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스케치 ‘디아스포라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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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영화제 그리고 ‘겟아웃’으로 본 블랙 디아스포라

다양한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나에게 아직은 다소 낯설고 어려운 ’디아스포라‘ 개념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 줄 프로그램 <디아스포라의 눈>에 참여하게 되었다. <디아스포라의 눈>은 한국 현대미술의 작가와 프로그램 참여자가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이주민이나 소수자가 보고 있는 세계와 삶,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5월 26일 일요일에 한중문학관 4층에서 진행된 <디아스포라의 눈>에서는 영화 ’겟아웃‘을 보고 이 영화에서 다뤄진 디아스포라에 대해 토크쇼 진행자와 행사 참석자가 이야기를 나눴다.’겟아웃‘은 흑인 디아스포라(중세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신항로 개척 이후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노예로 팔려나간 흑인 또는 그들의 삶)를 다룬 영화이며, 객원 프로그래머로 김아영 현대미술 작가가 자리하였다. 김아영 작가는 상영 후 토크 시간에 흑인 디아스포라, 포스트휴먼, 아프로퓨처리즘에 대한 논제와 사례를 중심으로 담론을 진행하였다.

# 목화솜
영화의 주인공인 흑인 크리스가 백인의 집에 있는 목화솜으로 자신의 귀를 막은 덕분에 최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크리스에게 도움이 된 물품으로 ’목화솜‘을 사용한 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과거 백인이 흑인을 노예로 삼던 시절, 백인들은 다량의 목화솜을 채취하기 위해 흑인들의 노동을 착취했다고 한다. 이후 주인공이 이 목화솜을 백인 제레미에게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아영 작가는 이 장면이 ’흑인이 백인에게 목화솜을 던짐으로써 모멸감을 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기술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인간상’을 뜻하는 단어이다. 김아영 작가는 포스트휴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느 흑인 학자의 글을 언급하였다.
‘포스트휴먼을 다룬 담론에서 단 한 번도 인종의 문제가 고려된 적이 없다. 모든 과학 기술의 발전은 큰 자본과 권력 주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확산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항상 백인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포스트휴먼 또한 백인에 의해 규범화된 인간으로 개조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다뤄진다. 흑인은 규범화된 인간의 범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배제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프로퓨처리즘
‘아프로퓨처리즘’은 미국에 있는 흑인들이 아프리카 문화를 선진 기술과 융합하여 탐구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문화이다. 즉,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었던 흑인이 그 끔찍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상상과 사변의 결과물이다.
아프로퓨처리즘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은 주로 흑인을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로 설정한다. 또한,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로는 억압과 폭력이 존재하는 현실의 공간이 아닌 제3의 가상 공간을 설정한다. 아프로퓨처리즘을 구현한 대표 예술작품으로 마블 영화 ‘블랙펜서’가 있다. 블랙펜서는 아프리카의 실존 부족의 전통을 기반으로 아프로퓨처리즘을 멋지게 구현하였으며, 올해 초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3개의 상을 받았다.

흑인들은 차별받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영화, 소설 등 대중문화를 활용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진화한 모습을 띤 포스트휴먼은 흑인의 형상이 배제되고 있다. 이는 지금도 세상에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만연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김아영 작가가 본인이 바라본 흑인의 삶과 이야기를 대변해준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흑인 디아스포라’에 대해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나에게 <디아스포라의 눈>은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차가운 시선에 대한 문제를 사유해보는 자리였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솔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본 다큐멘터리 ‘와일드니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인천광역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지난 5월 25일 토요일, 이날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다큐멘터리 ‘와일드니스’ 상영 행사에 참석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는 무료이기 때문에 티켓 부스에 가서 표를 받을 수 있다. 표를 받고 난 뒤, 설레는 마음으로 상영관으로 향했다.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불이 꺼지면서 흰 스크린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한다.

‘와일드니스’는 라틴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사회는 그들을 혐오하고, 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오직 실버 플래터 클럽바 안에서만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곳은 그들이 지켜내야 하는 장소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각자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같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마치 그들과 내가 실제로 마주하듯 말이다. 아무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 표정만으로도 그들이 집단에 대한 소속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객이 인상 깊게 느낄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고, 현대미술 정은영 작가와의 토크쇼가 시작되었다. 작가는 관객에게 작품 해석과 그녀의 견해를 들려주었다. 토크쇼 맨 마지막에는 관객이 작가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작품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대한 궁금증까지 풀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현대미술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종’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인간이 예술의 중심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와일드 니스’를 제작한 우창 감독은 자신이 밀접하게 경험한 퀴어 공동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것은 기존 미술이 가지고 있었던 장르성을 벗어난 충격적인 시도가 된 것이다
.
끝으로 정은영 아티스트는 디아스포라와 다큐멘터리 ‘와일드니스’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라틴계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고향 집단에서 배제된 순간부터 새로운 디아스포라 영역에 속한 것처럼 우리가 사회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은 조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서 항상 논제 거리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였다. 다수의 관객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고 보고 느낀 것을 함께 공유해보는 시간이었다.

토크쇼가 끝나고 디아스포라, 즉 민족 단위에서 결여된 공동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어서 내가 속한 집단 속에서 확고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주제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방문객에게 의미 있는 축제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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