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반영하는 문화의 창, “축제”를 바라보다.-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오스트리아 연수(2016.08.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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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다양한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축제”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지역의 고유한 사회, 문화적 특성을 알리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축제”의 홍수 속에서 지역성과 독창성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축제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 자원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축제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와 꾸준한 유지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선행조사와 효율적인 운용이 필수다.

올 여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연수를 통해 오스트리아 브레겐츠(Bregenz)와 잘츠부르크(Salzburg)를 방문, 축제에 참여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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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겐츠는 인구 2만 5천명의 작은 도시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넓은 보덴 호수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알려진 한적한 휴양도시였지만 1946년 축제행사가 시작된 이후로, 현재 호수 위로 세워진 무대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 페스티벌의 무대를 관람하기 위해 인구의 10배가 넘는 25만여 명의 관광객이 매년 여름 동안 브레겐츠를 방문하고 있다.
사실 브레겐츠가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였기에 축제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끝난 후 별다른 극장도 없었던 상황에서 지역을 특화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을 시작한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호수’라는 천연자원과 결합하여 높은 시너지를 생성해냈다. 이후 1950년에는 호수에 나무기둥을 설치하여 그 위로 수상 무대를 만들었고 5년 뒤, 인근의 곡물창고였던 공간을 개조하여 만든 브레겐츠의 첫 실내 극장 “Theater am Kornmarkt” 등을 만드는 등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늘려왔다. 7,000석의 야외극장과 공연뿐만 아니라 각종 컨퍼런스가 가능한 페스티벌 하우스, 브레겐츠 미술관 등이 10분 내 거리에 서로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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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는 전쟁 폭격 피해가 적었던 구도심과 건축물을 활용한 페스티벌을 개최하자는 발상이 바탕이 되었다. 대성당 광장에서 시작된 무대는 이후 승마학교를 축제장으로 활용하고 축제극장이 건립되면서 점차 커져갔고 1948년, 잘츠부르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축제의 예술 감독으로 합류하고 1950년에는 오스트리아 연방법에 의거 페스티벌재단이 공식 출범해 체계적인 관리체계와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세계 최고의 페스티벌로 성장시켰다.

매년 2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경제 효과는 우리 돈으로 2,500억 원에 이른다. 공연 중심의 음악축제이지만 인근 미술관에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시기에 맞춰 아카이빙 전시 등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들도 마련된다. 15만이 조금 되지 않은 잘츠부르크에서 페스티벌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 수만 해도 3,300여 명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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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두 지역에서 축제가 시작될 때 지역적인 특성은 서로 달랐다. 한쪽은 이미 모차르트의 출생지이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반면 한쪽은 작은 시골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축제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공통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두 축제 모두 기획 단계에서부터 향유 대상을 명확히 설정한 후 이에 따라 조직 설립 및 공적기금 유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브레겐츠와 잘츠부르크 모두 초기부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기획, 대중적인 장르를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 기간을 휴가철로 설정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일 것이다. 민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축제 조직을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조직기구로 변화시키고 공적기금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입하였기에 콘텐츠 구성뿐만 아니라 홍보 및 재원 마련을 위한 체계적인 운용이 가능했다. 현재 관리부서 외에도 홍보마케팅, 후원 및 개발 부서 등 다양한 전문부서에서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매년 30~40%의 공적보조금을 바탕으로 자제 수입을 충당하여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간을 축제 공간으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두 도시의 페스티벌은 도시를 특징지을 수 있는 가장 주요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브레겐츠의 경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보덴 호수에 메인무대를 제작했고, 잘츠부크르 또한 옛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도심에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셋째, 관련 인프라가 주요 진행 장소 인근으로 꾸준히 구축되어 축제를 즐기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두 도시 모두 축제 메인 행사장 인근 1Km 이내에 부대행사를 위한 극장 및 문화시설, 식당들과 쇼핑공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자들의 이동 동선을 한정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축제의 경우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기에 더욱 그렇다. 두 도시 모두 티켓 판매 및 후원협찬 등을 통한 직접 수입 이외에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금액은 축제 예산의 최소 8~10배에 이르고 있다.

넷째,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지역민들 역시 이를 체감하고 적극 협력한다. 잘츠부르크 축제와 브레겐츠 축제의 티켓 가격은 100유로에서 200유로 내외로,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금액이다. 하지만 축제 메인 프로그램 외에 지역 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부대 프로그램과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무료 혹은 저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의 단기 일자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훌륭한 경제활동의 보조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다섯째, 경제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공간운용방식을 모색하고 신규관객 유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메인무대인 수상무대는 한 번 설치되면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야외 오페라가 수일 또는 일주일 남짓 설치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하우스는 축제 기간 외에는 국제 컨퍼런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 년 내내 축제 공간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신진 예술인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 및 워크숍은 물론이고, 축제의 메인 장르인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록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페스티벌도 일 년 내내 열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부가가치 확대를 위한 홍보 및 재원 확보를 위한 지역기반의 기업 및 후원자들과의 연계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가상품의 경우 축제의 명성을 활용한 다양한 로고 상품 및 TV 중계권 판매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롤렉스나 아우디 등 다양한 기업들의 페스티벌 후원 및 협찬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정 후원관객을 바탕으로 한 기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축제 사무국에서는 후원사 및 협찬사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들과 함께 후원자 대상 네트워크 파티 등을 열고 있으며, 직접 발행하는 잡지와 지역 관광지를 활용해 축제와 기업의 동반 관계를 홍보하고 있다.

오늘날 “축제”는 중요한 문화콘텐츠로 우리 삶과 연관되어 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유희적 대상뿐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 향유해야 하는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축제들이 선행연구와 환경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장기적인 계획이 없이 실행되어 몇 년 만에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이 너무나도 아 쉽다. 물론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축제를 진행해온 오스트리아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짧은 역사 속에서도 축제의 다양성과 개채 수를 확장해온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더욱 그렇다.

아직까지 인천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제외하고 뚜렷하게 지역을 대표할 만한 축제가 없다. 인천소래포구축제와 부평풍물축제도 주목할 만한 축제로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지역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공간 구성과 향유 대상을 철저히 검토하여 구성된 다채로운 프로그램, 지역민들이 실제 축제를 통해 수혜자로서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장치와 제도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운용 능력 배양을 위한 자생력 확보 및 가치 확장을 통한 축제의 장기적인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인천의 인구가 30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인천에 방문하는 관광객 및 방문객의 수도 무려 100만이다. 이제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인천의 축제, 우리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한 콘텐츠가 간절히 필요할 때다. 앞으로 발전할 인천 축제의 가능성과 미래를 기대한다.

김세진 / 인천문화재단 공간사업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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