리 삶 곳곳에서 함께 부딪쳐온 한계와 절망의 벽으로부터 새롭게 상생하는 극복의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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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얻고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일상 중에 마주한 추락, 벼랑 끝. 늘 되돌아오는 한계 지점에서의 관찰이 이 작업의 시작 지점이 되었다. 피하고 싶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그 지점이 내가 있어야 할 나의 자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때부터 추락 = 비상 = 만개(滿開)라는 것이 보였다.
“낡은 모두가 추락하고, 새롭게 모두가 피어나는 춤사위”라는 점에서 종이 인형 P는 나 자신이고, 노래하는 자다. 현재 이 P.Play 프로젝트로 P(나)는 내 안에서부터 밖으로 나와 걷고 움직이고 노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차를 마시고 교감하고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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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본인이 기대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있는지?
대중적이지는 않으나 호환 가능한 이미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인형 P와 배우가 나열하는 움직임을 바라보며 각자 포착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개개인의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 혹은 각자의 내면에 해당하는 P와 만나고 하나가 되는 지점을 마치 땅 속에서 만나는 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공명하였으면 한다. 만일 퍼포먼스 중 전체의 호흡을 함께하지 못하고, 부분만 보게 된다면, 지향점인 목적이 관객에게 호환되지 못하여 발생되는 오류는 클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기이하거나 새롭기만 한 자극만 얻어 간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 물어보고 싶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관객과의 대화를 유도하는 창을 열어놓게 구성하였다. 그것이 만개(滿開) 춤사위 이후 티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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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4. 인천아트플랫폼 단기작가로 입주해 있는데 지원 당시와 지금의 프로젝트 진행에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
차이라기보다는 발전도와 진행 과정을 말할 수 있겠다. 3월부터 9월 초까지 이미 프로젝트를 한차례 진행한 후 인천에 입주했다. <Pappet Play> 지역주민과의 워크숍, 이를 통한 쇼케이스 <다뤄지지 않은 몸짓> <바다 해프닝>과 Sseo와 P의 버스킹 등을 진행해 왔다. 인천에서는 벌써 한 달이 지났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적다.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할 수 없기에 한차례 진행하고 올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Pappet Play: 피플레이>에 더 집중할 단계라고 본다.

Q5. 마지막으로 인천문화통신 3.0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낯선 몸짓과 소리들이 다가갈 때, 있는 그대로 그저 바라보시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찰나가 눈이 부셔 놀란다면 고이 간직하시길…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가슴속 방문을 두드린다면 살며시 열어보시기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반응하다가 한자리에서 함께 움직여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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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과 함께하는 서영주 작가의 프로젝트는 작가의 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인천아트플랫폼, 차이나타운, 신포 문화의 거리, 동인천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시민들과 “추락”의 극복과정을 공명할 계획이다. 서영주 작가의 거리극은 오는 11월 한 달 동안 진행되며 그 결과는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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