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거버먼트에 대안적 모델로 제시되는 거버넌스는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에 대해서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또한 여전히 거버넌스를 실천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는 경험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실천의 하나로 이번 주 개최된 인천문화예술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지역 예술관계자들이 한곳에 모여 지역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을을 알리는 굳은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를 비롯하여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이곳으로 발걸음을 했다. 이번 토론회는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수립된 1차 기본계획이 올해 만료되면서 향후 5년간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제2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10곳을 순회하면서 진행된 토론회는 인천이 7번째 지역에 해당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위원 노영순 연구원이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계획과 경과를 알리면서 본 토론회의 운을 떼었다. 곧이어 인천연구원 최영화 박사가 토론회를 이끌었고 사전 접수된 10명의 토론자가 총 5개 분야(제도·기반/예술생태계/문화도시/생활문화/문화인력)를 중심으로 의견을 다양하게 나타내었다.
10명의 토론자가 해당 분야에 대해 5분씩 발언하고 30분 동안 플로어 토론을 진행하였다. 먼저,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공규현 팀장은 지역문화자치분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재원 마련에 대해 말했다. 지역분권이 국정과제로 반영되면서 광역지자체의 예산 대부분이 인프라 중심의 예산으로 배정될 수 있는 우려를 표하였다. 그 대안으로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문화예술분야의 재원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
인천대학교 한상정 교수와 인천민예총 현광일 정책위원은 오늘의 지역 토론회가 과연 지역의 현황을 반영해서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상정 교수는 진정한 지역분권과 문화분권을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앙에서 만드는 기본계획이 광역지자체별로 수립될 뿐만 아니라 내년에 인천 10개의 자치구가 실행계획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이어 인천민예총 현광일 정책위원은 일반행정에서 문화적 요소의 확대를 고민해야 하며, 지역문화재단 자체가 거버넌스 기관으로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점차 토론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문화도시 분야와 관련하여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서구문화재단 이태일 팀장,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 박재은 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세 토론자는 지역문화진흥법 주요 과제인 ‘문화도시 육성’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겪은 현 단계의 문제점을 공유하였다.
먼저, 민운기 대표는 문화도시를 수립할 때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는 점을 전하였다. 그리고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영향평가에 감시 관리 장치와 같은 강제성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다음 이태일 팀장은 문화도시 지정에 다가가기 위해 지역의 고유성보다도 선정된 지역의 사업계획을 벤치마킹해서 답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을 털어놓았다. 이에 지역의 실태와 독자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음악특화지역 조성사업을 5년간 진행하고 올해 문화도시 지정을 신청한 부평구문화재단 박재은 팀장은 시민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고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지속가능한 사업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과정 중심의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희망 사항을 전달하였다. 또한, 행정, 예술가, 시민이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진흥법에서 도시의 개념이 구체화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해서 최영화 박사는 문화도시와 문화재생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도시계획 관련 부서의 행정적인 지원 협력을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 설명하였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생활문화영역이 제안되면서 생활문화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퇴색되는 생활문화의 본래 의미와 생활문화센터와 동아리 개수에 주목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임승관 대표와 미추홀 학산문화원 박성희 사무국장의 발표를 통해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임승관 대표는 공간지원 중심의 생활문화정책에서 매개자와 시스템 역량을 키워야 하며 생활문화에 네트워킹 역량을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박성희 사무국장은 생활문화의 개념을 되찾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색과 지역 기반의 기존 공동체가 네트워킹되고 주민들의 자발성과 공동체성을 제고할 방법과 대안에 대해 전략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다음으로는 문화기획자 겸 교육자로 활동하는 컬렉티브커뮤니티스튜디오 525 윤종필 대표와 지역문화전문인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현재 문화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구체적인 목표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분화된 교육과정이 순차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이와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이찬영 이사장은 문화예술활동가들의 연봉에 대한 정보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와 연계하여 기초생활 수급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마침내 세분의 플로어의 발표가 있고 나서 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역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는 많은 논의와 학습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학습과 토론의 장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방분권, 거버넌스, 행정적 지원 등이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오늘의 토론은 이러한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향후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더 폭넓은 이야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정책연구팀 이진솔
사진 / 백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