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실기 및 현대미술비평으로 학사학위와 동대학원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현상들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상황과 그 안에서 발생되는 갈등의 여러 형태들을 시간성과 공간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한 장치 안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사유를 시각화 시키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벗어나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하여 다층적인 시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트랙, 23분 25초, 2019 |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 속 다양한 관계 내에서 잠재된 심리적 흔적에 주목하며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인 이미지들과 사운드가 하나의 촉각적 장치로 전환되어 이러한 비가시적 현상들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시간성과 공간성이 결여된 세트나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가시화시켰다면 최근에는 실제에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시적인 혹은 비가시적인 요소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시키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나는 이러한 비틀림을 통해 발생하는 비가시적 감각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서부터 거대한 역사적 사건까지 어떻게 어루만지며 매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또한 그 안에서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으로 변모하기도 하거나 그 반대로 작용하는 지점들에 대하여 작업으로 드러낸다.
사라져버리는 기억은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10초, 2018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최근 개인전 《그곳에 아무도 없다》(2019)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 전시에서 나는 단 한 번의 사용 이후 그 상태 그대로 버려진 공간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들의 바탕으로 공간 속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관념과 욕망의 충돌, 갈등, 교환과 타협의 과정들을 심리적인 풍경으로써 담아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영상 작품에 배경이 되는 버려진 하수 처리장 곳곳에서 발견한 장면들, 가령 단절된 파이프나 자라난 들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벽면의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있는 모습 등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질감을 탐구하고 이를 면밀하게 담아내었다. 동시에 채집되고 가공된 사운드의 청각적 장치들을 통해 공간의 촉각적 부분 또한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텅 빈 공간을 끊임없이 부유하는 인물과 공간의 기억으로서만 존재하는 인물, 그리고 왈츠의 몸짓을 통하여 분명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기능과 목적을 잃고 기억에서 망각된 장소와 심리적 공간에 대한 흔적과 그에 따른 의미를 환기 시키고자 하였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전시 전경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9) |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쉽게 정의되거나 분류될 수 없는 불명확한 하나의 형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 이들은 시작과 끝이 모호하고, 무엇을 지시하거나 명확히 포착해서 직접적 의미를 전달해주지 않으며 다분히 감각적이며 또한 촉각적으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각각의 비물질적 구성요소들을 이미지로써 변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업의 이야기가 결정되어 진다. 오래전 나에게 각인된 이미지 혹은 이미 경험된 이미지, 그리고 파편적 이미지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들이 제작된 음악과 사운드를 통해 다시금 중첩되고 선명하게 드러나며 또한 감각적으로 재구성이 되기도 한다. 특히 조화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결합을 통하여 그것의 이야기 속의 디에게시스(diegesis)범위 안에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수축하며 발생하는 긴장감에 주목하고 있다.
Evanesce,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50초, 2015 |
Evanesce 전시 전경,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분명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비가시적인 현상들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승전결이 있는 선형적이고 인과적인 시간성에서 벗어나고, 그에 따른 의미를 도출하기보다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된 의미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을 넘어 공동 경험의 구조로 확대되는 포괄적인 관점 또한 수용 가능하게 한다. 작업을 통해 기억과 사유를 끌어내고,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경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관객과의 소통이다.
Rumination,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6분 30초, 2017 |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 나는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여 어떠한 경계로 인해 가려지고 숨겨지고 그래서 비어져 버린 것들이 만들어 내는 헤아릴 수 없는 감각들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풍경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현실에서 멀어진 무의미한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의 풍경을 넘어서 발견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또한, 이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들로서 언어라던지 텍스트 등의 이야기 구조 형식들을 시간성을 내포한 서사적 매체로서가 아닌 비물질적인 재료라는 또 다른 형태로서 사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를 통해 실재 장소와 담론적 장소 그리고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들로 공간 이미지의 다면적 확장을 지속해서 다루고자 한다.
Affection take, 3채널 비디오, 보이스, 사운드 트랙, 6분 12초, 2017 |
《Fragmented Love(파편화된 사랑)》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 와트, 서울, 2017) |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