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한 인천 중구에는 인천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이 있다. 무료 대관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연/전시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특히, 시민들의 생활문화와 관련한 강의와 동아리 모임공간으로 이용된다. 여러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나, 사람들에게 익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 있다. 바로 칠통마당 A동 3층 옥상마당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막혀있던 공간이지만, 확 트여있는 천정과 작은 텃밭은 소규모 행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청명했던 10월 12일, 이 공간에서 ‘추억이 방울방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추억이 방울방울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추억이 방울방울>은 2030청년을 위한 뉴트로 루프탑 파티이다. 흘러나오는 추억의 BGM을 들으며 8090년대 드라마, 게임, 만화영화를 주제로 빙고 게임을 하고 추억에 관한 내용을 드로잉 하는 등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공간 한쪽에는 요즘 찾기 어려운 불량식품과 어린 시절 향수가 묻어나는 누군가의 사진, 그리고 학예회 발표영상이 담긴 CD가 놓여있었다. 참여자들이 불량식품을 자유롭게 먹으며 각자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에서 모집한 청년기획단 ‘통키’가 기획한 첫 프로그램으로 생활문화센터 내에 방치한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뭉쳤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이 모인 청년기획단 ‘통키’의 이야기와 <추억은 방울방울>을 기획하게 된 계기까지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옥탑파티를 위해 준비한 추억의 물건과 그리기도구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청년기획단 ‘통키’는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담당자: 저는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직원이자 ‘통키’의 담당자입니다. 지역문화진흥원사업 담당을 맡게 돼서 이번에 청년기획단 ‘통기’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도 청년기획자를 꿈꿨었지만,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기가 너무 버거웠어요. 현재 재직하고 있는 문화재단에서는 문화를 기획하기에는 제약이 있었고 갈증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비록 할당된 예산은 적지만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통키’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모집하게 되었어요.
Q. 각자 ‘통키’에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나요?
펭쇼: 저는 문화경영학과에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마땅히 이곳에 할 만한 활동이 없었던 ‘통키’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일단 취지가 너무 좋았고, 제 또래인 그들과 함께 직접 기획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리즌: 중학교 때부터 공연 기획에 관심이 있었지만, 점점 공연을 보는 데 흥미를 잃더라고요. 그런데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싶은 꿈이 마음 한 쪽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비로소 문화예술교육 분야로 조금 구체화 되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현재는 대학교에서 도시농업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도시농업에서 문화를 접목하는 기획을 언젠가 하고 싶어요. 그걸 ‘통키’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어요.
록시: 어릴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녔고 이후에 예술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영상과 영화를 전공했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것보다 문화활동을 알리고 사람들과 기획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취업하기 전에 관련된 활동을 해보라고 먼저 제안해 주셔서 이번 기획에 망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공간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영화제나 축제 기획은 해보았는데 프로그램에는 처음 도전해보는 거라서 재밌더라고요.
소피: 저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요. 이전 회사에서 행사 기획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 기획 관련된 활동을 비슷하게 찾다가 지원하게 되었죠.
Q. <추억이 방울방울>이라는 주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게 되었나요?
펭쇼: 처음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했어요. 텃밭 얘기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3층에 텃밭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빨리 자라는 상추를 심고, 거기서 나온 상추로 다음 기획 장소인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리즌: 결론부터 말하면 팀원들과 ‘그림을 그리자’로 시작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로 컨셉을 두고 연상되는 추억의 장면을 그림을 그려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록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그림 그리자’라는 이야기를 시작한 게 처음에 텃밭 가꾸기 얘기를 했잖아요? 리즌이 활동하는 동아리에서 식물을 선정하고, 식물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러한 활동이 저희는 좋다고 생각했고 이번 기획에 큰 모티브가 되었어요. 그래서 옥상에 천이나 그림판을 놓고 함께 핸드페인팅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뉴트로가 트렌드이고 90년대를 그리워하는 청년들이 많다 보니 이 부분을 함께 접목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통키’ 기획 회의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리즌: 기획하는 데 충분한 논의는 이뤄졌지만, 기간이 짧다 보니 홍보가 늦어져서 참여자 모집이 어려웠어요.
록시: 저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풍족하고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리즌: 이 공간을 좀 더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청년기획단 ‘통키’에서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기획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리즌: 10월 20일에 <사진세끼>를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이 식사하기 직전에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잖아요. 흔히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문제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우리가 공감하는 문화의 한 면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그런 분들을 위해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펭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사진이잖아요. 그리고 사진을 볼 때 그때의 추억과 이미지가 연상되고요. ‘아, 이 음식을 찍을 때 그랬지’ 하고 같이 식사를 했던 사람들과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추억을 회상하고 남기면 좋으니까요.
Q. ‘통키’활동이 끝나고 나서 계속 문화기획 활동을 하고 싶은 의향은 있으신가요?
모두: 네!
소피: 다만 이런 활동이 많이 없어서 아쉽고, 함께할 수 있는 인원도 더 많으면 좋겠어요. 이참에 활동 기간과 비용도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평소에 공개되지 않은 장소를 둘러볼 수 있으며, 트렌디한 소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 자체가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청년들의 기획이었다.
사실 인천에서 문화를 기획하고 활동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문화 분야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를 기획하고 급여를 책정하는 곳은 거의 없고, 지원을 받더라도 인건비 사용은 제한적이다.
인천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미 있는 공간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좋지만,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움직이는 청년들이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청년기획단 ‘통키’의 활동은 마무리되겠지만, ‘추억이 방울방울’처럼 시대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통키’와 같은 청년들의 기획을 앞으로 더 많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지연
사진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