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비전, 시대정신을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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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발전하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비전’이다. 비전이 뚜렷해야 방향이 서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준비할 수 있다. 비전이 공유되어야 조직구성원의 의지와 에너지도 결집할 수 있다. 따라서 비전 없는 지도자만큼 무책임한 지도자는 없다. 구성원들이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조직만큼 위태로운 조직도 없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라 일도 다르지 않다. 지금 나라가 혼돈스러워 보이는 것은 경제난 때문이기도 하고 한반도 긴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국가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이 힘을 모아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함께 어디를 바라보고 국력을 모아야 하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나라의 중요한 분들이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놓고 이전투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국가 혼란의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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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처럼 보이지만 뭔가 어수선하다. 지역민의 역량이 잘 모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 일관성 없는 정책들이 즉흥적으로 내던져지는 것 같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비전이 정확하지 않으니 생기는 문제들이다. 설령 비전이라고 제시되어 있는 경우에도 지역의 지도자들과 공직자들과 지역민들이 그 비전에 공감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 출발하지 않고 탁상에서 만들어진 비전일 경우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비전이 제시되어 있다고 해서 다 제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인천도 비전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을 중심으로 장단기 계획이 설정되고, 그것을 지역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인천시민들이 공감ㆍ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이 힘을 갖고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인천의 비전은 현재 상황과 여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에 기초해 있어야 한다. 좋아 보이고 그럴 듯해 보인다고 해서 다 끌어 써서는 안된다. 현실에 기초해서 현실적인 비전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민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 몇 사람이 만들어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비전이어서는 안된다.

셋째는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시대정신 또한 급변하기 마련이다.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이 시대의 정신을 정확하게 읽어내 그것을 비전으로 담아내야 한다. 시대와 불화하거나 시대가 나아가는 방향과 역행해서는 그 비전이 힘을 가질 수 없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다. 오히려 지역을 퇴행시킬 뿐이다.

여기서 특히 어려운 것이 바로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시대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어려워한다.

과연 2016년,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개방성이다. ‘열린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열린 도시’는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폐쇄성을 극복해야 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출신 지역이나 학연 등 특수한 연고 변수가 인천을 좌우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학연이나 지연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도 당연히 개방적이어야 한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지구촌을 향해서도 개방적이어야 한다. 인천은 어떤 면에서도 열려 있고 유연하며 포용적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안전과 평화다. ‘안전 도시, 평화 도시’야말로 21세기 도시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비전이다. 지금 인류 사회는 각종 위험과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어느 도시도 일상화된 테러와 전쟁과 재난과 재앙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모든 사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는데 있을 정도다. ‘안전 도시, 평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는 모든 도시들이 직면한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셋째는 ‘생태 도시’다. 지금 지구촌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위험으로부터도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는 매년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런 21세기에, ‘생태 도시’는 선진도시의 피해 갈 수 없는 숙제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넷째는 협치다. ‘민-관 협치 도시’야말로 인천의 중요한 비전이어야 한다. 시민참여형의 정책결정, 시민과의 원활한 소통, 여-야간 협치, 민-관간 협치를 통한 상생 정치야말로 지역이든 나라든 미래의 비전일 수밖에 없다. 오래된 관료제의 권위와 관(官) 중심의 사회질서를 내려놓고, 수백 년 이어져 온 수직적 위계체제의 관행을 내려놓고,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민과 관이 함께 책임지는 도시가 이 시대 정치-행정의 비전인 것이다.

다섯째는 창조다. ‘창조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역이든 창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시민의 창의성을 제고해야 하며, 창조적인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드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진작해야 한다. 문화예술 활동의 공간도 넓어져야 한다.

인천이 인구 300만, 3대 도시의 위상을 넘어 지방 시대를 이끄는 선진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실에 기반해 있으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설정하고 그 비전을 중심으로 지역민의 열정과 의지를 모아낼 수 있어야 한다.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그것을 비전에 담아내며 지역민의 열정을 결집시켜 냄으로써, 인천이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부러워하는 선진 도시로 발전해 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홍덕률 / 대구대학교ㆍ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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