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유라 KAL Y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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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유라는 동국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 전문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작가의 연작 시리즈인 오토스포라(Auto-spora)는 물질세계와 비-물질세계를 넘나드는 유기체로 사물의 속성과 위치의 변화를 스스로 일으켜 사물의 속성을 변용시킨다. 이는 지역과 공동체를 넘어 모든 것을 흐트러트릴 구조로써 사물에 대한 단편적 인식과 경계상에 존재한다.
개인전으로는 《보너스 룸》(갤러리175, 서울, 2019), 《오토스포라1: 야곱의 사다리》(온그라운드2, 서울, 2018) 등이 있으며, 2018 한․영 문화예술교류 파견지원, 영국 발틱현대미술관 선정작가, 2018 아트 스페이스 풀 신진작가지원 프로그램 POOLAP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내 눈앞까지 가득차고, 혼합 재료, 가변크기,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Digital Racing>는 시간과 공간, 사람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무작정 달리며 묻는 나의 프로젝트이다. 내가 여기에서 출발하여 도달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와 주체의 이산, ‘오토스포라(Auto-spora)’의 상태였다. 2018년 작업 <오토스포라1 : 야곱의 사다리>는 구체적 사물인 ’말차‘에 주목하여, 인도-일본-홍콩-한국 총 네 국가를 넘나들며 종을 뛰어넘는 만남, 사물과 비-사물, 신과 인간을 통해 각각의 위치와 서로의 얽힘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2021년의 ’오토스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으나 지어진 이름에 머무르고 있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진행 중이다.
오토스포라의 변형은 빈번하며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장기간 사물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기록의 과정에서 사물의 변형 과정은 전면 수정되기도, 시기를 미뤄 더 지켜보기도 한다. 이 과정이 쌓여 믿음의 유용성을 허물고, 이를 통해 오토스포라는 장소/사물/인식/상태의 이동을 겪으며 특정한 공간에 갇히지 않게 된다. 장소를 통해 사건의 방향을 변화할 때, 사물이 뒤트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가는 찰나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증표였던 희귀 기념품이 점자 국가별 쇼핑 리스트로 변용되고, 사물-장소 이동 시간의 단축에 따라 드럭 스토어(Drug Store)에 놓이고, 팬데믹(COVID-19) 이후 가상 출국 비행과 무정박 크루즈 여행이 생겨남에 따라 기념품이 해외/여행/사물로 이탈되듯 말이다. 이러한 시간-이동 사이에서 오토스포라가 생동하게 되면, 나는 이것들을 정리하여 비디오로 만든다.

Digital Racing, 단채널 비디오, 16mm, 53분 30초,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불량선인X갈유라’로 발표된 전시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19)를 꼽을 수 있겠다. 기획자 콜렉티브로 활동하는 불량선인과 처음 만나 전시의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기획자-작가 간의 정확한 역할 분배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시차를 둔 글의 교환, 피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지는 질문을 통해 각자의 사유를 촉발하였고, 이 결과는 전시장 내에서 미디어-장치와 이미지를 바라보는 권력적 시선, 전시 글에 의해 숨겨진 시간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에서 선보였던 <이내 눈앞까지 가득차고>는 전시장의 선형적인 공간 구조를 왕복으로 오가며, 어두운 통로의 마지막에 전시 글이 놓은 작업이다. 애초에 본 전시에서 글은 공간 내부에서 읽혀야 했고, 일부는 공간 없이 작동할 수 없도록 작성되었다. 전시 종료와 함께 의미가 상실되는 이 글은, 역으로 글과 함께 있어야 기능하게 되는 전시를 의심하게 만들도록 작동되었다. 사유의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구별하지 않는 방식의 협업으로 공간과 전시 글이 제시된 것이다. 나는 대화가 서로의 소유권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오고 갔을 때, 만남은 일기일회(一期一會)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람객에게도 언제든 가능한 위치 전복의 가능성과 벌어진 간격이 좁아질 때의 미묘한 기류를 발견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오토스포라1 : 야곱의 사다리, 단채널 비디오, 12분,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의 작업에 영향을 받은 책으로는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의 『정신과 자연』,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의 『괴델, 에셔, 바흐』로, 물질세계와 비-물질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해주는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존 아콤프라(John Akomfrah)와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의 시네마-이미지가 선사하는 스펙터클(Spectacle)과 기시감, 존 아콤프라(John Akomfrah)의 <나인 뮤즈(Nine Muse)(2010)>에서 배경음으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흐르며 등장하는 설경,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의 <모두에게 영생과 부활을!(2017)>의 마지막 부분 중 소년이 팔을 저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시티즌스 오브 더 코스모스(2020)>에서 영생을 갖게 된 좀비 인간이 활보하는 거리를 롱-테이크((Long-Take) 카메라 워킹으로 잡은 장면 등은 내게 스크린에서 사물을 구출해낼 화면구성 요소로 느껴진다.
실현되지 못한 작품 중에는 수년 전 참전병사의 가이드를 받아가며 베트남 전적지 촬영을 진행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참전용사들의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추억관광 사업지로 변모한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경험하지 않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유적지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매수하는 것과 같은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변화가 ‘오토스포라’화 되고 있는지는 시간을 통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시 (제1회 꼬리에 꼬리를 물고: What if?), 중간지점, 2020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현재는 이미지에 말이 붙는 시대이다. 미디어에서 자막은 단순히 번역된 언어의 정보전달, 서사를 윤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설명자막’, ‘대사자막’ 기능은 미디어의 작동에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로 기능하며, 음소거를 해두어도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텍스트가 이미지에 기생하다가 이내 압도하여 이미지를 잡아먹은 상황에서, 나는 이미지의 복권을 위한 시도로써 이미지와 텍스트가 완벽히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 병치(竝置)하는 상태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상의 양식(The Fruits of the Earth_collected object)_혼합 재료, 가변 설치, 2015

과거에는 책 생산이 산림 파괴와 오존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면, 현대에는 지우지 않은 이메일 데이터(Data)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데이터(Data)로 작동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는 비연계적 상태의 연관성, 즉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들이 연쇄적으로 생태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단일한 상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곧 없는 색상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색상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비슷한 색상의 경계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로 가까워지듯, 관람객 또한 전시 공간이라는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을 선택했다면, 전시장의 통로를 이동하는 구간에서 빛의 밝기와 같은 작은 차이점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었으면 한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새로운 스크린과 패널들, 다양한 핸드폰 스케일이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오토스포라’ 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고, 변화도 더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덕션이라 부를 수 있는 좋은 팀들도 만나고 싶다. 이론서는 역자의 번역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고, 시대에 따라 문체, 삽화까지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사상으로 도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작가이면서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alyura.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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