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기억, 파편화 된 진실
‘뮤지컬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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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9일 ‘조병창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부제의 뮤지컬 ‘Unknown’이 부평아트센터에서 초연되었다. 극단 아토가 제작한 위 뮤지컬은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그리고 부평구 문화재단에서 주최, 주관, 후원하면서도 제작을 극단에 맡긴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그동안의 지역 콘텐츠 개발에 관한 지역의 대표작이 지자체 중심으로 제작되었던 과거사례와 비교해 극단의 자율성에 맡긴, 드문 사례이기에 관심을 갖고 공연장을 찾았다. 여러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 무대였다.

먼저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겠다.

우선 이 정도의 대작을 지역에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지역 소재의 이야기로 작품을 개발해 내고 일정 정도의 객석 점유율을 유지했다는 점에 대해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요즘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 콘텐츠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사실 성공적인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건 관 주도의 제작방식이 많은 탓도 있을 것이고, 제작진의 역량이 좋아도 지역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은 팀이라도 역량이 떨어지는 등 모든 것이 맞게 어우러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놉시스를 공모하고, 쇼-케이스를 거쳐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다년에 걸친 지원 및 작품 개발의 방식과 그 과정에서 극단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단지 한 작품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과 지식이 온전히 지역극단의 역량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런 방식의 지원과 개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해본다. 하나의 성공적인 작품이 개발되기까지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는 게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책들은 종종 인내심을 잃고, 한두 번의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뮤지컬 <Unknown>
극단 아토 제공

다음은 아쉬운 점을 얘기해보자.

이 작품은 박서진의 데뷔작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데뷔작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젊은 작가들이 빠지는 함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아쉬웠다.

작품은 시골 소녀 필남의 성장과 사랑, 독립운동, 그리고 남 주인공 재후와 흥기의 우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렇게 작게는 셋, 크게는 네 개의 중심 플롯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 보니 2시간 채 안 되는 하나의 작품에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리 뮤지컬이 한 장면을 한 곡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 하더라도 너무 많은 서사는 결국 어느 하나도 확실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주인공 둘의 사랑이 중심축으로 보였는데, 플롯과 함께 어우러진 음악의 힘이 컸었다. 차라리 둘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으면 좀 더 탄탄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작품에서 모든 사건이 중요하다 보니 결국 어느 것이 중요한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면 이해하기 더욱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고는 한다.

예를 들어 돈을 더 벌고 싶어 접근한 필남에게 남 주인공은 시험 과제를 내주는데, 그건 일종의 태업을 위한 테러이다. 그 결과 동료가 공개처형을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그런데 그 일을 벌인 당사자를 아는 동료 여공들은 필남의 연애에 열광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물론 많은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가다 보니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심 이야기를 잘 세워야 하지 않았을까?

필남은 돈도 벌고 싶고, 성장도 하고 싶으며, 사랑도 이루어야 하고, 그 사랑하는 이의 독립운동도 도와야 한다. 독립운동은 어떤 이에게는 중요하고, 어떤 이에게는 필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친구의 생명이 소중하기도 하고, 독립운동하는 이들에게 복수도 하고 싶다. 그럼에도 우정 때문에 친구의 독립운동에 협조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배신한다. 결국 주인공이 죽임을 당하고 그 여죄를 추궁당하는 과정에서 허무하게도 갑자기 해방된다.

뮤지컬 <Unknown>
극단 아토 제공

뮤지컬 <Unknown>
극단 아토 제공

너무 많은 이야기 속에 중심 주제가 묻혀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병창에서 일했던 이들의 애환을 그리는 게 목적이었던 듯싶지만, 그들의 일상과 이야기들은 파편화되어 부분마다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포스트모던을 넘어 포스트, 포스트모던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하나의 서사로 세상을 파악하기란 힘겨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두 세대 전의 이야기를 파편화하고, 그 파편화된 무대에서 기억의 파편들을 재조립해 우리의 역사와 진실을 조망하려는 의도였다면 이 무대는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그래도 불만은 남는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비해 뮤지컬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걸 강요하는 듯한, 브로드웨이풍의 가벼운 연기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Musical-comedy만이 뮤지컬이 아닌 만큼, 주제나 서사에 맞는 형식이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 무대와 조명은 무겁고, 평범하게 느껴졌으나 안무와 음악은 신선한 면이 있었다.

앞서도 말했듯, 이 정도의 대작을 지역에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앞서 몇몇 작품 중 초연은 사실 이보다 더 참담했었다.

이 작품 역시 아쉬운 점은 많지만, 초연인 만큼 드러난 문제들을 지속해서 해결해 나가면 앞서 만들어진 작품보다 더 빛을 발하지 않겠나 싶다. 이 작품의 부제처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아직 많고도 많기 때문이다.

 


이재상 (李哉尙) Rhee Jaesang
– 극작가, 연출가, 극단 MIR레퍼토리 대표, Theatre ATMAN(일) 예술 감독
APF(아시아희곡축제)예술 감독, ITI-IPF(국제극작가포럼) 한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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