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지만 낯선 도시의 기록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낯낯곳곳: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
임종은(독립 큐레이터)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뉴딜정책’이 전국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그 일환으로 인천 연수구에서는 “장소가 아닌 마음에 남는 공공미술”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그 성과로 전시 《낯낯곳곳: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2021. 7.28.~8.10.)이 개최되었다. 이 전시를 준비할 때는 연수갤러리(연수구의회 1층)에서 관람객들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로 기획되었지만, 방역과 안전을 위해 온라인 전시로 전환되었고, 연수문화재단 네이버TV, 유튜브 등의 채널에 게시된다. 인천 연수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작가들과 단체인 카툰캠퍼스, 인천창조미술협회, 청학동2030, 그린웨이브, 연수구서예협회 등은 공모를 통해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그들이 만들어낸 성과와 과정을 온/오프 전시장에 모았다.
2021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낯낯곳곳: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 (연수갤러리, 2021. 7.28.~8.10.) | 인천창조미술협회, <인천의 작은 역사 송도어촌계를 아시나요> 프로젝트 전경 |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예술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창작과 생존이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 탄생했던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사실 출발부터 여러 가지 문제와 우려가 제기되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상황에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장 활동은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과정과 결과에 아쉬움과 미숙함이 있었지만, 작가들의 예술적 대응은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형식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이제 일상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관행적으로 수행하고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유의미한 경험과 시도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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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낯낯곳곳: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으로 다시 돌아와 살펴본다면, 연수구의 참여 작가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장소를 연구하고 개입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현장에 전시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책을 제작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코로나 방역상황을 의식한 결과물을 도출했다. 더 나아가 물리적인 공간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구애받지 않는 방법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도 선보였다. 이것은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 영역인 서예, 수채화, 유화, 한국화, 조각, 설치, 디자인, 미디어아트, 디지털콘텐츠, 일러스트, 문화교육, 기획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출발하여 서예 전시, 그림책과 만화 제작,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수행, 설치미술과 공간 및 시설 디자인으로 환경개선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장소에 스며들고, 다가가려고 했던 시도이기도 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 형태와 예술적 방법론을 확장하고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하였을 것이다.
카툰캠퍼스, <멀고도 가까운 먼우금 사람들> 프로젝트 전경 | 그린웨이브, <빛, 파도 그리고 바람> 프로젝트 전경 |
참여 작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회로 자신들의 장소인 연수구를 되돌아보고 연구하면서, 시간과 급속한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지워져 가는 것들을 찾아보고 기록했다. 지역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지역의 역사, 장소에 얽힌 서사, 주변의 이웃들이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장소를 새롭게 환기시키고 채워간다. 도시 개발과 간척 사업으로 점차 희미해져 가는 어촌계를 소재로 작업한 ‘카툰캠퍼스’와 ‘인천창조미술협회’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숨겨졌던 것들을 기록하고 ‘청학동2030’은 사라져가는 협궤열차와 60년을 함께 한 송도 역전시장의 환경개선 사업으로 지역에 활기를 주었다. ‘연수구서예협회’는 개인의 수양과 창작을 넘어 청학동 이야기를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든 작품을 공공 공간에 설치하였다. ‘그린웨이브’는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를 개발하여 송도동 솔찬공원의 지역·생태적 특징으로 장소를 소개하고 그 가치를 알리려고 했다.
그리고 《낯낯곳곳_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인 익숙한 장소를 재해석하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모아서 전시 형식으로 펼쳐 보였다. 전시 제목에 언급된 ‘낯익지만 낯선’은 다시 말해, 급속히 변해가는 자신의 터전이자 일상 장소에서 개발과 자본에 가려진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결과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여 사업의 성과를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현장에서는 드러날 수 없는 과정과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시각화한 자료들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여자들의 숨은 노고와 재발견된 지역의 문화적 유산이 함께 드러나는 순간이다.
연수구서예협회, <꿈이 나는 동네, 청학> 프로젝트 전경 | 청학동2030, <송도역 전시장> 프로젝트 전경 |
전시의 구성은 공공미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속에서 프로젝트의 완성도의 결정하는 요소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성된 리서치와 아카이브는 공공미술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대개 현장에서 이것들로 만든 결과만을 보게 된다. 전시는 이러한 아쉬움을 담아 기록하고 홍보하려고 했고, 전시장에서 프로젝트의 여정과 수집된 아카이브 를 전시와 작품으로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업별로 공간을 차별성 있게 구획하거나, 외부에서 전시하기 힘든 서예작품을 전시장에 알맞게 설치하면서도 현장감을 확보하려고 했다. 환경개선 디자인 작업을 위해 진행한 인터뷰와 시장에서 수집한 오브제를 이용하여 설치작품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작가들이 그린 책의 원화를 전시함으로써, 전시장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적인 차별점과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단순히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니라 축적과 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지속적인 지역 연구를 위해 이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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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널리 공유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의 과정과 성과가 온라인으로 소통의 장을 옮겼기 때문에 시민들의 접근성에 대한 확보는 향후 과제가 될 것 같다. 전시장에서 강조한 것처럼, 공공미술은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향유하며 생기게 되는 반응과 의견 등의 수렴 역시 작품의 일부이며, 결과이다. 장소와 작품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하는 아카이브와 온/오프라인 전시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더 풍부한 완성도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길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사진제공: 연수문화재단
임종은(林鍾恩, Lim, Jongeun)
세계화 속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을 재정의 하는 데 관심이 많은 독립 큐레이터다. 2019년 제1회 《상하이 국제 종이비엔날레》에서 한국관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대안공간 루프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대학에서 미술사와 이론을 가르치며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네트워크와 작가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21년 《Korean Pavilion for Biennale Jogja_Art Exhibit 2021 of KONNECT ASEAN》에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