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 정서진아트큐브 기획전시 <주말엔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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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정서진아트큐브 기획전시 <주말엔 숲으로>

송수연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서구 정서진에는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 공간이 있다. 아라뱃길 한 자락에 위치한 정서진아트큐브(인천 서구 정서진1로 41)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는 주변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소박함으로 문화 예술 공간의 문턱을 낮춰 구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2019년 5월 개관한 이래로 구민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 미술 전시와 연계 교육,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주말엔 숲으로 Weekend in the Forest>는 2022년 정서진아트큐브의 첫 번째 전시다. 서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의 박유리 주임은 어떻게든 도시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교통 체증을 비롯한 각종 불편함을 무릎 쓰고 들과 산, 숲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했다.

“숲에는 도시가 주지 못하는 평온함과 휴식이 있어요. 캠핑과 차박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하겠죠. 숲세권, 공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세태를 봐도 그렇고요. 도시의 과밀집과 무한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쉼을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숲을 찾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현대 도시인으로서 자신의 삶의 양식을 돌아보고,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가까이서 쉼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고 마지막 섹션은 전시 공간이자 체험공간이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김재경 작가의 ‘산책’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산책을 하며 만난 사람들, 새, 강아지, 고양이부터 날개 달린 사람까지 현실과 상상을 아우르는 다양한 조형물을 아크릴 커팅으로 만들었다. 사방이 트인 바닷가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햇살을 다양하게 반사하는 아크릴 조형물이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첫 번째 섹션 김재경 작가의 <산책>은 전시장 입구와 기둥, 모퉁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신이 피곤하고 나태해 졌을 때, 공원에 들어가 한가한 걸음걸이로 소요하고 꽃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맑아지고 심신은 상쾌하여 고달픈 모습이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라는 『서유견문』의 구절도, 이를 받아 안은 작가의 말(산책은 넓은 곳의 기운을 몸과 마음에 유입시키는 행위이다.“)도 인상적이다.

<김재경 <산책>(아크릴커팅 가변, 2016)
(사진 제공: 송수연)

<김재경 <산책>(가변 나무합판에 오일스틱, 2018)
(사진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두 번째 섹션은 김민주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몽유도원도 같은 동양화 속 자연을 이상향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수묵을 베이스로 한 한국화 기법에 다양한 색채를 입힌 작품들은 현실공간이 아닌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문답공간이다. 이러한 문답 과정은 도시의 삶에 치어 망각하고 있던 자아를 발견하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김민주 <산책>
(장지에 먹과 채색, 72x91cm, 2021)

김민주
(장지에 먹과 채색, 41×31.5cm, 2021)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세 번째 섹션은 이상원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현대 도시에서 어쩌면 가장 기묘한 공간인 공원 속 군중을 담았다. 공원은 현대 도시에서 나이와 인종, 성별의 차이를 아우르는 유일한 공간이다. 현대 공간의 배타성을 생각할 때 공원의 개방성은 놀랍다. 이상원 작가는 이런 공원 속 군중을 부감 시점과 파노라마 시점을 사용, 효과적으로 포착한다. 그의 작품 속 군중은 대중이지만 개성이 있고, 섞여있지만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속에 같은 모양과 색깔의 돗자리와 텐트는 하나도 없고, 같은 얼굴을 한 사람도 없다.

이상원
(캔버스에 아크릴, 200x350cm, 2015)

이상원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2019)

이상원 <광장>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2020)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네 번째 섹션은 작품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는 공간이다. 노현지 작가의 ‘그날의 맛’은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까지, 소프트한 재료부터 단단하고 거친 재료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을 돌고 나서 그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 3가지를 담아 자신만의 감정 파이를 만든 후, 가볍게 숲으로 피크닉을 떠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혼합재료, 가변, 2018)
관객들이 만든 감정파이(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전시장에서 큐레이팅을 겸하고 있는 박유리 주임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어른이 만드는 감정 파이와 달리 아이들이 만드는 감정 파이는 온통 말랑말랑하고 가볍고 환한 재료들뿐 이라고.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검고 거칠고 단단한 재료들로 거무죽죽한 감정 파이를 만들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단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나는 밝고 말랑한 재료로 그날 나의 감정을 한껏 밝게 표현해보았다. 어쩐 일인지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졌다.

바다가 주는 장쾌함과 호방함도 좋지만 숲과 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위로는 지친 현대인을 가만히 위무한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에 오르거나 인천대공원을 걸어보면 어떨까? 만약 이도저도 내키지 않다면 정서진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상주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고, 내 마음속 숲과 나무를 만나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최대한 예쁘고 환한 재료로 나만의 감정 파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기를. 이번 주말에는 정서진아트큐브로 훌쩍 떠나보자.

전시개요: <주말엔 숲으로 Weekend in the Forest>

일 시: 2022. 3. 30(수) ~ 5. 29(일) 10시~18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

장 소: 정서진아트큐브(인천광역시 서구 정서진1로 41)

참여작가: 김민주, 김재경, 노현지, 이상원

연계프로그램: 바삭바삭 파이 피크닉 즐기기

관 람 료: 무료

상세안내: https://www.iscf.kr/new/html/event/schedule

글/사진 송수연(宋受娟 Song Soo-yeon)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2014년 계간 『창비어린이』 평론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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