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걷는 인천둘레길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인천광역시, 2019) 소개- ①
안홍민(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의 둘레길을 아시나요? 등산이나 걷기를 좋아하시면 분들은 잘 아실 수도 있지만 아마 인천시민들 중에서도 “인천에 둘레길이 있었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도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자주 걸어갔던 길이 인천둘레길인 줄 모르고 걷는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인천둘레길은 인천의 산과 하천, 해안과 갯벌, 구도심 그리고 섬까지 인천의 곳곳을 잇는 길입니다. 계양산에서 시작하여 천마산, 만월산, 문학산, 청량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인천의 S자 녹지축을 무분별한 도시개발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지역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일어나 녹지축을 잇는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인천의 해안과 구도심, 섬까지 길을 이어나가며 총 16개 코스의 인천둘레길이 완성되었습니다.
인천둘레길은 자연환경적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인천 곳곳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민들에게는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의 역할을, 동식물에게는 생명을 지켜나가는 소중한 생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인천둘레길입니다.
그런데 둘레길에는 자연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인천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수많은 역사의 모습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전설들, 또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까지. 물론 둘레길은 그냥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하지만 둘레길에 얽힌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들을 알고 걷는다면 그 길을 걷는 재미도 배가되고 더욱 가치 있는 둘레길 여행이 될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인천광역시와 함께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인천둘레길에 얽힌 역사, 설화, 유적, 지명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1코스인 계양산부터 제16코스인 장봉도까지 그곳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
계양산성이나 문학산성, 참성단 등 인천의 유구한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천마산의 아기장수 이야기 등 설화들, 인천 근대 개항의 역사가 담긴 개항장의 모습들, 대도시 인천의 사람들의 삶이 모습이 녹아 있는 달동네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총 9장의 내용 속에서 인천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의 구성은 둘레길을 코스의 순서대로 걸으며 그곳에서 만나는 여러 장소마다 얽힌 다양한 역사와 문화이야기들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풀어가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독자 스스로가 둘레길을 걸으며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우리는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인천이라는 도시의 내면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은 둘레길과 함께 인천의 종주길도 소개합니다. 우리 국토의 중요한 줄기인 한남정맥(漢南正脈)의 인천구간에 종주길이 설정되었습니다. 종주길을 걸으며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인천 곳곳의 모습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 책과 함께 둘레길을 걸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과 함께 떠나는 둘레길 여행, 그동안 몰랐던 인천의 참모습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