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문화예술사업 중장기 로드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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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년문화예술사업 중장기 로드맵에 대하여

협동조합 청풍 이사장 유명상

미래가 뻔히 보이는 사회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변화해왔다. 그래서 세대별로 청년기의 경제, 문화, 사회적 경험이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20~30년 전 청년들은 환경이 힘들더라도 사회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주변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 희망은 점점 옅어지다가 앞이 안 보이는 시기를 지나 지금의 청년들은 이제 내 미래가 뻔히 보이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다. 부모님의 직업과 자산, 학력 등 주변 환경을 통해서 내 삶의 경로를 높은 확률로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이로써 청년문화는 저항과 변화에 대한 열망보다 포기와 현재에 대한 수긍과 만족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는 청년들에게 젊은데 왜 패기와 노력이 없냐고 되묻고만 있다.

청년은 노력으로 인천에서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자산을 물려받지 않고는 인천에서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외부의 도움과 지원 없이 노력만으로 개인이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인천에서도 청년에게 기회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지금 시대에 맞는 이슈와 현안에 맞춰 삶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 청년을 대상화하고 수혜자로 바라보는 형태로 단발성 지원을 하는 형태가 계속되었다. 청년들의 자립보다는 눈에 띄는 사업, 예를 들어 사람이 찾지 않는 전통시장의 허름한 공간을 청년들에게 내주면서 해석하기 쉬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업이었으면 무상임대라도 그런 허름한 공간에 쉽게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기회라고 주었지만 정작 그것은 자산이라기보다 부채에 가깝다. 유동인구가 많은 구월동, 부평의 한복판에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전시장, 공연장, 상점이 생긴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날 것이며, 청년들도 성공의 경험을 쌓아 더 다양한 도전과 삶의 경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책과 제도는 청년들에게 가능성의 자산을 쌓게 만들어 주기보다는 계속 노력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나가는 방식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청년들은 노력하지만, 존재만 외치고 삶은 변화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인천 청년문화 중장기 로드맵의 필요성

청년 스스로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엔 한계가 있는 시대이다. 단편적인 지원의 형태로 청년을 도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정책과 사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당사자 중심으로 제도와 정책을 같이 만들어 나갈 때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청년들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작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청년문화의 이정표가 될 청년문화 중장기 로드맵이라고 느꼈고, 자연스럽게 인천의 청년예술가, 청년활동가들과 함께 인천 청년문화예술사업 중장기 로드맵 제안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천 청년문화예술사업 중장기 로드맵 제안

1. 사업 수혜자가 아닌 당사자로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 수립

2. 청년문화 예술 거점 공간의 안정성 확보

3. 청년사업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발굴

4. 청년예술가의 창작-발표-유통에 이르는 문화예술 선순환 구조 제도 마련

5. 청년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사업 방식 모색

인천 청년들이 모인 라운드 테이블과 몇 번의 회의를 거쳐서 이렇게 크게 5가지의 방향으로 제안이 나오게 되었고 로드맵이 만들어졌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인천에서 10여 년간 활동해 오던 청년예술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자신의 힘든 경험을 토로하기보다 다음 세대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청년문화 생태계 마련

청년문화예술사업 중장기 로드맵은 청년들이 수혜자가 되어 자산을 나누어 주고 소유하게 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대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쓰임새 있고 활용 가능한 유무형의 자산들이 필요하고, 그런 자산을 발판 삼아 청년들이 인천에서 실험과 도전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인천은 내가 살아가는 곳이 되고, 인천만의 청년문화가 만들어지며, 청년들의 삶도 보다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유명상(劉明相, Yoo Myeong-Sang)

– 협동조합 청풍 이사장

– 카카오임팩트 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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