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대 위에서 객석을 맞이하는 공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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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대 위에서 객석을 맞이하는 공연계

장준원(크리에이티브리더스 그룹에이트 부사장)

라이센스 계약과 번역 등에 걸린 4개월, 제작 기획과 마케팅 준비를 위한 5개월. 현지 제작자들과의 미팅과 조율을 위해 제작팀의 런던 출장 기간까지 1년 가까운 새로운 공연의 준비과정은 개막을 3개월 앞둔 2021년 2월 말에 대관 취소라는 결말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 세계의 팬데믹 속에서도 공연계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통해 얻었던 상처 위에 흉터처럼 남기고 지나가리라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연장 방역소독 (사진: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한 달이 반년이 되고, 해를 넘겨 가면서 대학로 거리는 마치 좀비영화에서 본 거리처럼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에서 공연 이야기를 나누던 스텝들은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작 감독을 하던 후배는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며 전화기 너머 한숨을 보낸다.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제작팀을 감원하기로 결정한 날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공연 중단과 연기, 취소가 반복되다가도 ‘띄어 앉기’ 객석이나마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도 관객들의 외면이 염려스러웠다.

요즘 기원전과 기원후인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를 Before Corona와 After Disease로 표현한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의 도래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공연계에서는 여러 가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연의 영상화/온라인화가 있다. 이를 두고 공연의 새로운 돌파구로 의미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로 보는 측면은 대면 공연이 어려운 시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무대 접근성을 열어 기존 관객층을 유지하고 잠재 소비 관객들을 유입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작사들이 새로운 판로를 열어 사업적인 영위를 도모할 수 있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콘텐츠의 유료화에 있어 야기되는 기술적인 전문성과 전문 인력의 투입, 제작 여건의 조성을 위한 초기 자금 조달 등의 조건들을 만족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면, 공연예술의 본질인 현장에서의 교감과 현장성이 상실된 영상화 공연을 무대예술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기존 형태의 무대예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B.O.D(Broadway On Demand) 홈페이지
(https://get.broadwayondemand.com/)

새로운 형식의 무대예술로 온라인 공연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히 공연 현장의 영상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다양한 시도가 뒷받침됨과 동시에 이를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VOD(Video on demand) 등으로 전달하는 매체인 전문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B.O.D(Broadway On Demand)’, ‘DG Stage’ 등의 전문 공연 플랫폼이 무대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시도되어 정착되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공연의 홍보 마케팅을 활성화하고 부가적인 수익창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2018년에 막을 올렸던 뮤지컬 <엑스칼리버>(EMK제작)가 B.O.D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여 콘텐츠 유료화 시도의 모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5.99$에 48시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는 공연실황 온라인 서비스가 다양한 시도를 진행함에도 저조한 접속률을 기록하는 원인이 아직 모니터를 통한 관람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낯가림도 이유이겠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국내 OTT 플랫폼의 전문성 부재와 온라인 콘텐츠의 완성도에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재 대표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는 <그리스>(1978), <애니>(1982), <아나스타샤>(1997), <더 프롬(2020)> 등을 선보이고 있으나, 공연 실황보다는 원작 뮤지컬 영화나 영화화된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연 실황에 보다 집중한 OTT 플랫폼으로는 ‘왓챠(Watcha Play)’가 있다. <키다리 아저씨>(2017), <홀리데이 인>(2017), <더 우드즈맨>(2017), <브로드웨이 42번가>(2019) 등의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Broadway HD’는 명실상부한 공연 실황에 특화된 OTT 플랫폼이다. <지킬 앤 하이드>(2001), <King & I>(2018), <킹키부츠>(2019), <시라노 드 벨쥐락>(2008) 등의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백스테이지 영상과 인터뷰 등의 부가 서비스는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향신료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의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https://www.sac.or.kr/site/main/sacOnScreen/sacOnScreen)

국내의 대표적인 OTT 플랫폼으로는 ‘네이버TV’를 들 수 있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공연 홍보를 위한 프레스 콜(press call) 영상 등 공연 일부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시작되었으나 2016년 뮤지컬 <팬레터>의 전막 생중계를 시작으로 공연 홍보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술의 전당의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은 뮤지컬 <웃는 남자>, <윤동주, 달을 쏘다>, 연극 <인형의 집>과 발레 공연 등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영상화하여 제공하고 있어 긍정적 호응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공연의 온라인화’와 ‘공연 현장의 교감과 현장성’에 대한 공연계의 양분된 반응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순응하며 상호 보완된 발전적 시너지효과로 융화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비대면 콘텐츠의 공연 저작권 관련 제도(무단녹화와 배포 방지 등) 마련과 창작자와 배우들의 저작 인접권 관련 문제들은 지난 음원 시장의 정착과정에서 보여준 사례들을 교훈 삼아 현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올 것이다. 그 순간, 관객들이 객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 무대가 공연장이든, 모니터를 통한 다른 무대이든지.

장준원(張峻源, Justin, Chang)
현) 크리에이티브리더스 그룹에이트 부사장

(유)쇼홀릭 대표 역임
SM 엔터테인먼트 SM ART 컴퍼니 이사 역임
SM 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제작팀 팀장 역임
New York MK tv 프로듀서
Center for the Art (New York City College Theater) Staff.

서울 예술대 연극과 졸업
New York 시립대 (C.S.I Drama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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